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13 16:33
250513 몇 달 전만 해도 졸업 직후 로스쿨 진학을 고려하고 있었다. 작년 가을부터 부닥친 소용돌이를 피해 딱딱하고 정교한 언어가 있는 장소로 피신했다. 공부가 재밌었다. 방학이 가는 줄 모르고 몰두했다. 학기가 시작한 지 두 달 반, 지금은 어떠한가. 작가를 하겠다며 다시 출발선을 그었다. 준비-집중-시작을 밟아나가고 있다. 6월 말, 총성이 울리면 어디로 향하게 될까. 전속력으로 달리리라. 그 점은 확실하다. 장거리 경주를 잘하는 나인만큼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준비
241002 S 선배와 정만 빙수에 갔다. 여러 추천을 받았다. 운동, 시사 잡지, 브런치… 그중 선배가 가장 적극적으로 권한 것은 공부였다.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공부를 나도 잘할 것 같단다. '그래?' 하고 호기심이 일었지만 오래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241211 심심했다. 당장은 닥친 기말고사 공부로 바쁘지만, 다음 주가 지나면 아무런 할 일 없이 붕 뜬 시간이 이어질 게 뻔했다. 연말 약속도 없고 만날 친구도 없으니… 몹시 심심했다. 마침 학번 공지톡방에서 시대인재 모의고사를 무료로 응시할 기회를 접했다. 연말에 할 일도 없으니 시도해 보기 좋겠다 여겼다. 부담 없이 곧장 신청서를 작성했다.
241229 드디어 첫 정식 만남. 시대인재 모의고사를 응시했다. 상쾌했다. 오랜만에 진짜 머리를 쓴 기분이었다. 지난 몇 달간 감정 회오리에 휩쓸려 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자아를 되찾은 듯하여 기뻤다. 답안지에 이름과 수험 번호를 마킹하고 시험지를 펼치기 전, 적막한 고사장에 맴도는 긴장감이 좋았다. 온몸에 피가 싹 도는 느낌이었다. 짧지 않은 시험 시간이 어찌나 빨리 흐르던지 한 시간짜리 재미난 영화를 감상한 듯했다. 고사장을 나와 귀가하는 길, 앞으로 이 시험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청사진이 절로 그려졌다. 지난 학기 영어교육과 수업에서 임용고시 감을 잡았고, 오늘부로 법학적성시험 감도 잡았다. 달릴 준비는 이미 마쳤다. 이젠 방향을 정할 차례다.
241230 전날 모의고사 치른 사실을 일기에 살짝 언급했지만, 아직 혼자서 숙고할 시간이 필요했다. 시대인재 홈페이지에 가입하여 강의 커리큘럼과 교재를 둘러보았다. 에브리타임과 블로그 등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작성한 게시글도 여럿 읽었다.
241231 우연에 우연이 겹쳤다. 학번 공지톡방에 추리논증 법률문제 특강 안내가 와 있었다. 마침 낯선 추리논증 공부를 어떻게 할지 막막하던 차였다. (수능 국어 비문학과 유사한 언어이해는 공부법을 찾기 어렵지 않아 보였다.) 1월 중 3주에 걸쳐 진행되는 이 특강은 내게 여러모로 유용한 기회였다. 생소한 분야인 만큼 전문가가 도우면 공부 방향을 찾기 수월하리라. 특강 교재를 구매해 매주 진도에 맞추어 푼다면 독학 초기 강제성도 부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신청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구글 설문 제출 직후 시대인재에서 문자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입시전략 설명회 홍보였다. 처음 발을 딛는 세계에 정보가 필요했던 내게 시험과 로스쿨 입시 관련 정제된 정보를 소개하는 설명회는 더할 나위 없는 자리였다. 현장에 방문해 보자는 생각으로 이 또한 예약을 서둘렀다.
250102 시대인재 입시전략 설명회에 다녀온 날. 행동으로 옮김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강남에 위치한 학원은 역시 크고 쾌적하구나, 수능을 준비할 때도 와 보지 않은 대형 학원에 눈이 잔뜩 커졌다. 최신 로스쿨 모집 요강과 합격자 데이터, 작년 시험 결과를 체계적으로 알아볼 수 있었다. 언어이해와 추리논증의 특징과 출제 의도를 파악하고 목표 수준을 설정할 수 있었다. 필요한 정보를 모두 획득하고 집에 돌아와 언어이해 교재를 구매했다. 시대인재에 합류했다는 언어이해 일타강사의 정보 조직화 방식이 내게 잘 맞을 듯했다.
250105 비교과 연구 활동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면서 마지막으로 방황했다. 언어이해와 추리논증 교재를 수령한 뒤, 추후 학습 계획을 수립했다.
250108~250113 본격 공부를 시작했다. 연구 활동 보고서 작성과 한자이해능력인증시험 준비로 시작이 다소 늦어졌지만, 정해둔 일주일 치 공부량을 월요일 특강 전에 완수했다. 정작 신청한 특강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교재만으로 혼자 충분히 해 볼 만하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추리논증 기본 유형을 학습했으며 언어이해 교재 이론편을 1회독했다.
250114~250119 다른 활동을 모두 마치고 개운하게 한 주를 시작했다. 집중력과 컨디션이 최상이었고, 교재에 그 결과가 여실히 드러났다. 2주간 학습 상황을 성찰하며 일기를 썼다.
