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a Sep 07. 2023

미국 시어머님 생신 코코넛 케잌 만들기

결혼 한지 삼주 만에 미국인 시어머님 생신이 돌아왔다. 남편 가족의 전통 중에 하나는 가족 중 누군가의 생일이 있을 때마다 코코넛 케잌을 만들어 주는 것. 하지만 이젠 거동도 불편하고 요리하는 것도 무척 피곤해하시는 시어머니는 이 전통을 그만두셨다. 그래서 이젠 내가 도맡게 되었다. 케잌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내가 만든 케잌을 맛있게 먹는 사람을 보는 것은 무척 재미있다. 그래서 다행히 케잌 만드는 것이 의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토요일 아침에 케잌을 만들기 위해 금요일 밤에 케잌 준비를 몇 가지 끝냈다. 믹서기에 설탕 두 컵과 버터 두 덩어리를 넣고 랩으로 입구를 막고 상온에 두었다. 버터는 반드시 상온에 몇 시간을 두고 녹여야 케잌이 잘 구워진다. 성격이 급해서 처음에는 버터를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서 했더니 설탕과 버터를 크림 내는 과정이 잘 안 됐다.


밀가루 및 기타 마른 재료를 다 한꺼번에 넣고 두 번 정도 체로 거른다.

케잌팬 밑에 깔을 종이를 케잌팬 크기로 잘라 준비한다.


이젠 하룻밤 자고 일어나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된다. 그런데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걱정이 생겼다. 하룻밤을 버터와 설탕을 같이 두어서 버터가 설탕을 다 녹였을 것 같은 생각이다. 얼른 일어나서 부엌으로 부리나케 향한다.


버터 두 덩어리는 지난밤에 투하한 그 모습 그대로다. 설탕은 한 알도 녹지 않았다. 마음을 가라 앉히고 냉장고에 있는 계란 9알을 꺼내서 상온에 둔다. 계란도 차가운 것이 아닌 상온 온도의 계란을 써야 잘 된다. 옛날 어느 공산주의 국가에서 계란을 구하는 게 어려워 케잌을 못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때는 왜 케잌에 계란이 꼭 필요하나 라는 무지한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쉽게 알 수 있다. 케잌에서 계란은 생명이며 그것도 아주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계란 다섯 개는 케잌 빵 만드는데 쓰고, 나머 4개는 아이싱을 만드는데 쓴다.


15분 동안 믹서기에서 설탕과 버터를 잘 섞어서 크림을 만들어 준다.

크림이 완성되면 여기에 계란을 조금씩 부어주면서 반죽을 잘 섞으면 된다. 이때 오븐을 화씨 350에 맞춰 예열한다.

이후에는 밀가루 및 마른 재료 혼합물을 조금씩 넣어가면서 반죽을 이겨준다. 버터밀크는 가루로 된 것을 써서 물 한컵을 같이 넣어줘야 한다. 마른 재료와 물을 조금씩 소분해서 반죽과 섞어주면 된다. 마른 재료를 한꺼번에 다 넣으면 반죽이 어렵고 제대로 섞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코코넛과 바닐라 추출물을 넣고 섞으면 반죽은 완성된다. 반죽은 세 개의 케잌팬에 양을 잘 분배시켜 담아준다. 케잌팬은 케잌이 잘 떨어지게 해 주기 위해 팬 밑바닥을 오일이나 쇼트닝으로 문지르고 밀가루를 묻혀준다. 그리고 이 위에 지난밤에 만들어준 종이를 깔아주면 된다. 이 종이 위에 반죽을 부어준다.

케잌팬은 예열이 끝난 오븐에 넣고 25분을 기다린다. 케잌은 부풀었다가 다시 가라앉으면서 익어가기 시작한다. 이쑤시개로 케잌을 찌르고 꺼냈을 때 이쑤시개 주위가 뭍어나온 것 없이 깨끗하면 케잌 빵이 완성된 것이다.


오븐에서 꺼내 10분 정도 김을 식힌 후 케익빵을 케잌판에서 꺼내서 식혀야 혼다. 케잌팬 가장자리는 한 번 떼어주어야 빵이 잘 떨어진다.

케잌빵이 식어가는 동안 아이싱을 만든다. 아이싱은 케익 빵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쉽다. 손 믹서기로 몇 분 잘 저어주면 마술처럼 새하얀 솜사탕 구름 아이싱이 탄생한다. 

케잌빵 하나하나 쌓아 올려가면서 아이싱을 발라준다. 빵이 보이지 않게 아이싱으로 다 커버하면 다 완성이다. 마지막으로 맨 위에 잘게 썬 코코넛을 듬뿍 올려주면 완성이다.

케익빵이 완전한 원이 아니라 들쑥날쑥해서 중간에 생긴 엄청난 틈새를 아이싱으로 막느라 혼났다. 


시어머님 생신날. 불고기와 밥으로 점심을 먹고 나서 케잌을 개봉했다. 시아버님은 아이싱이 매우 맛있다며 케잌을 두 번이나 드신다. 물기 없이 빡빡한 케잌빵이 싫어서 왕 촉촉한 케잌 믹스를 사다가 만들어서 그런지 케잌빵은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게 흐물 거린다. 아무래도 나의 베이킹 실력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아니면 다음에는 일반 밀가루와 왕 촉촉 케잌 믹스 가루를 반반씩 섞어서 만들어야 할까 보다. 


12월에 있는 남편 생일, 그리고 1월에 있는 시아버님 생일 전까지 아직 몇 번 더 연습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