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이야기
나는 까마중입니다.
여름의 들과 화단, 밭둑 어디서나 검은 구슬 같은 열매를 주렁주렁 맺고 서 있지요.
사람들은 흔히 나를 잡초라 부르지만, 사실 나는 누군가의 입술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던 추억의 열매였습니다.
어린 날, 아이들은 나를 따서 몰래 입에 넣곤 했습니다.
익은 열매는 달콤 쌉싸래한 맛으로 여름의 간식이 되었고, 손끝에는 보랏빛 물감이 번지듯 남았습니다.
그 기억 속에서 나는 그저, 소박하고 순수한 들풀의 이름이었을 뿐이지요.
하지만 내 속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착한 소년이 앞을 보지 못하는 어머니를 위해 신비한 약초를 찾았습니다.
그 약초는 맹독을 품고 있었지요.
소년은 자신의 두 눈을 바쳐 어머니의 눈을 뜨게 해 달라 기도하며 약초를 끓여 마셨고, 마침내 까맣게 익은 열매가 맺히는 풀로 변해버렸습니다.
그것이 바로 나, 까마중.
그래서 내 이름 속에는 희생과 그리움, 그리고 동심의 이야기가 함께 숨 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까마중’이라 부른 것도 그 까만 열매 때문이랍니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듯 익어가는 검은 구슬, 그 색이 이름이 되어 오늘까지 전해져 왔지요.
나는 작고 하얀 별 모양의 꽃을 피웁니다.
그 꽃이 떨어지고 나면 까만 구슬 같은 열매가 매달립니다.
누군가는 나를 ‘독초’라 부르기도 하지만,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약초가 되었습니다.
잎과 줄기, 뿌리를 달여 간과 신장을 돌보는 데 쓰였고, 내 까만 열매 속 안토시아닌은 눈을 보호하고 피로를 덜어주었지요.
그러니 나를 향한 평가는 언제나 두 갈래였답니다.
달콤한 간식이자, 약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하는 풀.
나는 흔들리며 자랍니다.
잡초라 불리면서도, 아이들의 입술과 손끝에 남아 추억이 되며, 어머니를 위해 자신을 바친 소년의 이야기로 남습니다.
그것이 나, 까마중의 삶이지요.
오늘도 아파트 화단 구석에서, 밭둑의 작은 흙길에서 나는 여전히 자라고 있습니다.
혹시 발걸음을 멈추고 작은 검은 열매를 발견한다면, 나를 기억해 주세요.
나는 까마중.
당신의 여름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던, 순수한 그 시절의 풀입니다.
https://youtu.be/mg7iJ8sd0TY?si=KMEltc960trx9qZ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