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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검도를 어디서 배울까?

검도를 글로 배웠어요

by 시골무사

자, 검도를 배우기로 결심한 당신. 그런데 어디서 배워야 할까?


검도는 상당히 지도자 자격을 까다롭게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검도 지도자들은 지도자 자격 유지를 위해 대한검도회에서 주관하는 지도자 강습회에 참석해야 한다. 대한검도회 연수원은 충청북도 음성에 있으며 강습회를 위해 전국에서 이곳으로 정해진 날짜, 정해진 시간에 모인다. 따라서 적어도 대한검도회 소속의 지도자가 가르치는 곳은 모두 같은 커리큘럼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배우는 내용은 (조금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동소이하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배울 장소를 결정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준은 바로 “시간”이다.


검도를 배우는 곳이 어디든, 집에서 가까울수록 좋다. 내 생각으론 100점 만점에 30점은 여기에 주어야 한다. 수련 시간이 1시간이든, 2시간이든, 이동시간이 수련 시간을 넘어선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당신은 이미 “검도인”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검도를 직업으로 삼고 있지 않은 한, 생활체육에 대해 사람들이 기대하는 수준과 노력을 충분히 넘어섰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할 시간에 관한 내용은, 과연 일주일에 몇 번이나 검도를 배우러 가느냐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의 검도관, 흔히들 말하는 도장(道場)은 보통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교습한다. 반면에 시, 군, 구에 설치된 체육센터에서 운영하는 검도 교실은 보통 월, 수, 금이나 화, 목, 토 같은 격일제로 교습한다. 물론 이런저런 간섭이 싫어서 유튜브 보고 독학하겠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검도를 시작하는 당신에게 얼마만큼의 열정을 기대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혹시나 매일매일 검도관에서 배우고도 주말에 아무도 없는 도장에 나가 혼자서라도 배운 것을 복습하겠다는 열정적인 사람이라면 검도관에 등록할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그런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넓고 높고 인적이 드문 장소를 구해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혼자 수련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것 역시 중요한 문제이기에 여기에 20점을 배점하자.


세 번째로 고려할 시간은, 하루 중 언제 배우냐는 문제이다. 스스로 생각할 때 꼭두새벽부터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라면 새벽에 개설된 수련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퇴근이나 방과 후에야 시간이 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퇴근 시간 이후를 선택해야 하고. 문제는 새벽 시간에 도장을 여는 검도관이나 체육센터가 드물다는 것이다. 검도는 기본적으로 상대가 필요한 운동이기에 사람들이 많은 시간대에 나도 같이 수련하는 것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못해 두 번 말하면 입 아픈 일이다. 그러니 첫 번째, 두 번째 시간을 만족하는 장소라면 하루 중 언제 운동하느냐는 당신이 그냥 전적으로 맞출 수밖에 없다. 남들 많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운동하라. 이 문제는 중요하긴 하지만 대부분 도장, 혹은 체육센터의 수련 시간이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 이후로 맞춰져 있으므로 10점을 배점하도록 하자.


자, ‘시간’을 해결했으면 이번엔 ‘시설’ 또는 ‘공간’을 따져보자.


당신이 지도자가 아닌 한, 공간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넓이”가 아니다. 넓이는 수용인원을 따져야 하는 지도자의 몫이다. 검도를 배우는 처지인 당신이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곳은 바로 “바닥”과 “층고”이다.


검도는 나무 마루에서 맨발로 수련한다. 이동할 때는 마치 스케이트를 타듯 소리 내지 않고 움직이지만, 타격할 땐 발바닥 전체를 사용하여 강하게 발 구름을 하는데 이때 바닥 전체가 공명하며 “팡”하는 소리가 난다. 이 발 구름 소리야말로 죽도로 상대의 머리를 타격하는 소리 이상으로 검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체육센터의 경우엔 본래 농구장으로 이용하기 위해 만든 곳이 대부분이라 바닥이 나무로 되어 있으며 탄성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도, 넓어서 많은 사람이 동시에 수련할 수 있고, 층고도 높아서 죽도를 휘두를 때 걸릴 염려가 없다. 다만 본래 검도만을 위해 지어진 공간이 아니다 보니 검도를 배우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편의시설이 다 갖추어져 있지는 않을 가능성(탈의, 샤워, 물품의 보관, etc)이 있다.


검도관의 경우엔 관장(지도자)이 검도의 교습을 염두에 두고 충분히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바닥에도 나무 마루 밑에 고무나 스프링을 사용한 완충 장치가 있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마루도 단풍나무를 비롯한 좋은(!) 재질로 만들어진 경우도 많다. 대부분, 호구나 도복을 보관하는 공간도 갖춰져 있을 것이며 샤워실이나 탈의실도 제대로 있을 것이다. 다만 대도시에 있는 검도관들은 임대료를 무시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지하에 있거나, 규모가 작거나, 생각 외로 층고가 낮아서 키가 큰 사람의 경우 죽도가 천장에 부딪히는 일도 종종 생긴다.


체육센터와 검도관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는 이용 요금이다. 대체로 체육센터가 검도관의 1/3 정도 된다. 검도관이 관장의 지도 철학과 고객(배우고자 하는 사람-바로 당신)의 바람을 반영한 시설이라면, 체육센터는 지역 주민의 수요와 지방자치단체의 서비스 정신이 마주치는 접점에서 운영되는 시설이라 할 수 있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지만, 비용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비용”과 “시설”과 “공간”에 나머지 40점을 배점하자.


물론, 꼭 이 두 가지(체육센터와 검도관)의 선택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업에 따라서는 회사의 동호회나 학교의 동아리에 가입해서 배울 수도 있다. 실제로 대회에 가 보면 동호회나 학교 소속으로 참가하는 사람들도 체육센터나 검도관 소속으로 참가하는 경우만큼이나 많이 볼 수 있다. 게다가, 동호회나 동아리는 당신과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사람들이 검도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만난 것이니만큼 “시간”과 “비용”에 있어서 강점이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검도의 종주국인 일본의 경우에는 아직도 가전(家傳-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무술로 자기 집에서 배우는 경우도 (많지는 않겠지만)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잘 찾아보면 동네 뒷산 약수터에서 절세 신공을 연마하고 계신 영감님을 만날 가능성이 없진 않다. 나도 듣기만 했는데 이런 기연(奇緣)을 얻어 (검도가 아닌 다른 무술이긴 하지만) 무술의 고수가 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일는지도 모르겠다.


혹시 당신이 만약 사회성이 아주 아주 부족한 사람이라면, 책을 읽고 동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혼자만의 공간에서 독학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간혹 그런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런 ‘방구석 무술가’들은 대부분 놀라운 전투력을 가진 ‘키보드 워리어’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는 20kg 쌀 한 포대 들 힘도 없으면서 입만 살아있기 일쑤다. 나중에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무술은 사람을 상대로 반복 연습한 기술을 사용해 보아야만 자신이 제대로 수련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도뿐만 아니라 모든 몸으로 하는 무술은, 거울이나 자신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고 자세를 수정하는 과정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 전에 수천, 수만, 수십만 번의 반복을 통해 몸이 익숙해지는 것도 필요하고, 또 그에 못지않게 사람을 상대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 그러니 우선 검도를 배울 곳을 찾아보자. 어디서 배울지를 결정해야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요약해보자.

1. 검도를 배우려면 집 근처 체육센터나 검도관, 회사의 동호회, 학교의 동아리를 찾아보자.

2. 검도는 혼자 하는 운동 또는 무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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