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명언으로 배우는 영어 1
"우리를 조금 크게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하루면 충분하다."
- 파울 클레(Paul Klee)

이것을 한국식으로 영작해 봅시다.
일단 주어는 '시간은'이에요.
'시간은' 앞에 있는 구구절절 단어들은 이 시간이 어떤 시간인지 꾸며주는 것들이죠.
그런데 이 '시간'을 꾸며주는 단어들을 보니까 문장이네요.
시간은 시간인데 '우리를 조금 크게 만드는' 시간인 거죠.
[우리를 조금 크게 만든다]
영어의 기본 0 원칙은 한 문장에 주어와 동사는 반드시 하나씩만 존재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한 문장 이상의 문장들이 한 문장을 이룰 때는 반드시 또 다른 주어와 동사가 나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단어가 필요해요.

그럼 일단, 기본 주어와 동사가 있는 문장을 만들어보죠.
[시간은 단 하루면 충분하다]
일단 '단 하루면'이라는 표현은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은 충분하다'를 영작하겠습니다. 왜요? 영작하기 제일 쉬워 보이니까요. 뭐든지 일단 만만해 보이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부터 찔러보고 시작해야 일이 진행되잖아요.

[시간은 충분하다]
Time is enough.
시간은 과거로부터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는 무한한 것이기에 보통 셀 수 없는 단어예요. 영어에서 셀 수 없는 단어라는 말은 단어 앞에 a/an 단어 뒤에 s/es를 붙일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그냥 time이에요. 하지만 항상 time이 셀 수 없는 단어로 쓰이는 건 아니에요.
Have a good time.
이럴 때는 a가 붙여서 셀 수 있는 단어로 쓰이죠. 이 때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갖지 않고 '어떤 일을 경험하면서 보내는 시간'이라는 아주 한정적이고 특징적인 시간이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셀 수가 있게 되는 겁니다.
어쨌든...

그러면 이제 [단 하루면]이라는 표현을 붙여줘야 해요.
이것에 해당하는 표현은 a single day입니다. day는 셀 수 있어요. 1월 1일, 2일, 3일... 이렇게 하나씩 셀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앞에 a를 붙인 거고요. [단]에 해당하는 단어로 single를 넣은 거죠.
[시간은 단 하루면 충분하다]
Time is enough. / a single day
이걸 대체 어떻게 연결시켜줘야 할까요.
A single day time is enough.
이렇게 쓰면 '한 낮 시간은 충분하다'라는 말이 되니까 우리가 원하는 표현은 아니에요.
원작은 어떻게 썼는지 치팅(커닝)을 해야 할 것 같아요.
A single day is enough.
아니, 이런.

time이라는 단어를 아예 빼버렸네요. 하지만 한국말에는 '시간'이라는 단어가 버젓이 주어로 나와 있어서 time을 생략할 수 있을 거란 상상도 못 했어요. (영어에서 주어는 항상 나온다는 규칙을 귀에 못 박히도록 들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 같아요.)
A single day만 보고도 '시간'이라는 주어를 넣어서 한국말로 번역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시간'이라는 주어가 있는 한국 문장을 보고도 그걸 무시하고 영어다운 문장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진짜 영어다운 능력, 한국어 다운 능력이겠죠.

이제는 조금 더 어려운 문장을 만들어야 해요.
시간은 시간인데 '우리를 조금 더 크게 만드는' 시간이다는 것을 알려줘야 해요.
일단 '우리를 조금 크게 만든다'라는 문장을 만들어봐요. 여기서는 주어다운 주어가 없으니까 일단 주어는 생략하고 표현을 만들어 봅시다.
주어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동사이니까 동사부터 차근차근 갑시다.
'만든다'에 해당하는 표현은 make
우리를: us
조금: a little
더 크게: larger
[우리를 조금 크게 만든다]
make us a little larger
와... 이 표현은 마치 한국말과 영어의 단어 순서가 똑같다고 느낄 만큼 그대로 네요.

이제 마지막으로 A single day is enough와 make us a little larger를 합쳐줘야 해요.
이미 문장의 주어와 동사가 나와있는데 뒤에 'make'라는 또 다른 동사가 나오고 있어요. 이러면 영어의 0원칙을 지킬 수가 없죠.
이 규칙을 지키기 위해 영어는 to 부정사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냅니다. to 부정사의 가장 큰 기능은 '내 뒤에 나오는 동사처럼 생긴 단어는 사실 동사가 아니야'라는 말을 해주는 거랍니다.
여러분들, 알아요.
학창 시절 to 부정사 때문에 악몽에 시달렸다는 거.

to 부정사의 명사적, 형용사적, 부사적 용법 이젠 다 잊고 to 부정사가 하는 말만 기억하세요.
'내 뒤에 나오는 동사처럼 생긴 단어는 사실 동사가 아니야'
자, 그럼 완성됐어요.
"우리를 조금 더 크게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하루면 충분하다"
A single day is enough to make us a little larger.
여기서 '걸리는'이라는 표현은 영어로 바뀔 때 사라집니다.
왜 그런 걸까요.
'걸리다'라는 의미는 이미 'make us a little larger'라는 표현에 이미 나와 있기 때문에 굳이 또 말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영어식 눈치와 한국식 눈치가 참 많이 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인은 눈치의 민족이니까 영어식 눈치도 충분히 잘 배울 수 있어요.

A single day is enough to make us a little larger.
하루하루 무언가 좋은 일을 해나가면 2022년 12월 31일엔 분명 달라진 여러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Five minutes is enought to make me a little larger.
저도 위 문장을 눈치껏 제 나름의 문장으로 바꿔봤네요.
(여기서 잠깐, 주어가 five minutes으로 복수인데도 동사를 are로 쓰지 않고 단수 동사 is를 쓴 이유가 있어요. 영어에서 시간의 기간, 돈 합계, 측정 단위들은 복수여도 전체를 하나로 취급해서 단수 동사를 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