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멋대로 영화 감상
독립영화 〈딸에 대하여〉를 봤다.
시작부터 끝까지 인물들의 시간 속으로 깊이 들어간 듯했다.
요양보호사 주희는 연고 없는 치매 어르신을
정성껏 돌본다. 어느 날, 딸(그린)이 7년째 연애 중인 동성 연인(레인)과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 딸, 딸의 연인이 한 집살이를 시작한 것이다.
주희는 어르신을 홀대하는 세상 사람들의 야박함에 분노하면서도
딸의 삶 앞에서는 여전히 닫혀 있어 그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다.
주희에게 가족이란 딸 그린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린에게 가족이란 연인 레인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희는 레인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같은 ‘있음’이 서로에겐 ‘없음’이 되었다.
그러면 가족이란 대체 무엇일까?
많은 생각이 밀려왔다.
가족만이 아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돈이 '있다'는 것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없다'일 수 있다.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바로 자신이다.
내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세상은 전혀 다른 풍경이 된다.
그러니 있다고 늘 좋은 것도 아니고,
없다고 늘 나쁜 것도 아니다.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다.
영화는 주희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가는 변화를 보여주며, 열린 결말로 끝난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는 ‘없다’가 ‘있다’로
전환되는 이야기라고 이해했다.
결국, 있음과 없음은 다르지 않았다.
본래 둘이 아니었다.
아름답고, 경이롭지 않은가.
무슨 사연이든, 어떤 현실이든
내가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웃음이 되기도, 눈물이 되기도 한다.
흔한 말이지만,
오늘은 그 의미가 묵직하게 꿈틀대며 다가왔다.
그 외에도 퀴어. 차별과 불평등. 세대와 젠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에게 아주 큰 덩어리를 던져준 위대한 영화이다.
큰 거 하나 배웠다. 보고 쓰면서~
영화 <딸에 대하여>, 꼭! 꼭! 보기를 권한다.
참, 주인공 주희역을 맡은 배우는 독립영화계의 퀸이자 대모라 불리는 오민애님 이다.
사실, 나에겐 아직 낯선 배우였다.
‘폭삭 속았수다’의 관식 엄마, ‘더 글로리’의 도영 엄마라 하니,
그제야 얼굴이 또렷이 떠올랐다.
이 영화로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 배우상을 수상했다니, 나도 기쁘다.
그녀 또한 '있고, 없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삶을 살았기에
저렇게 절제되고 섬세하면서도 살아있는 연기가 나온걸 거다.
영화는 끝났지만,
나는 여전히 그들의 시간 속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