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시 5
철통 같은 경비의 시대에
왜 우리는 불안한가?
실시간 접속이 가능한 시대에
왜 우리는 외로운가?
버리는 일이 다반사인 시대에
왜 우리는 허기져 있는가?
과밀한 도시가 넘쳐나는 시대에
왜 우리는 고독한가?
빛의 속도로 지식과 정보가 배달되는 시대에
아직도 무엇을 기다리는가?
도대체
모를 일이다
10여 년 전의 일이다. 십 수년째 취직열망 상위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공기업에서 인문학 강의 요청이 왔다. 강의 내용과 일정, 시간 등을 담당자와 의논했다. 이런저런 의논 끝에 스쳐 지나가는 일회성의 교양강좌가 아닌 10회가 넘어가는 긴 호흡의 인문공부를 진행하기로 했다. 더불어 조금 더 욕심과 용기(?)를 냈다.
공부과정에서 시詩와 에세이 Essay를 창작하고 발표하며 상호 피드백을 진행해 보기로 했다. 담당자는 조금 놀라고 머뭇거리는 눈치였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가능할까요?”라는 속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밀어붙였다. 언제나 그렇듯 시절 인연과 기회가 닿는 소중한 이들과 삶을 건드리고 어루만지는 인문공부를
추구해 왔으니까. 강좌가 시작되던 날, 회사의 정문으로 들어서는데 과연 명성에 걸맞은 외관이었다. 하늘로 쭉 뻗은 고층건물, 이중삼중의 철통보안, 무엇보다 강좌를 진행할 회사 내 도서관은 웬만한 지자체의 도서관보다 넓고 쾌적하고 멋스러웠다. 강좌의 중반지점이 넘어갈 즈음부터는 직원들이 창작해 온 시와 에세이를 함께 발표하고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팀장이며 중년남자였던 첫 발표자가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비닐봉지에 자신을 빗댄 시詩를 발표하던 중
울컥하는 바람에, 초반부터 진하고 무거운 공기가 안개처럼 바닥을 맴돌았다. 연이은 1년 차 여성사원이
매일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다닌다는 사연의 에세이를 발표할 때는 그만 울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젊은
사원의 시를 듣던 과장도 눈물을 훔쳤다. 눈물을 훔치던 과장은 강좌의 끄트머리 즈음에 다소 망설이는 몸짓으로 자신의 시 2편을 조심조심 읽어 내려갔다. 홀로 있는 쓸쓸한 밤의 연속이 점점 버거워진다는 이야기였다. 그녀의 속마음과 영혼의 언어 또한 앞서 부하직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떤 외피를 두르고 있는지와 상관없는 일과 삶의 버거움과 영혼의 갈증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흘러가는 분위기를 일부러 막아서거나 첨언하지 않고 온 힘 다해 귀 기울여 들었다. 화려한 건물 속 그들의 진실한 이야기들을.
그날 저녁, 잠을 청하고도 오래도록 뒤척였다. 그러다 알아차렸다. 우리 모두는 아직 오지 않은 무언가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며 풍경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던 새벽녘, 잠을 물리고 책상에 앉아 그 생각을 정리해 두었다. 이후의 강의자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