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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되는 영어 단어장 Day 3

전치사 about

by Sia

영어에 비해 한국어는 단어 하나가 보통 하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단다. 물론 다양한 의미를 동시에 가지는 한국어 단어도 있긴 하지만, 영어라는 언어는 단어 재활용이 매우 심하다. 영어단어를 배울 때 한국식 사고를 그대로 갖다 붙여서 그런지 유독 우리는 영어 단어 하나는 하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다.


이런 사고의 폐해를 가장 많이 받은 단어는 아무래도 about이 아닐까 한다. about 하면 거의 반사적으로 '~에 대하여'라는 의미가 떠오른다면 당신도 이런 사고의 피해자 중에 한 명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about의 어원은 '주변을 감싸며 겉도는, 어떤 장소의 근처 주변'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지는 이야기 들어봤는가? 코끼리 코를 만진 장님은 코끼리는 쭈글쭈글한 긴 코라고 우기고, 토실한 다리를 만진 장님은 코끼리는 장대처럼 생긴 동물이라 우기고, 코끼리의 몸통을 만진 장님은 코끼리는 집처럼 생긴 동물이라 우기는 이야기다.


about이라는 단어는 바로 이 코끼리를 만지는 장님들의 손이라고 보면 된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여기저기 더듬더듬 거리는 것이다. 코끼리를 확실히 다 만지지 못하고 대충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습이다.


장님과 코끼리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about은 다양한 의미를 갖게 된다.


Is Tom about?

이 문장에서 about은 전치사가 아니라 부사로 쓰였다. 전치사는 반드시 뒤에 명사가 오는 것이 전치사다. 부사로 문법 성분이 바뀌어도 영어 단어는 기본 의미를 그대로 가져다 쓴다. 즉, 여기서는 '톰이 이 주변에 있나요?'라는 의미이다.


Her books were lying about on the floor.

그녀의 책이 놓여 있는데 놓여 있는 방식이 장님이 바닥을 여기저기 손대며 다니는 것이다. 즉, 여기저기 아무 데나 놓여 있는 상태이다.


She wore a shawl about her shoulders.

그녀가 숄을 걸쳤는데 그 걸친 것이 그녀의 어깨 근처 여기저기에 있다는 것이다. 즉, 어깨 근처에 걸치고 있다는 것이다. 완전히 어깨에 착 걸친 게 아니다. 어깨에 착 걸쳤다면 on her shoulders를 사용했을 것이다.


위 문장에 나오는 about을 ~에 대하여로 해석하면 엉뚱한 의미가 된다. 재활용을 잘하는 영어 단어를 잘 이해하려면 단어의 어원부터 확실히 알아야 한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영어 단어도 어원을 모르고 재활용되는 규칙을 모르면 영어를 쓰거나 말할 때 무용지물이 된다.


마지막으로 about이 없는 경우와 있는 경우 의미 차이를 살펴보자.


It is time to eat.

이제 먹을 시간이야.

It is about time to eat.

이제 먹을 시간이야.


두 번째 문장에서 about은 '~곧, 머지않아'라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about이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는 착각을 하고 영어 단어 외우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며 역시 영어를 잘하려면 미국에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불평을 하게 된다.


'곧, 머지않아'라는 의미도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이미지에서 나온 것이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만진다고 생각해봐라. 시간을 어떻게 만지지?라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언어란 모든 것이 다 가능한 세상이다. 상상의 나래를 있는 힘껏 펼쳐 생각해야 언어가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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