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는 자연이다.
전투신으로 시작한다.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싸움.
콧물, 재채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눈으로 번지면, 거의 초주검 상태라 본다.
눈이 너무 많이 가렵고,
흰자위가 벌겋게 물들어 흉측하다.
그러다 잠시, 숨을 고른다.
휴전이라 불러야 할까.
절기(節氣)는 곧 공기의 변화다.
내 코와 눈은 그 어려운 24 절기를 몰라도,
아주 정확하게 감지한다.
한 해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각각 6개씩,
모두 스물넷,
계절의 변화를 자연의 기운이 바뀌는 시점으로
갈라놓은 것이다.
그 자연의 기운을
내 코가, 내 눈이 먼저 느끼다니,
이거 참 대단하지 않은가?
지난 23일이 처서였단다.
여름의 끝자락. 가을의 시작이라고 한다.
해마다 이맘 때면 나의 코와 눈은
그 기운과 싸우느라 기진맥진한다.
쌓여가는 휴지 더미와 소금물 가글 자국은
긴 전투의 흔적이다.
알레르기 안약의 마지막 방울을 아쉬워하며,
머릿속으로는 수차례 병원을 다녀온다.
그러다 자연의 기운이 수그러들면
나의 코와 눈도 제자리를 찾아간다.
목표는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다.
가끔씩 굴복하여
그 조그마한 통 속의 액체를 얻어 오지만,
'다시는 의존말자'는 다짐은 늘 무색해진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그 바뀐 기운에 의연히 맞서서,
버텨보려 애쓴다.
비록 눈과 코는 괴롭지만,
이 또한 내 몸이 자연과 맞닿아 있다는 증거다.
누구보다 확실하게
계절의 문턱을 체감하면서도,
'숨'을 보며 맞이한 아침은 그래도 감사하다.
완전 패전으로 병원행을 결정했다면,
숨을 볼 생각조차 못했을 거다.
서둘러 챙겨 집 밖으로 나가야 했을 테니까.
그런데, 잠시의 이 멈춤이
다음 절기 때까지 계속 이어지리라 희망한다.
72년간의 긴 휴전도 있지 않은가.
알레르기와의 임시 평화도
고작 석 달 남짓일 뿐이다.
아이러니하게 계절마다 치르는 이 전투에
나는 거의 대비를 하지 않는다.
그저 온몸으로 맞닥뜨리고, 버티고 또 버틴다.
풀고, 닦으며, 참으며.....
자연에 감히 역행할 수 있겠는가?
절기에 덤벼들 수 있겠는가?
이 한 몸 얼마나 작고, 약한데.
나 또한 자연.
결국 이어져 있는 존재.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어떻게든~
잠시 찾아온 이 고요한 틈에
나는 또 쓰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