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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이 진짜 이름이 아니라고?

미국 사람들의 이름

by Sia

얼마 전 러시아가 미국정치에 알력을 끼친다는 기사를 읽다가 현재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에 대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트럼프와 바이든이 대통령 선거에서 겨루고 있을 때 러시아가 "조세프 R. 바이든"에게 불리한 활동을 펼쳤다는 기사내용이었다. 나는 "조 바이든"은 알고 있었지만, "조세프 R. 바이든"은 누군지 몰랐다.


바이든 친척인가? 바이든 아들? 바이든 아들은 헌터인데...


미국인 남편에게 "조세프 R. 바이든"이 누구냐고 200프로 순진하게 그리고 정말 궁금한 마음 가득 담아 질문했다. 남편은 한동안 뻑뻑하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답답해진 나는 빨리 대답하라고 다그쳤다.


남편: 미국 대통령이 누군지 알아?

순진한 나: 알지. 조 바이든이잖아.

남편: 그럼 알면서 왜 물어?

약간 짜증 난 나: 조 바이든 말고, 조세프 바이든이 누구냐고 물었지.

어이없는 남편: 조세프 바이든이 조 바이든이야!


뒤통수에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남편에게 화를 내며 다시 질문했다.


"아니, 그럼 왜 조세프를 조라고 말하는 건데?"

"조세프를 줄여서 조라고 말하는 거야. 조 바이든이 자기를 항상 조 바이든이라고 부르는 것 때문이기도 하고."

Screenshot 2023-10-03 194618.png

[백악관 사진 캡처]


미국사람들은 이름을 줄여서 전혀 새로운 이름을 만드는데 천재다.


시아버지님의 이름은 윌리엄이다. 그런데, 나는 시아버님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빌'이라고 불렀다. 나중에 한참 지나서 시아버지님의 공식 이름이 '윌리엄/ William"인 것을 알았다.


윌리엄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을 Bill(빌)이라고 부르라고 하거나 Will(윌)이라고 부르라고 한다. William이라는 이름을 빌로 부른다는 것을 어디선가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내 삶 속에서 직접 경험해 보니 내가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사람들이 나에게 거짓된 이름을 말해준 것 같은 속은 느낌이 든다.


Elizabeth(엘리자베스)라는 여자 이름도 보통 사람들은 Liz(리즈), Beth(베스)라고 부른다. Beth는 Elizabeth를 줄인 것인지는 알겠는데, 리즈는 생뚱맞게 어디서 나온 거지? 엘리자베스 중간에서 나온 거다!


아니 왜 진짜 이름을 말하지 않고 '가짜'이름을 알려주는 건데!!


주민등록상에 있는 공식 이름을 알려주면 좋은데,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미국사람들이라 이름도 공식이름에 굳이 매여있고 싶어 하지 않나 보다. 공식이름에서 자신이 끌리는 일부분의 이름을 사용해도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내가 조세프 바이든이 누구인지 물어보고 난 후, 남편 왈,

"아마, 많은 한국사람들이 조 바이든의 성이 '조'씨라고 생각할 거야. 한국 성에 조 씨가 있잖아."


말을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한국이름은 또 성이 먼저 나오기 때문에 '조 바이든'의 성이 '조'씨라고 생각하는 한국사람이 충분히 있을 것 같았다.


조 바이든의 공식 이름은 조세프 로비네트 바이든 주니어 (Joseph Robinette Biden Jr.)이다. 주니어라는 것은 바이든의 아버지도 이것과 똑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기에 그 아버지와 구별하기 위해 붙은 것이다. 내 남편의 첫번째 이름은 할아버지 첫번째 이름에서 따왔고, 중간이름은 외할어비 첫번째 이름에서 따왔다. 이렇듯 미국 사람들은 첫번째 이름과 중간 이름을 자신의 가족중에서 가져와 그대로 짓는 경우가 흖다.


조 바이든도 중간이름이 있다. 중간이름 (middle name:미들네임)이 있는 미국사람들은 아주 많다. 첫 번째 이름보다 중간이름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 Robert Gary Brown (로버트 개리 브라운)이라는 이름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보통 이 사람은 회사에서는 로버트가 되고 집에서는 개리가 된다.


한국 사람에게 이름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요즘은 한국에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예전만큼 어렵지는 않다. 우리는 또한, 이름은 보통 한 사람이 하나만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한 사람이 다양한 이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미국 대학원을 오기 전, 난 나의 한국 이름을 바꾸고 싶었다. 30년 넘게 불려 온 나의 이름에 나는 특별한 애정이 없었다. 중학생 때 한문선생님이 자신의 이름 한자와 뜻을 알아오라는 숙제를 내신 후, 수업시간에 발표를 시켰다.


"내 이름의 의미는 보배로운 예쁜 여자아이라는 뜻입니다."


내가 발표를 끝내자마자 몇몇 남학생들은 웃기 시작했고, 어떤 남자애가 "못생긴 네가 어떻게 예쁜 여자아이냐?"라고 물었다. 난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고, 그 이후로 내 이름에 대한 애정은 북극 빙하 속에 있는 돌보다 더 차가워졌다.


하지만, 이미 미국 대학원 서류와 비자 서류가 다 끝난 상황이라서 한국 이름을 바꾸면 복잡한 상황이 되니 대학원 측에서는 이름 바꾸는 것을 늦추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 포털에 들어가면 자신이 불리우고 싶은 이름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여기에다 나의 공식이름이 아닌 내가 원하는 이름을 써넣으면 학교 이메일과 수업 명단에는 내가 원하는 이름이 올라간다고 알려주었다.


역시 이름에 자유로운 미국 영혼이다.


결국에는 내가 애정이 가는 이름으로 나의 이름을 바꾸지 못했다. 대학원을 통해 알게 된 모든 사람들은 나의 공식 한국이름으로 나를 알고 있다. 공식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을 쓴다는 게 뭔가 서류를 허위조작하는 느낌이 들어서 할 수가 없었다. 난 아직도 한국인 사고방식이 더 강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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