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시 12
초저녁, 낚싯대를 거두어 돌아오던 어느 날
살아가는 일이 낚시질과 같다는 생각 하나 스친다
낚싯대 몇 자루, 의자 하나, 미끼 한 통, 가방에
집어넣고 집을 나서
넓디넓은 물가 한 귀퉁이에 웅크리고 앉아
고기를 낚아 보겠다고
눈 비비며 앉아있는 모양새라니
크나큰 월척, 모두가 바라는 대어를 기대해 보지만
걸려드는 고기들은 양에 차지 않는 6치, 7치, 8치뿐
드넓은 이 강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물고기
누구누구는 대어를 낚았다는 풍문도 들려오지만
강가 한 귀퉁이 차지하고 앉아 드리운
나의 낚싯대와 바늘엔
시간의 물살만이 빨리도 스친다
물가에 드리운 낚시질이야 시원한 풍광과
잔잔한 물결이라도 눈에 담고 돌아설 수 있다지만
삶이라는 드넓은 강가의 낚시질은
무엇을 바람이며 무엇이 남을 터인가
초라한 조과를 뒤로한 채 돌아오는 저녁이면
불현듯, 저 강이 서러워 보이는 건
낚지 못한 고기에 대한 회한 때문일까
어둠에 잠겨가는 넓고 깊은 강 때문일까
비트코인과 태평양 건너의 무슨무슨 주식 이야기가 세간을 세차게 휘감던 때였다.
정신과 영혼을 메마르게 하는 말들이 웅웅 거리고, 마른 잎처럼 서걱대는 만남에 치일 때면
떠나야 한다는 신호가 감지된다. 잠깐이라도 일과 세상과 사람을 등지고 물가에 앉아야 했다.
바람소리에 귀를 씻고, 순하게 뒤척이는 물결과 먼 산의 초록에 오래도록 눈을 맡겼다.
잔잔한 수면, 제 힘만으로 힘차게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과, 제 새끼들을 거닐고 노니는
물병아리들이 죄 없는 삶이 무엇인지 넌지시 내게 알려주었다.
그렇게 한나절 강가에 머물고 돌아오면 삶은 조금 더 견딜 만 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