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의 탄생화
12월 3일의 탄생화, 라벤더: 보랏빛 향기에 담긴 기대
안녕하세요. 저는 12월 3일의 탄생화, 라벤더(Lavender)입니다. 제 이름을 들으면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그윽한 보랏빛 향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단지 향기로운 허브 그 이상으로,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기대’와 ‘치유’의 상징으로 살아왔습니다.
오늘은 제가 지닌 이야기를 제 목소리로 들려드릴게요.
저의 이름 ‘라벤더’는 라틴어 lavare — ‘씻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고대 로마인들은 목욕할 때 제 꽃을 물에 띄워 심신을 정화했고, 상처를 소독하며 향기로 피로를 풀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 향을 ‘영혼을 씻어내는 향기’라고도 불렀답니다.
제 꽃말은 ‘기대(Expectation)’입니다. 보랏빛이 주는 평온함 속에는 언제나 다가올 좋은 일에 대한 설렘이 숨어 있습니다. 저는 늘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 작은 희망과 기다림을 어루만져 드리고 싶습니다. 향 하나로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제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로마 시대에는 귀족들의 목욕탕에 제 향이 가득했고, 중세에는 수도원 정원에서 약초로 길러졌습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라벤더 사탕을 즐겨 먹었다고 하지요. 유럽의 주방과 서랍 속에는 언제나 말린 라벤더 꽃이 들어 있었습니다. 향기만으로도 병을 멀리하고, 불면의 밤을 달랠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한편, 어떤 전설에서는 제가 ‘침묵의 꽃’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던 공주의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서 제가 피어났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 향을 맡으며 “대답해 주세요”라고 속삭였다고 하지요.
수많은 화가들이 저를 사랑했습니다. 프랑스 프로방스의 끝없는 라벤더 밭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강렬한 색채 속에서 태양과 열정으로 피어났고,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정원에서는 부드럽고 평화로운 보랏빛으로 번져갔습니다.
인상파 화가들에게 라벤더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빛과 향기의 화음’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저는 자주 등장합니다. ‘프로방스의 연인’이나 ‘라벤더 힐의 부인들’ 같은 작품에서 제 향은 추억과 그리움, 그리고 삶의 재시작을 상징했지요.
음악가들은 제 향을 피아노 선율로 옮기려 했고, 시인들은 저를 ‘시간이 머무는 향기’라 불렀습니다. 예술가들에게 저는, 영감의 시작이자 휴식의 끝이었습니다.
나라별로 사람들은 저를 조금씩 다르게 사랑해 주셨어요.
프랑스에서는 ‘평화와 순결’의 상징으로, 프로방스 지방의 라벤더 축제는 해마다 여름을 여는 가장 아름다운 행사입니다.
영국에서는 ‘귀부인의 향기’로 불리며, 오래전부터 향수와 린넨 주머니 속 필수품이었지요.
일본에서는 ‘휴식과 맑은 마음’을 의미하며 홋카이도의 후라노 라벤더 밭은 여행자들의 낭만의 성지로 사랑받습니다.
한국에서도 저를 ‘보랏빛 치유의 꽃’이라 부르며, 심신 안정의 아로마로 애용하지요. 저는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속 평화를 지켜주는 향기로 존재해왔습니다.
저는 단지 향기로운 존재가 아닙니다. 저의 향은 불면을 잠재우고,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켜 줍니다. 아로마 오일로는 두통을 완화하고, 화상이나 벌레 물림에도 도움이 되지요. 다만, 제 향에 민감한 분들은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저는 자연의 선물이지만, 적절한 양과 존중이 필요합니다.
저는 햇빛을 사랑합니다. 하루에 여섯 시간 이상 햇살을 쬐어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물은 자주 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과습을 싫어해요. 건조한 흙과 바람이 통하는 곳에서 저는 가장 향기롭게 자랍니다. 장마철에는 물이 고이지 않게 꼭 신경 써주세요.
마지막으로
저, 라벤더는 언제나 ‘기대’라는 마음을 품고 피어납니다. 제 향기가 당신의 하루에 잔잔한 위로가 되어,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일들을 기다릴 수 있는 힘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보랏빛 저녁 하늘 아래서, 당신의 마음도 제 향기처럼 고요하고 따뜻하길 바랍니다.
오늘도 제 향기를 닮은 기대와 설렘이 당신 곁에 머물기를 바라며,
저는 라벤더였습니다.
https://youtu.be/Nwlg9DH1mzA?si=o43tr-QNGfXQ33q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