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꽃
햇살이 부서지는 오후,
걷던 길 위로 문득 향기가 흘러왔습니다.
눈을 들어 바라보니,
하늘에서 보랏빛 물결이 조용히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등나무였습니다.
긴 시간 기다린 사람처럼,
말없이 흘러내리는 꽃잎들 속에서
나는 문득 어떤 ‘기다림’의 이름을 떠올렸습니다.
꽃말이 ‘사랑의 인내’라 하더군요.
그 사랑은 결코 떠들썩하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덩굴을 따라 마음을 내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등나무 아래에서
잊히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지도요.
봄이 건네는 가장 조용한 인사,
그건 어쩌면 등나무가 흘려보낸
보랏빛 그리움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기다림이 되어 흐른다, 등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