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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랑 May 26. 2023

아이돌 직캠이 동기 부여가 되는 이유

15년 전 아이돌 직캠이란 방송사가 아닌 일반인들이 찍어 올리는 아이돌 무대 영상을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방송사에서 아이돌 한 명 한 명의 무대를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것을 '직캠'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던 터라 유튜브 피드에 뜨는 아이돌 직캠을 클릭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컴백한 소녀시대의 직캠을 보고 꽤 충격을 받아버렸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에스파, 르세라핌, 아이들 등 피드에 뜨는 직캠들을 거의 다 보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보는 방송사 무대 영상에는 모든 것이 담기지 않는다. 풀샷을 잡을 때를 제외하고는 한 두 명의 멤버만 잡힐 뿐이다. 그러니 카메라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다. 그런데 직캠을 보니 모든 멤버들은 카메라가 어디있든 완벽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


물론 완벽한 퍼포먼스를 하는 게 그들의 일이니 당연하다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무대를 위해 노력한 그들의 시간이 직캠에서는 굉장히 잘 보이기 때문이었다. 흔히 헤메코라고 하는 헤어, 메이크업, 코디부터 매 무대마다 같은 움직임, 노력의 시간을 증명하는 잘 잡힌 근육, 자세, 시선까지 이 무대를 위해 한 노력들이 고스란히 보였다.

아이돌은 보여지는 걸로 평가받는 사람들이라지만 그건 아이돌이 아니어도 똑같다. 직장인도, 자영업자도, 프리랜서도, 거의 모든 사람들은 보여지는 것 자체로 평가를 받는다. 사회가 그렇고 세상이 그렇고 사람이 그렇기 때문에 이건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다. 그저 연예인들처럼 공인만 아닐 뿐. 나도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신경써왔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으니 그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제 나의 삶을 살고 싶은데 이 인식을 어떻게 바꿔야 할 지 막막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황당하게도 난 아이돌 직캠에서 답을 찾았다. 카메라가 있든 없든 내 무대를 하는 그들이 답을 줬다. 남들이 날 보든지 말든지 난 내 무대를 하면 된다. 무대를 하는 동안 내가 노력한 것들은 자연스레 나올 것이다. 그걸 봐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동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생각을 하고 나니 불안하고 무기력할 때 어떠한 동기 부여 영상보다 아이돌 직캠이 도움이 된다. 그들의 노력의 시간이 무대 위에서 빛나듯이, 내 노력도 어디선가 언젠가 빛날 것이라 믿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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