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시 27
봄바람 / 김 O 자
가망 가망 아무도 몰래
보자기에 선물을 넣었다
누굴 줄려나?
아!
마음이 따뜻한 친구에게
줄려나 봐
나도 줄려나?
가망 가망
내 마음에 손을 넣어본다
얼마나
따뜻한지…
아기 호박 / 김 O 자
높디높은 나무 가지 끝에
대롱대롱 그네 타던 아기호박
어느 사이 어른이 되었어요
바람이 쌩쌩 불어왔어요
어! 어떡해? 어떡해?
툭! 엉덩방아를 찧었어요
아!
차라리 올라가지
말 걸
엄마의 천국 / 김 O O
낙엽들이 제 어미 대지의 품으로
돌아가는 이때
가로수 밑에 차를 멈추고
엄마의 시를 읽습니다
언젠가 들었던 노년의 피카소의 말
'화가로서 지난 생을 돌아보니
어린아이의 순수한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한평생을 보냈다'는 그 말
따순 봄바람을 대롱거리는 아기 호박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흔둘의 우리 엄마
'천국은 어린아이와 같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는 예수의 말
당신이 이미 가 계신
그 천국에 저도 가고 싶네요
아버지 먼저 가시고 홀로 남으신 엄마. 사랑하던 이가 없는 날들이기도 했지만 이젠, 오롯이 자신과 마주해야 할 시간이기도 했다. 엄마는 자신의 생 앞에 툭, 던져진 낯선 날들을 문 열어 반겨주었다. 그 시간의 양탄자를 글이라는 씨줄과 그림이라는 날줄로 엮어나갔다. 붓을 들고 캔버스 앞에 앉아 있더니 급기야 00문학반에 들어가 펜과 노트를 그러안았다. 모든 공부란 '시간의 딸(filia temporis)'이라고, 딸들은 자라나 글을 잉태(conceptio)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당신이 쓰신 글을 자식들에게 보내왔다. 엄마의 글은 수필도, 시조도 아닌 동시였다. 왜 동시였을까? 오래 헤아려보았다. 엄마에게 직접 물어보지 못하고 홀로 짐작했다. 파란고해波瀾苦海 였던 엄마의 온 생을 버티게 해 준 그분, 걸릴 것 없는 바람 같은 예수의 말, 노년에 이르러 예술을 통찰하고 농축해 낸 에스프레소 같은 피카소의 말. 엄마는 본능적으로 그 의미들을 몸으로 알아차렸던 것은 아닐까? 어느 늦은 가을날, 엄마가 새로 쓴 동시를 보내왔다. 출장 가던 길을 멈추고 엄마의 글과 대화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