250120~250126 매일같이 교육관에 들렀고, 사흘간 교원 연수 조교로 근무했다. 일과 공부 병행이 쉽지 않음을 실감했다. 조교 일을 마친 저녁에는 피곤하여 일기도 쓰지 못한 채 잠들고, 아침에는 11시에 겨우 기상해 식사 후 출근하는 날이 반복되었다. 이번 주 공부할 분량은 이번 주 안에 끝내자는 결의를 다져야만 했다.
250122 연수 둘째 날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시대인재에서 홍보 문자를 받았다. ○○○ 변호사가 합격 로드맵 간담회를 연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3주 전 설명회 자리에서 얻은 에너지를 회상하며 두 번째 강남행을 결정했다.
250124 배경지식 없이 일방향 정보를 흡수한 설명회 때와 달리 이번 간담회에서는 정보의 가치 판단이 가능했다. 시험 출제와 로스쿨 입학 최신 추세를 보다 상세히 이해할 수 있었고, 그간 공부 경험을 바탕으로 강사가 소개하는 입시 대비 전략 중 내게 필요한 것을 취사선택할 수 있었다. 교보문고에 들러 2월 중 공부할 교재를 살펴보았다. 1월 초 구매한 추리논증 교재는 거의 다 풀어가고 있었다. 다가오는 설 연휴에는 가족들에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발간한 법학적성시험 해설집을 생일 선물로 사 달라고 할까 생각했다.
250127 본가에 도착하자마자 가족들이 한데 모인 식탁에서 진로 계획을 설명했다. 간담회 이후로 며칠간 노트에 개요를 적고,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발표 자료까지 만들 정도로 꼼꼼히 준비한 보고였다. 설 연휴 동안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겠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시험공부에 전념하겠노라 선언했다. 아빠는 기뻐했고 엄마는 걱정을 표했지만, 두 분 다 여느 때처럼 나를 믿고 응원해 주셨다. 가족 지지를 등에 업으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중
나의 자산
평생 쌓아온 학업 성공 경험. 대학에서 겪은 크고 작은 좌절과 실패. 이 모든 것에서 비롯된 자신감과 자기 확신.
장기전으로 갈수록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 초연함.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키운 독해력과 언어 민감성.
온갖 수단을 활용해 기분을 조성하는 자기 관리. 특히 올해 들어 음악, 옷, 향수, 시집, 샤워, 식사 등 오감을 동원하여 나 자신을 어르고 달래는 방법에 통달하였다.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마음. 법학적성시험은 내가 재밌어하는 공부의 전형이다. 지난 한 달간 방학임에도 매일 학교나 카페를 찾으며 공부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나의 약점
학기 중 시험공부와 졸업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 적지 않은 수강 학점, 그중에서도 교육실습이 치명타일 수 있다.
경제적 문제. 우선 수업료는 해결 가능하다. 다른 기회를 꾸준히 탐색해 보자.
시험 시기. 나는 더위를 많이 탄다. 계절 변화에 따라 체력과 기분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계획을 세워 상황을 통제하려는 성향. 스스로 부과한 일에 너무 부담 갖지 말자. 긴장감을 유지하되 유연하고 여유로운 자세로 임하자.
생각이 깊다. 때론 지나치게. 풀이마다 사고 과정을 추적하여 개선책을 찾는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법학을 공부한 이력이 없다. 법학적성시험과 기존 전공과목에서 충분히 학업 역량을 증명할 수 있도록 높은 성적을 얻어야 한다. 이외 이번 학기 작문 수업에서 관련 주제를 선정하거나 법학 강의를 청강하는 노력을 기울여 볼 수 있겠다.
활용 가능한 기회
정량적인 서류 심사 요소. 나이가 어리고, 학점이 높고, 영어 성적과 봉사활동 시간도 충분하다.
공부하기 최적인 환경. 교육관과 법학관이 가까워 방학에도 간혹 로스쿨생을 마주친다. 바로 집 앞, 공부에 집중하기 좋은 시설이 여럿 위치해 있다.
주변 사람들. 나와 궤를 같이 하거나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많다.
이번 학기 영어 회화 수업을 수강하면서 자칫 공부하느라 부족할 수 있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채울 수 있겠다.
대비해야 할 위협
약점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학기 병행이 부담이다.
오래 앉아 공부하다 보니 목이나 허리에 무리가 갈 우려가 크다. 신체 건강은 전반적인 컨디션에 직결되므로 늘 곧은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너무 무리한 운동은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어렵고, 일단 오전 스트레칭이 최소한의 조치다. 취침 전 정리 스트레칭하는 습관을 들일까. S 선배처럼 독서대 사용도 고려 중이다.
예능을 좋아한다. 맑은 정신 상태를 지속하기 위해 불필요한 영상 시청을 자제하자. 방법은 간단하다. 영상 서비스 구독을 전부 취소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면 된다. 행동주의에 근거하여 좋아하는 콘텐츠를 보상으로 활용할 방안까지 고안해 보자.
시작
나와의 약속 하나.
매주 유연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신 주간 계획은 반드시 해당 주에 마치기를 목표한다. 특히 오답 풀이는 늦어도 이틀 안에 마치기로 약속한다.
나와의 약속 둘.
매일 공부할 곳을 찾아 등교하겠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면 되도록 오전 9시 이전에 외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그러려면 수면 시간도 잘 관리해야 한다. 자정 넘어서까지 잠 못 이루는 일이 없도록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와의 약속 셋.
미래를 바라보며 공부한답시고 현재를 내팽개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 공부를 하는 지금 이 시기도 내 인생이고 내일과 동등한 하루다. 즐겁고 지속 가능한 일상을 만들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