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전공: 이중전공 탐험기

250514 14:03

by 베짱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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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이중전공 고민으로 넘어가 보자. 선택지가 두 개 놓여 있다.

첫째, 이번 학기 영어교육과 이중전공 진입. 국제기구 진출을 대비해 어학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만일을 대비해 교원자격증도 받을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나에게는 플랜 32940418번 느낌이랄까. 한계도 있다. 내 관심 분야인 에듀테크 관련 활동, 제1전공인 교육학 공부, 제2전공인 영어교육과 공부까지 모두 병행하려면 힘들 수… 있겠다. 다른 단점은, 글쎄.

둘째, 이번 학기 [컴퓨터프로그래밍Ⅰ]을 수강하고 다음 학기 컴퓨터학과 이중전공 진입. 에듀테크 분야 전문 실무 지식을 익힐 수 있고, 취업을 한다면 포트폴리오 준비에 유익할 것이다. 컴퓨터학과 학우들을 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인맥 측에서 도움이 되겠다. 다만 활용할 만한 교원자격증이 없어 사범대학을 졸업한 가치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IT 분야는 전공보다 개인 능력과 각종 이력을 중요시하므로 굳이 컴퓨터학과를 이중전공하지 않아도 관련 시장에서 일할 수 있다.


230901

여기서부터는 [보편적학습설계와보조공학] 첫 수업 후기. 함께 수강하는 친구들, 정확히는 그들의 학술제 작업물 덕에 보편적 학습 설계라는 주제가 낯설지 않았다. 교수님 말씀을 들으며 톡톡 튀어 오른 단상을 노트에 적어두었다.

보조 공학. 챗지피티와 시리. 이들은 왜 만들어졌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글을 읽는 당신이 4분가량 여유가 있다면 이 영상 시청을 권한다. 교수님께서 시리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이 재미난 이야기가 떠올랐다. 시리야, 내 과제도 써 줄 수 있어?

내년 내가 방문할 캐나다 교환교에는 특수교육 관련 학부 강의가 많다. 목록을 열었을 때 보이는 강의만 해도 스물다섯 개. 수강신청을 위한 기초 자료로 희망 강의 목록을 제출했다. 주로 교육과정, 영어 교육, 교육 연구 분야였다. 그러나 오늘 강의실을 나오며 외국에서 특수교육 분야를 공부해 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구미가 당기기 시작했다. [영재학습자지도], [학습장애평가], [시각장애학생의학급통합], [특수아동대상가족중심접근], [행동장애아동청소년중재], [중증장애인위한보완대체의사소통]… 내년 수학이 벌써 기대된다. 그곳은 캐나다 학교 중에서도 교환학생에게 공부를 많이 시키는 편이라는데. 내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다.

오버헤드 프로젝터(OHP)와 실물화상기. 반가운 이름이다. 돌이켜 보니 초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 책상 옆에 놓여 있던 것이 실물화상기였다. 생활 속 가장 가까운 객체 인식 기술은 네이버 렌즈가 아닐까. 우연히 만난 꽃 이름을 검색하기 편리하다. 어제 여수에서는 '꽃며느리밥풀'이라는 귀여운 꽃도 알게 되었다. 이 역시 보조 공학 덕분.

보조 공학 아래에는 보편적 학습 설계라는 원리가 담겨 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사용하기 쉽고 편리해야 하며, 포용적이고, 별도 요구 장치 없이 내장되어야 한다. N과 내가 늘 말하던 명곡〔명작〕이다. 누가 들어도〔보아도〕 좋은 것. 고등학생 때는 특수교육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그려졌는데, 보편적 학습 설계라는 기본 철학을 알고 나니 그 분야가 더 좋아졌다. 빼기가 아닌 더하기. 치료와 재활을 뛰어넘은, 추가와 강화. 보완과 대체.

코딩을 바라보는 교수님 의견도 내 것과 일치했다. 작년 5월, 컴퓨터학과와 영어교육과 중 무엇을 이중전공할지 고민한 끝에 만든 생각이다. 코딩과 언어는 소통하는 도구라는 측면에서 닮았다. 내가 외국인에게 인사하고 그들과 친해지려면 영어나 제2외국어를 배워야 하듯, 컴퓨터에게 묻고 원하는 일을 명령하려면 컴퓨터가 구사하는 언어, 즉 코딩을 배워야 한다. 대학 입학 직후 R과 파이썬을 공부했지만, 코딩이라는 그릇 안에 담을 내용물이 없음에 답답함을 느꼈다. 이를테면 영어에 유창함에도 정작 그것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없는 셈이다. 이를 찾기 위해 교육학에 머물렀다. 나는 아직 코딩과 영어로 전달하고픈 무언가를 찾는 중이다. 그것이 정해진다면 구글을 뒤져가며 풀액셀을 밟을 자신이 있다. 따라서 교수님께서 질문하신 현재 코딩 역량은 내 경우 이렇게 이해할 수 있겠다. 오랜만에 빙상 경기장을 찾았을 때 처음에는 미끌거리는 바닥이 어색해도 두세 바퀴만 몰려 몸이 풀려 쌩쌩 달릴 수 있다. 이번 강의에서 보조 공학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나만의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길 기대한다.


230902

버지니아 울프의 『어느 작가의 일기』를 읽고. 이 책을 전공 수업에서 먼저 공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물론 1학년 1학기 [영미문학입문] 교양 강의에서 접한 나방의 죽음 외에도 그의 작품을 더 탐구해 보고 싶다. 그러려면 영어교육과가 아닌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해야 했겠지만. 나 또한 성찰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일기에 공감하는 구석이 많았다. 나는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을 오래 늘여두고 싶어 글을 쓰는데 울프는 그 반대였나 보다. 불안하고 우울하고 좌절하는 순간을 훌훌 털어버리려 몸부림한 것 같다. 그와 나의 시간이 일기장을 매개로 한데 포개짐이 신기하다. 사흘에 걸쳐 391쪽을 읽었지만 여전히 276쪽이 남아 있다. 우선 여기까지만 읽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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