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죽을 접다? fold
시어머니는 자주 나에게 요리레시피 매거진을 주신다. 나 몰래 말도 없이 남편은 부모님 집에 "자주" 다녀오는데, 돌아올 때마다 레시피 매거진을 하나 들고 온다. 부엌 식탁 위에 올려진 매거진은 남편의 '거짓말'을 항상 탄로 한다. 물론 남편은 말도 없이 부모님 집에 가는 것을 절대 거짓말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도적이든지 비의도적이던지 말하지 않고 무언가를 행동하는 것은 거짓말!!
거짓말을 한 대가로 저녁 요리하고 설거지까지 하게 시켰다. 저녁을 기다리면서 나는 여유롭게 레시피 매거진을 넘겨보았다. 크리스마스트리 케잌이 보자마자 나의 눈을 사로잡는다. 내가 알고 있는 케잌 레시피는 코코넛 케잌뿐. 그런데 레시피는 보통 레시피와 달랐다. 반죽을 섞는 것을 mix라고 하지 않고 fold라고 표현했다.
남편에게 묻는다.
"fold가 뭐야? 반죽을 어떻게 fold 할 수 있어?"
"당근 반죽을 fold 할 수 있지!!"
"이 레시피 영국 꺼야? 영국에서는 mix를 fold라고 해?"
"아니, 미국에서도 자주 쓰이는 단어야."
"mix와 fold의 차이가 뭔데?"
fold에 이런 새로운 의미가 있다는 것을 몰랐던 나는 순간 자괴감에 빠졌다. 영어 공부는 끝이 없구나. 하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면서 영어 원어민들 중에도 반죽을 하다는 fold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안심이 되었다. 나의 영어실력을 원어민 영어실력과 항상 비교해서 자괴감에 빠지는 못된 습관은 하루빨리 버려야겠다. 영어원어민도 나도 전부 영어를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는 똑같은 “학생”이다.
Fold 접다...
무엇을 접을 수 있을까? 그리고 접는다는 것을 무슨 의미를 가지는 걸까?
"접어서 서로 면이 마주 보게 하는 것, 돌돌 말거나 동그랗게 말다"
가장 쉽게 생각하는 것은 종이다. 어릴 적에 많이 "접어" 봤던 종이비행기, 배, 학, 거북이. 그리고, 옷을 빨고 나서 말린 후 수업이 옷을 "접어서" 다시 옷장에 넣어도 봤다.
그러나 반죽을 '접는다'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반죽은 보통 knead 한다고 생각했다. 강한 손 압력을 사용해서 짓이기거나 주무른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fold는 이런 강한 압력이 없이 '천천히' 섬세하게 반죽을 섞는 것이다. 접어서 서로 면이 마주 보게 하게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반죽도 당연히 fold 할 수 있게 다는 생각이 든다.
fold의 접다는 의미 외에 다른 의미도 생각해 보자. 접혀서 서로 면이 마주 보게 되면 이 면들이 서로 껴안게 된다. 그리고 계속해서 면을 서로 마주 보게 시키게 되면 '둘둘 말리게 된다.' wrap도 이런 면에서 서로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wrap은 fold에 비해서 '돌린다'라는 의미가 더 추가되어 있다.
껴안는 것에서도 fold를 볼 줄 아는 영어.
땅도 접힐 수 있다. 땅이 접히는 것은 그렇게 흔하게 일어나는 사건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지형을 한국어로는 '습곡'이라고 부르는데 영어는 이것을 fold라고 부른다. 영어는 정말 단어를 재활용하는데 천재적인 언어이다.
위 그림에서 fold를 보이는 데로 찾아보자. 둥그렇게 말려진 밝은 갈색 실도 fold 된 것이고, 다양한 색깔의 실도 fold 된 것이다.
면이 서로 맞닿게 한 '우리'도 fold가 될 수 있다.
사업을 접으면 fold 어떻게 되는 걸까? 그렇다. 우리말과 똑같다. 사업을 접다는 것은 사업이 망하다는 의미이다. (어쩌다 '사업을 접다'라는 표현은 영어의 fold와 의미가 딱 맞아떨어진 걸까?)
반대로 unfold 할 수 있다는 의미는?
둘둘 말려져 있는 것들이면 다 unfold 할 수 있다. 즉 접혀 있던 것을 다시 펼치는 것이다. 종이, 옷감 다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인생이나 앞으로 미래도 unfold 할 수 있다. 아직 일어난 일이 아니기에 이런 미래는 접힌 책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unfold: 펼치다, 드러내다, 발표하다, 열리다
fold의 이미지는 뭔가 숨긴다는 느낌이 들고 unfold는 숨기는 것 없이 전부 만 천하에 다 공개하는 느낌이 있다. unfold는 팝업 북을 열 때 나오는 그 광경이 가장 적합한 듯하다.
새 학기기 시작되면 대부분 교수님들이 쓰는 표현이 있다.
As your semester unfolds...
학기가 진행되면서....
뭔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과정들을 unfold 한다고 볼 수 있다. 낯선 곳에 여행을 가서 갑자기 내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해바라기 풍경도 unfold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휴대폰을 공개하는 것도 unfold 한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게 '접혀'두었던 것을 다시 '열어서' 보여주는 것이 unfold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