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를 몇 번 키워본 적이 있다. 그러나 화분에서 라벤더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무엇이 부족했던지 아니면 내 관심이 버거웠던지 하루가 다르게 비실거리더니 어느 날 죽어 버려 내 가슴을 아프게 했던 식물이다.
두세 번 그런 일을 반복하다 보니 라벤더와 내가 맞지 않은 것 같아 키우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작년 우리 옆집에서 아파트 장날 꽃이 참 예쁘게 핀 제법 큰 라벤더 화분을 거금을 주고 구입하였다. 그리곤 자랑하듯 복도에 내놓고 키웠다.
꽃도 잘 피고 향기도 좋은 라벤더를 보면서 구입할까 말까 고민을 시작할 때쯤 어느 날 아침 복도에 나가니 라벤더가 어디가 아픈지 며칠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 곁에 근심 가득한 얼굴로 이웃이 말한다.
"선생님 얘가 좀 이상해요."
" 왜요? 예쁘기만 한데요."
"밑에서부터 자꾸 죽어가요."
그 말을 듣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렇게 싱싱하던 잎이 짓무른 것처럼 흐물거렸다.
라벤더에 대한 자신이 없는 나도 걱정스럽게 화분을 바라보자 내게 말한다.
"선생님이 대신 가져다 키워요. "
"아니 비싸게 구입하셨잖아요. 그런데 저도 자신이 없어요."
"자꾸 썩어가니 키우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어요."
"저도 라벤더 잘 못 키워요. "
"혹시 화단에 심으면 잘 자라지 않을까요?"
"글쎄요. 며칠 더 생각해 보시고 결정하세요."
그리고 다시 며칠이 지났다.
라벤더 화분이 걱정되어 옆집 복도를 봤더니 라벤더가 싹둑 잘라지고 없다. 이웃의 말을 들으니 짓무르는 게 많아지고 벌레까지 생겨 도저히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라벤더(Lavendar)
라벤더는 쌍떡잎식물 통화 식물 목 꿀풀과 라반 둘라 속에 속하는 25~30 종(種)의 식물로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다. 높이는 30∼60cm이고 정원에서 잘 가꾸면 90cm까지 자란다. 전체에 흰색 털이 있으며 줄기는 둔한 네모꼴이고 뭉쳐나며 밑 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잎은 돌려나거나 마주나고 바소 모양이며 길이가 4cm, 폭이 4∼6mm이다. 잎자루는 없으며 잎에 잔털이 있다.
꽃은 6∼9월에 연한 보라색이나 흰색으로 피고 잎이 달리지 않은 긴 꽃대 끝에 수상 꽃차례를 이루며 드문드문 달린다. 꽃·잎·줄기를 덮고 있는 털들 사이에 향기가 나오는 기름샘이 있다. 물이 잘 빠지는 모래땅에 약간의 자갈이 섞인 곳에서 잘 자라고 너무 비옥하지 않은 땅이 좋다. 햇빛을 잘 받는 남향과 습하지 않은 곳에서 잘 자란다.
꽃과 식물체에서 향유(香油)를 채취하기 위하여 재배하고 관상용으로도 심는다.
라벤더 효능
향유는 향수와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하고 요리의 향료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두통이나 신경 안정을 치료하는 데도 쓴다. 라반듈라 오피시날리스(Lavandula officnalis) 또는 라반둘라 안구스티폴리아(Lavandula angustifolia) 종(種)이 주로 아로마세러피에 사용된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욕조 안에 라벤더를 넣고 목욕을 했으며, 향기가 나도록 말린 꽃을 서랍이나 벽장 등에 넣었다고 한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시대에 출판된 책에는 살균·방충용으로 라벤더가 나오고, 엘리자베스 1세가 라벤더로 만든 사탕과자를 좋아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라벤더 추출물에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은 활성산소를 억제하여 피부 노화를 방지하고, 미맥에도 효과가 있어 멜라닌 색소 생성을 억제하여 피부를 맑게 해 주고 피부를 진정시켜 피부 순환을 활성화하여 피부 트러블을 완화해 준다. 그 외에도 항균, 항염 효과도 있다.
라벤더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4세기 고대 그리스 식물지 데오프라테스이다. 고대 로마에서는 약용식물로 이용해왔으며, 중세 로마에서는 라틴어인 라벤듈라로 부르고 공중목욕탕에 라벤더를 넣거나 옷에 벌레가 달려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탁할 때 향기를 이용했다고 한다.
라벤더의 어원은 씻다는 의미의 라틴어 'Lavare'에서 유래되었다.
중세에 수도원에서 행해지는 의료 행위에 라벤더가 많이 이용되어 많은 양의 라벤더가 필요하였고 라벤더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1600년대 유럽을 휩쓸던 페스트로 런던에서 1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교회에서 공기 정화를 위해 라벤더를 태웠다. 이 때문에 라벤더 가격이 급등하자 라벤더를 따는 소녀들이 등장했다고 한다.
라벤더 전설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떤 나라에 귀여운 막내 공주가 있었다.
어느 날 이 귀여운 막내 공주는 우연히 본 이웃나라의 막내 왕자를 짝사랑하게 되었다.
왕자가 말을 타고 다니는 들판에 나가 혹시 막내 왕자를 만나지 않을까 거의 매일 왕자를 기다렸다. 어쩌다 막내 왕자와 마주치기도 했지만 왕자는 공주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가버렸다. 왕자를 향한 공주의 짝사랑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다.
막내 공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직접 왕자를 만나 고백하기로 결심을 하고 들판에서 왕자를 기다렸다. 막내 왕자가 나타나자 공주는 용기를 내어 사랑을 고백했다. 그러나 막내 왕자는 가타부타 말이 없이 공주에게 입맞춤을 하고 떠나가려 하였다.
마음이 조급해진 공주는 왕자에게 물었다.
"저를 사랑하지 않으신가요?"
그러나 왕자는 빙그레 웃더니 말을 몰아 떠나가고 말았다.
공주가 고백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왕자의 나라는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하게 되었다. 혹시라도 왕자가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던 공주는 전쟁터로 향하는 왕자에게로 달려갔다.
이번에도 왕자는 아무 말 없이 공주에게 미소만 지어 보이며 전쟁터로 떠나갔다. 그렇게 왕자가 전쟁터로 떠나간 뒤 공주는 왕자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하게 기도했다.
공주의 기도 덕분인지 왕자의 나라가 전쟁에서 승리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공주는 기쁜 마음으로 왕자를 만나려고 달려갔다. 하지만 개선하는 이웃나라 군대의 진영에 왕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왕자는 전쟁터에서 죽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막내 공주는 슬픔을 견딜 수 없어 왕자와 입맞춤한 그 들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런데 공주가 사랑한 이웃나라 막내 왕자는 말을 못 하는 장애인이었다. 왕자도 공주를 사랑했지만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공주가 알면 실망을 할까 봐 그런 사실을 차마 알릴 수 없었던 것이다.
용기가 부족했던 왕자는 자신의 마음을 공주에게 알릴 수 없었고,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공주는 왕자의 사랑을 알지 못한 채 두 사람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안타깝게 죽고 만 것이다.
공주가 죽은 뒤 1년이 지난 뒤 두 사람이 입맞춤하고, 공주가 목숨을 끊은 그 들판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 그 꽃이 라벤더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