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무엇인가

나는 도대체 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가. 왜 돈이 주는 안정감을 추구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가…

난 빚더미에 고생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돈이 넉넉하지 않다는 불안감을 떨쳐본 적이 한시도 없다. 왜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경제적 재정적인 여유를 가지고 여유를 부리지 못할까?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셈할 때마다 돈에 대한 갈증은 더 심해지기만 한다.

결코 월급쟁이로는 노후를 편하게 살 수 없다는 각종 매스컴들의 경고는 돈에 대한 타드러 가는 나의 목구멍을 적셔주시보다는 오히려 불이 나게 만든다. 그들의 논리를 들어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다. 유튜브로, 블로그로, 책 출판으로 내가 일하지 않아도 저절로 굴러들어 오는 돈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말과 말이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그리고 덩달아 내 마음은 더욱더 심란해지기만 한다. 물론 그냥 현실에 만족하자, 오늘 즐겁게 마시고 노는 것이 최고다라고 말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내 마음이 돈의 노예가 되어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이젠 지쳤다. 이런 갈증에 시달리는 것에도 지쳤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라는 것을 알지만, 모든 것이 어떤 사고를 하느냐 어떤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내 마음은 절대 쉽게 수긍해주지 않는다.

돈을 좇지 말고 타인을 도와주는 정성 어린 일을 찾아서 거기에 집중하라는 말도 들었다. 그러면 돈은 마치 관심을 보여주지 않을 때 오히려 다가와주는 여인처럼 내가 싫다고 해도 귀찮게 따라온다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란 그 일이 어떤 것이 됐든지 상관없이 그들의 행복한 삶의 지수를 1도라도 더 올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반드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타인을 도와줌으로써 내 삶이 더 불행해진다면 우린 그 행동을 지속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엔 이 모든 행동은 이기적인 동기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바로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

모든 이기적인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여기서 이기적이란 의미는 생명체의 삶을 계속 영위하기 위한 모든 행동을 말한다. 생명을 유지해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다 이기적인 존재들이다. 그리고 가장 이기적인 사람은 타인의 행복을 위해 마음을 다해 온갖 정신을 다 쏟아 살아가는 사람이다. 난 아직은 가장 이기적인 사람 축에 끼지 못한다. 우선 내 삶을 바로 잡는 것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알려진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우리나라가 일본 식민지 체체로 들어갈 즈음에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고 한다. 영국 유학생활은 그에게 신경증을 선물로 주었고 그는 글을 써서 그 트라우마를 조금이나마 해소시킬 수 있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글을 써서 자신의 내적 병을 다스리고 자신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는 자신의 신변이 위험해질까 봐 안중근 의사를 도와주지 않는 매우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의 글을 많은 일본 사람들을 기쁘게 했다.

나쓰메 소세키처럼 돈이 주는 노이로제를 글로 조금이나마 풀어보고 싶다. 이 글을 통해 돈에 대한 나의 끝없는 갈증과 발작을 어느 정도 다스려보고 싶다.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짧은 글이라도 노이로제 임시방편 해독약으로 효과가 있는 듯하다. 이렇게 글로 돈에 대한 욕구를 인정하고 나니 돈의 손아귀에서 눈곱만큼은 풀려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