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스의 셀카

by JayBH

나르시스는 매력적인 외모와 카리스마로 소셜 미디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20대 청년이었다. 그의 SNS 계정은 팔로워 수백만 명을 자랑했고, 매일 수십 개의 댓글과 ‘좋아요’가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그는 매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고, 특히 자기 얼굴이 들어간 셀카를 가장 많이 올렸다. 그에게 세상은 오직 ‘좋아요’와 댓글로 평가받는 공간이었다.

어느 날, 나르시스는 새로운 필터 앱을 발견했다. 이 앱은 그의 얼굴을 더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필터를 제공했다. 그가 필터로 찍은 셀카는 이전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워 보였고, 사람들은 그에게 더 열광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나르시스는 자신의 얼굴을 찍어 올리며, 수없이 화면을 새로고침하며 반응을 확인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점점 더 현실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잃어갔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모임에서도 오로지 자신의 사진만 신경 썼다. 그의 모든 관심은 디지털 화면 속 자신에게만 향해 있었고, 진짜 나르시스는 서서히 세상에서 멀어져갔다.

어느 날, 그는 새로운 필터를 적용한 셀카를 올리고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다가 문득 현실과 디지털 세계가 뒤엉켜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얼굴이 진짜 내 얼굴일까?" 나르시스는 혼란에 빠져 거울을 들여다봤다. 그러나 거울 속의 얼굴은 그가 소셜 미디어에서 보던 완벽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의 피부는 지쳤고, 눈 밑에는 어둡게 그늘이 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거울 속의 자신이 아닌, 여전히 화면 속 완벽한 이미지만을 사랑했다. 점점 더 필터를 사용하고,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실제 얼굴을 버리고 디지털 세상에만 빠져들었다.

나르시스는 현실과 소셜 미디어의 경계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장의 셀카를 찍고 올렸으며, 더 이상 그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다. 매번 더 완벽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필터를 계속 바꿔가며 자신을 '창조'해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수 없었다.

“이건 진짜 내가 아니야!”

그는 비명을 지르며 필터를 바꾸고, 계속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하루는 그가 화면 속 자신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넌 정말 완벽해. 아무도 너만큼 아름답지 않아. 넌 이 세상에서 유일해.”

나르시스는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더 깊은 애착을 느꼈다. 그 모습은 마치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보였다.

마침내 나르시스는 화면 속의 자신과 현실의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는 혼란에 빠진 채, 화면을 보며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이게... 나야. 진짜 나야. 거울 속에 비친 그 초라한 모습은 더 이상 내가 아니야. 저 화면 속, 완벽한 저 얼굴이 바로 나야. 저 아름다움만이 내 진짜 모습이야. 이곳이 나의 진짜 세상이야"

나르시스는 화면을 쓰다듬으며 광기에 찬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이 안에서 살아. 이 모습이 내가 되어야만 해. 그래, 이게 바로 나니까. 현실? 그건 이제 나에게 아무 의미도 없어. 현실은 더럽고, 추악해. 사람들은 날 알아보지도 못하고, 진짜 나를 볼 수 없어. 그들은 내가 이곳에서 얼마나 아름답고 완전한지 알지 못해."

그는 점점 더 광기에 빠져들며 혼잣말을 이어갔다.

"그래... 이제 난 현실에 필요 없어. 내가 존재하는 유일한 곳은 이 화면 속이야. 여기서만 내가 진짜로 살아 있어. 현실을 떠나야 해. 이곳에서만 내가 의미가 있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이 안에 있고, 내가 사랑하는 나도 여기 있어."

나르시스는 마지막으로 화면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사랑해."

그의 눈빛은 이성을 잃었고, 그는 영원히 화면 속에 스스로를 가둬버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르시스는 소셜 미디어 밖의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었다. 그는 방 안에 갇힌 채로 셀카만 찍었고, 먹고 자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그의 마지막 게시물은 "완벽한 나"라는 캡션이 달린 셀카였다. 하지만 그 사진 속의 얼굴은 너무도 비현실적이었고, 그조차도 나르시스가 아니었다.

마침내 그는 화면 속의 이미지와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나르시스는 자신의 존재가 오로지 그 이미지 속에서만 유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현실 세계에서의 삶을 스스로 포기했다.

그의 SNS는 여전히 팔로워들의 찬사와 ‘좋아요’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 뒤에는 더 이상 나르시스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만든 디지털 거울 속에 갇힌 채, 결코 깨어날 수 없는 광기의 끝자락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