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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어머님 생신 코코넛 케잌 만들기

by Sia

결혼 한지 삼주 만에 미국인 시어머님 생신이 돌아왔다. 남편 가족의 전통 중에 하나는 가족 중 누군가의 생일이 있을 때마다 코코넛 케잌을 만들어 주는 것. 하지만 이젠 거동도 불편하고 요리하는 것도 무척 피곤해하시는 시어머니는 이 전통을 그만두셨다. 그래서 이젠 내가 도맡게 되었다. 케잌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내가 만든 케잌을 맛있게 먹는 사람을 보는 것은 무척 재미있다. 그래서 다행히 케잌 만드는 것이 의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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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에 케잌을 만들기 위해 금요일 밤에 케잌 준비를 몇 가지 끝냈다. 믹서기에 설탕 두 컵과 버터 두 덩어리를 넣고 랩으로 입구를 막고 상온에 두었다. 버터는 반드시 상온에 몇 시간을 두고 녹여야 케잌이 잘 구워진다. 성격이 급해서 처음에는 버터를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서 했더니 설탕과 버터를 크림 내는 과정이 잘 안 됐다.


밀가루 및 기타 마른 재료를 다 한꺼번에 넣고 두 번 정도 체로 거른다.

케잌팬 밑에 깔을 종이를 케잌팬 크기로 잘라 준비한다.


이젠 하룻밤 자고 일어나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된다. 그런데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걱정이 생겼다. 하룻밤을 버터와 설탕을 같이 두어서 버터가 설탕을 다 녹였을 것 같은 생각이다. 얼른 일어나서 부엌으로 부리나케 향한다.


버터 두 덩어리는 지난밤에 투하한 그 모습 그대로다. 설탕은 한 알도 녹지 않았다. 마음을 가라 앉히고 냉장고에 있는 계란 9알을 꺼내서 상온에 둔다. 계란도 차가운 것이 아닌 상온 온도의 계란을 써야 잘 된다. 옛날 어느 공산주의 국가에서 계란을 구하는 게 어려워 케잌을 못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때는 왜 케잌에 계란이 꼭 필요하나 라는 무지한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쉽게 알 수 있다. 케잌에서 계란은 생명이며 그것도 아주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계란 다섯 개는 케잌 빵 만드는데 쓰고, 나머 4개는 아이싱을 만드는데 쓴다.


15분 동안 믹서기에서 설탕과 버터를 잘 섞어서 크림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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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이 완성되면 여기에 계란을 조금씩 부어주면서 반죽을 잘 섞으면 된다. 이때 오븐을 화씨 350에 맞춰 예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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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는 밀가루 및 마른 재료 혼합물을 조금씩 넣어가면서 반죽을 이겨준다. 버터밀크는 가루로 된 것을 써서 물 한컵을 같이 넣어줘야 한다. 마른 재료와 물을 조금씩 소분해서 반죽과 섞어주면 된다. 마른 재료를 한꺼번에 다 넣으면 반죽이 어렵고 제대로 섞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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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과 바닐라 추출물을 넣고 섞으면 반죽은 완성된다. 반죽은 세 개의 케잌팬에 양을 잘 분배시켜 담아준다. 케잌팬은 케잌이 잘 떨어지게 해 주기 위해 팬 밑바닥을 오일이나 쇼트닝으로 문지르고 밀가루를 묻혀준다. 그리고 이 위에 지난밤에 만들어준 종이를 깔아주면 된다. 이 종이 위에 반죽을 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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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잌팬은 예열이 끝난 오븐에 넣고 25분을 기다린다. 케잌은 부풀었다가 다시 가라앉으면서 익어가기 시작한다. 이쑤시개로 케잌을 찌르고 꺼냈을 때 이쑤시개 주위가 뭍어나온 것 없이 깨끗하면 케잌 빵이 완성된 것이다.


오븐에서 꺼내 10분 정도 김을 식힌 후 케익빵을 케잌판에서 꺼내서 식혀야 혼다. 케잌팬 가장자리는 한 번 떼어주어야 빵이 잘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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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잌빵이 식어가는 동안 아이싱을 만든다. 아이싱은 케익 빵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쉽다. 손 믹서기로 몇 분 잘 저어주면 마술처럼 새하얀 솜사탕 구름 아이싱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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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잌빵 하나하나 쌓아 올려가면서 아이싱을 발라준다. 빵이 보이지 않게 아이싱으로 다 커버하면 다 완성이다. 마지막으로 맨 위에 잘게 썬 코코넛을 듬뿍 올려주면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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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익빵이 완전한 원이 아니라 들쑥날쑥해서 중간에 생긴 엄청난 틈새를 아이싱으로 막느라 혼났다.


시어머님 생신날. 불고기와 밥으로 점심을 먹고 나서 케잌을 개봉했다. 시아버님은 아이싱이 매우 맛있다며 케잌을 두 번이나 드신다. 물기 없이 빡빡한 케잌빵이 싫어서 왕 촉촉한 케잌 믹스를 사다가 만들어서 그런지 케잌빵은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게 흐물 거린다. 아무래도 나의 베이킹 실력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아니면 다음에는 일반 밀가루와 왕 촉촉 케잌 믹스 가루를 반반씩 섞어서 만들어야 할까 보다.


12월에 있는 남편 생일, 그리고 1월에 있는 시아버님 생일 전까지 아직 몇 번 더 연습을 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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