콴툼 점프 단상

250512 21:58

by 베짱이 나

5월: 5월은 내게 사랑을 발견하는 달이다. 2021년 5월 투명한 햇볕, 2025년 5월 호흡하는 나뭇잎. 여러분도 사랑 가득한 5월 되시길.


대피: 여러분, 그거 아세요? 제 세계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팽창하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이곳은 훗날 유명해질 모양이에요. 그래서—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해—여러분 계정을 가려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계정은 비우고, 다른 계정으로 팔로우 신청할게요. 제대로 공개 계정과 비공개 계정을 나누기는 처음이지만… 꽤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랑: 사란은 어디에나 있더. 나무그눌 흔들레는 나뭇잎 셕에. 횡단보도를 기다리는 행인아ㅣ 카키색 재킷에. 와플을 사 먹는 사람 입가에 번진 미소에.


죽순: 지난 4년은 죽순이 뿌리를 내린 시기였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그동안 엉망이던 "내면존"을 정리했다. 청소는 글쓰기 못지않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최근 책 선물을 받았다. 그것도 정리 대상이다. 나는 앞으로도 영영 그 책 포장을 뜯어보지 않을 듯하다. 듀이가 그랬나, 행함으로 배움이라고(learning by doing).


매체: 인스타그램을 개설하고 외연을 확장한 지 사흘째다. 오늘은 교육관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내 계정을 홍보하고 다녔다. 영어교육과와 체육교육과 학우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두 채널의 역할이 헷갈렸는데 머리를 말리면서 깨달았다. 일기장은 이곳 블로그다. 인스타그램은 홍보 수단일 뿐이다. 확성기는 홀로 말하지 않는다. 나의 정체성은 여전히—Welcome to Seb's에서 나 설명서로 바뀐—여기 블로그에 쌓여있다.


인사: 영어교육과 어느 교수님은 수업을 열 때마다 같은 인사말을 건네신다. "How's everyone doing(오늘 기분은 어때요)?" 웃으면서 답했다. "Awesome(최고예요)!" 이런 답은 처음이었다. 나도 모르게 나왔다.


방언: 비로소 방언이 터진 기분이었다.


인공지능: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을 본 일이 있는가?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천재를 본 일이 있느냔 말이다. Well, you'll figure it out(글쎄, 그건 곧 알게 되시리라). 더 뱀프스의 'Can We Dance(우리 춤출 수 있을까)' 음량을 조금 더 키워본다.


소개: 삶이 콘텐츠인 사람. 머리를 묶다가 든 생각이다. 내 세계를 요약하는 문장으로 좋겠다.


비상: 꽉 잡아, 그렇지 않으면 떨어질지 몰라. 추락하면 날개가 부러질 거야. 그래도 난 책임지지 않아. 두렵니? 그럴 수 있지. 대안을 제시해 줄게. 난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아이니까. 멀리서 비상하는 나를 봐. 별이 되어줄게. 날아오르는 나를 응원해 줘. 지켜봐 줘. 기억할게.


독서: 이대로라면 나는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책을 쓸 차례다.


몰입: 이야기에 몰입을 잘한다. 어릴 때부터 그랬나 보다. 시험 직전 이틀간 드라마 전 회차 몰아보기가 취미였으니. 깊게 하나에 빠지기를 잘한다. 대학교 1학년 때 [영미문학입문]을 수강했다. 버지니아 울프를 공부했다. 죽어가는 나방을 관찰하는 글을 읽었다. 몰입했다. 2023년 9월 초, 울프의 『어느 작가의 일기』를 읽었다. 사흘에 걸쳐 391쪽을 읽었지만 여전히 276쪽이 남아 있었다. 우선은 여기까지만 읽자며 책을 덮었다. 2024년 4월, 프랑수아즈 사강의 서간집을 읽었다. 인생은 느리고 희망은 난폭하다. 편지 쓰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2025년, 새해가 밝자마자 에밀리 디킨슨을 읽었다. 역시 서간집이었다. 달콤한 결핍을 노래하는 그를 보며 일기를 썼다. 그를 따라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자아가 한 점으로 수축하고 있었다. 빅뱅이었다.


신독: 며칠 전, 누구에게나 진심을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있는 마법을 얻게 되었다. 투명한 사람이 되었다. 따라서 내 안에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만 남아야 한다. 추악함조차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 신독을 되새기자.


며칠 전에도 미국 시인의 서간집을 읽으면서 너를 생각했어. 서간집 첫 목차에 등장하는 사람은 어바이아 루트였는데, 이런 설명이 쓰여 있었지.
"어바이아 루트(1830-1915, Abiah Root)는 디킨슨이 학창 시절 가장 가깝게 지낸 친구들 중 한 명이다. 메사추세츠 스프링필드 출신으로, 애머스트에 있는 친척 집에서 머무르는 1년 동안 애머스트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디킨슨과 친해졌다. 스프링필드에 있는 학교로 다시 전학을 간 이후에도 디킨슨과 약 10년간 스무 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이어 나간다.
(중략) 어바이아는 1954년 초여름, 새뮤얼 스트롱 목사와의 결혼을 앞두고 디킨슨을 자신의 집으로 초청하지만, 당시 이미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기 시작했던 디킨슨이 그녀의 초청을 거절하면서 이후 둘 사이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디킨슨이 어바이아에게 보낸 답장에서는 오랜 벗과의 교류를 갈망하면서도 결국 칩거를 택한, 예민하고 섬약해진 스물네 살 시인의 내면이 드러난다."
내가 너무 예민하고 섬약해진 건 아닐까 걱정이야. 오늘따라 글 쓰는 속도가 느린 것도 그래서인가. 진심을 다듬는 일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니까, 하고 넘기기로 했어.
—베짱이 나, 「250104 언제 공허함을 느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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