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카인드> 짧은 서평
당신은 골딩의 <파리대왕>을 아는가? 그 소설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공멸'이다. 이 소설에서 무인도로 낙오된 몇 십명의 소년들은 서로 갈등하다가 결국 섬 자체를 불태우는 만행을 저지른다(어떻게 해서 그런 결말이 되었는가는 직접 읽어서 확인해 보시라). 이를 통해 작가인 골딩은 인간 내면에 감춰진 악과 야만성을 나타냈다는 큰 성과를 내면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골딩은 대문호가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1965년, 가톨릭 기숙학교에 다니던 여섯 명의 소년은 따분한 학교 생활에 못 이겨 배를 타고 뉴질랜드섬까지 간다는 정신나간 계획을 세웠다(무려 약 800km을 학생들이 항해한다니...). 그들은 배에서 깜빡 잠에 들었고 무인도고 바위 절벽으로 둘러쌓인 아타섬에 도달했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소설 <파리대왕>과는 다르게 제대로 된 정원, 나무둥치, 체력 단련장과 꺼지지 않는 불 등의 시스템을 구축해 놨다. 그들은 협동을 통해 불이 절대로 꺼지지 않게 보살폈다. 이는 소설에서 불을 피우기 위해 새끼돼지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던 야만인 소년들과 현격히 대조된다. 그들은 서로 죽이지도 않았고, 싸우긴 했지만 서로에 대한 악감정 없던 채로, 1966년에 구조되었다. 구조 당시 심지어 그들은 상당히 건강했다.
뤼트허르 브레흐만, <휴먼카인드>의 저자는 질문을 하나 던진다. '혹시 우리의 본성이 나쁘지 않은 것은 아닐까'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 질문의 안티테제, 즉 '우리 본성은 악하다'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실험들과 사례들 -이스터섬의 수수께끼,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캐서린 제노비스의 비극적 죽음-등을 숨겨져 있던 다양한 증거들로 차례차례 반박하면서 놀라운 논지를 펼친다.
심지어 이를 통해 나치 독일에서, 그들의 이데올로기가 병사들에게 미쳤던 것은 아주 작은 것이었으며, 인간의 공감능력이 오히려 그보다 더 큰 영향을 펼쳤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끼리 끌리고, 이 때문에 오히려 다른 성향의 인간들을 멀리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이러한 연구들과 사례들에서 비롯된 성악설이 현대사회의 기틀을 잡고 인간들을 잘못된 방식으로 오도하고 있다는 것을 비판한다. 그러나 인간 본성이 선함을 전제로 한 정책들이 성공했던 사례도 분명 있다. 심지어 그것이 무법지대인 남미 등에서 작동했다는 것도 분명히 놀라운 부분이다.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수많은 주석과 증거들이 놀랍고도 급진적인 주장을 보완한다. 물론 '다른 쪽 뺨도 대 주어라'같은 경구가 상당히 도덕적이고 때에 따라서는 과도하게 교훈적이라 역겹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말한다. 우리의 본성은 선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