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시 23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애타게 그리워하는가' *
아버지 칠순 잔치 때 자식들이 불러드린 노래
아버지 세상에 오시던 순서
허공에서 먼지로, 별로, 흙으로, 육신으로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했기에
이토록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나'
떠나는 아버지 무덤가에서 목청껏 불러드린다
이제, 아버지
먼 길 되짚어가신다
육신에서 흙으로, 별로, 먼지로, 허공으로
노래 끝나 눈 떠보니
하늘은 눈 시리게 맑고
먼 산 이곳저곳 봄 정취 완연하다
아버지 다시 오시겠구나
아지랑이로 따순 볕으로
몸 낮춘 민들레로
아버지 천천히 뉘어 드린다
서서히 일어나실 수 있도록
* 안치환의 노래 <우리가 어느 별에서>
담양군 수북면 궁산리 삼인산 등성의 한 자락,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부터 내 아버지까지 대대로 이 세상 여행 끝낸 선대들이 눕는 자리이다. 아버지를 뉘어드리기 위해 관을 메고 올라왔다. 등성이가 가팔라 인근 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나도 이 산자락에서 굽어 보이는 어느 집에서 태어나 들판을 뛰어다니며 놀았고 때론, 이 산 어드매를 친구들과 헤집고 다니고 몸을 키웠다. 난 자리 논 자리 누운 자리가 같은 셈이다. 아버지, 이런저런 꿈을 꾸며 잠시 객지를 떠돌았지만 이제, 말없이 이곳으로 다시 왔다.
묵직한 베이스톤의 목청이 좋으셔서 가끔씩 노래 한 자락 뽑으면 주변 공기를 들썩이게 하시던 아버지, 그 시골 깡촌에 살면서 떡! 하니 전축을 들여놓고 아침이면 LP판을 걸어 볼륨을 최대로 높이는 낭만을 가졌던 아버지, 면소재지로 이사를 하고 피아노를 조금 치실 줄 알던 엄마를 위해 검은색 윤기 자르르 흐르는 한일 피아노를 월부로 들여놓던 대책 없는 아버지, 없는 형편에도 철마다 명절마다 자식들 꼬까옷 꼬박꼬박 챙겨 입혀 주눅 들지 않게 해 주셨던 아버지, 시골 농촌에 살아가면서도 농사를 짓지 않았던 이상한 아버지, 팍팍한 살림살이 속에서도 유머와 재치로 우리들을 웃겨주시던 아버지, *이제, 어머니 대지의 품으로 들어가시기 전, 이생에서의 마지막 작별 리추얼로 무엇을 해드릴까? 노래를 불러 드리기로 마음을 모았다. 칠순잔치 때 자식들과 손주들이 불러드렸더니 흐뭇해하시던 그 노래. ‘우리가 어느 별에서’. 눈물도 흐르고, 목이 메고, 오열도 터져 나왔지만 네 형제 모두 마지막 소절까지 정성 다해 불러드렸다. 고마운 마음과 그리운 마음 담아 쓴 편지, 가슴 여며 고이 넣어드리고 고운 흙으로 아버지 몸 덮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