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03
오늘은 유달리 변수가 많았던 하루였다. 아침에는 장학숙 안내 방송 소리에 잠에서 깼다. 사생 중 한 명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그러니 모든 사생은 오늘 중으로 코로나 검사 후 결과를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오늘 하루 내 계획은 이러했다. 1) 오전에 [컴퓨터프로그래밍Ⅱ] 강의를 들으면서 지난 실습 내용을 복습하고 2) 학교로 이동해 3) 동기들과 점심을 먹은 뒤 4) SK미래관이나 근처 카페에서 [교육학개론] 과제를 하다가 5) 16시에 시작하는 선배와의 대화 특강을 들을 예정이었다. 6) 저녁에는 학교 앞 한식집에 들러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7) 장학숙에 돌아와 [한국교육사] 발표자료를 완성하고 8) 친구 생일 편지를 쓴 뒤 9) 21시에 개인 운동을 하는… 완벽하진 않아도 나름 알찬 하루를 보낼 예정이었다. 그런데 눈을 뜨자마자 그 계획 중 절반 이상이 날아간 것이다. 오늘 있었던 약속은 며칠 전부터 잔뜩 기대하던 만남이었는데, 옷을 다 갈아입고 장학숙 외출 확인도 마친 뒤에야 내가 약속에 나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이후 계획이 무산된 하루를 대신하여 혼자서 무언갈 열심히 하긴 했다. 놀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정확히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하루의 시작이었다.
치과에 가기 싫어하는 어린아이마냥 코로나 검사를 미루고 미루다 결국 오후 접수가 마감되기 직전인 17시가 되어서야 보건소로 향했다. 한 달 전 보건소에 갔을 때는 아무런 대기 없이 바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던 터라 오늘도 길어야 30분 정도 기다리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여 건물 반 바퀴를 돌고도 한참 남을 만큼 줄이 서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아차 싶었다. 별다른 방법도 없고 딱히 저녁에 급한 일도 없던 나는 결국 2시간을 꼬박 밖에서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처음에는 기다리는 시간이라도 효율적으로 써 보자 해서, 기말고사 준비 계획을 세웠는데 그마저도 핸드폰을 붙잡고 있으니 손이 얼어서 타자를 할 수가 없었다. 코로나에 걸리기도 전에 동상 먼저 걸릴 것 같았다. 기다리는 동안 별의별 생각이 떠올랐다. 두 종류의 기다림에 대한 생각, 목적 없는 바쁨에 대한 생각, 오늘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한 생각, 겨울 음식에 대한 생각,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생각, 첫눈과 크리스마스에 대한 생각… 지난 월요일 오 작가님께서 강조하신 말씀이 떠올라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겨우 휴대폰 메모장에 붙잡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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