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호야, 반가워~

테트라포드와 초소

by 화니

늦여름 구월 어느 날, 오랜 친구 다섯과 묵호로 갔다.

부전역에서 출발해 동해남부선 열차로 5시간. 피로감을 기본값으로 안고 시작한 여행은,

첫날, 만 이천 보, 둘째 날, 만 팔천 보를 기록한

오르내리락 뚜벅이 여정이었다. (친구들은 더 걸었죠^^)


간 곳도 많고, 본 것도 많고, 문 것도 많고, 든 것도 많고, 안 것도 많았다.

넘치는 여행.

활기차고, 아름차고, 숨까지 찬,

, 내 다리의 극한체험이

오늘을 기적처럼 만든 여행이었다.


그녀들의 건강한 체력과 선한 에너지를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다.

조금이라도 물들길 바라며,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준,

앞도 뒤도 다 아름다운 다섯 녀들이여,

정말 정말 고맙다.














아기자기한 골목길과 광활한 동해의 해파랑길은 묵호의 상반된 매력을 맘껏 보여주었다.

그중에서도 내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긴 것, 둘.

한섬해수욕장의 테트라포드와 버려진 초소.


첫 번째는, 한섬해수욕장의 테트라포드(방파석). 누군가의 기획과 예술적 손길,
그리고 노동이 깃든 결과물이었다. 그 모두의 노력에 나는 마음을 보냈다.



오랜 세월, 해변을 지켜온 바위덩어리들은

흉물이 되어 있었다.

시커멓게 변하고, 온갖 이끼로 더럽혀지고,

풍파에 시달려 군데군데 움푹 파이고,

더러는 사라져 버리고.

남은 덩어리들끼리 늘어선 무질서,

틈 사이사이 뿌리내린 질긴 잡풀들.

그 모습에 쓸쓸함과 허망함이 밀려왔다.


그런데 그 속절없는 흔적 위로 새로운 탈바꿈을 위해 애쓴 손길이 더해졌다.

노랑, 연보라, 민트, 파랑으로 색을 입히고,

꽃 그림과 감성 문장으로 다시 태어난 테트라포드.

죽어가는 해변은 감성 포토존으로 거듭났다.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해변을 살려낸 예술성과 노동,

그리고 아름다운 마음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몰려오는 파도, 부드러운 모래,

틈마다 피어난 잡초들까지 다시 내려다보며,

마음속에, 눈 속에 꾹꾹 눌러 담아보았다.


두 번째는, 묵호 해파랑길 숲길에 덩그러니 덩굴 덮인 초소였다.
멈칫하고 나도 모르게 고개 숙였다.

두 명 정도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비좁고, 딱딱하고, 춥고, 덥고, 외로운 시멘트 공간.

덩굴과 잎사귀, 거미줄로 시간을 쌓아 올린 망루에서,

망망대해 동해를 불철주야 눈 부릅뜨고

지켜 서 있던 어린 병사들의

책임감, 긴장감, 고립감, 경계심, 두려움이 오롯이 전해왔다.

철거하지 않고 내버려 둔 이유가 바로 이것 아닐까.

전쟁의 비극과 참담함을 상기시키며,

인간의 존엄을 지켜내라는 명령.


이틀 꼬박 묵호를 눈으로, 마음으로

완전정복해 뿌듯하다.

앞도 뒤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안’까지 다 아름답고 뭉클했던 묵호 여행.

그녀들과 함께한 웃음과 발걸음.

무코야, 반가웠어. 고마워 ♡


글은 여기까지인데, 제 오지랖은 여기서 시작 �

묵호에서 우리가 거친 여정을 순서대로만 남겨봅니다.


1일차

동해남부선 부전역 출발 ~ 묵호역 도착 (15분 모자라는 5시간)

열차 안 각자 도시락 점심 (주는 걸 받다보니, 내 양 보다 훨씬 더 먹었다는~)

연필 뮤지엄 (휴관), 여행책방 ‘잔잔하게’

라운드어바웃 (흑임자 커피, 휴무)

묵호 청년몰 (아기자기, 오목조목 기념품 구입)

묵호 등대 펜션 체크인

논골담길 투어 (등대 · 무코아 소품가게 · 말똥 도너스 · 나포리 카페)

부흥횟집 저녁

편의점에서 내일 아침거리 구입(계란 등)

밤마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 묵호항 주변)

밤수다 (속 다 내 비춘 진솔한 대화)

2일차

방 안에서 동해 일출 맞이

아침 산책 (논골담길 2차 투어. 나는 패스)

아침 식사 후 체크아웃

등대카페 모닝커피와 오란다

거동탕수육 (오픈런 6번) 점심

생수와 흑임자 인절미 간식 구입

해파랑길 34코스 걷기: 오르락 내리락 숨차!
(묵호역 → 묵호항역 → 가세해변 → 고불개해변 → 천곡항 → 한섬해수욕장 어싱 → 감추사→ 동해역)

동해역 앞, 분식집에서 오뎅탕 · 떡볶이 먹고

기차에서 먹을 저녁거리 포장 (꼬마김밥 · 감자전)

동해역 출발 ~ 부전역 도착 22:31 (4시간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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