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無常)과 중도(中道)
입원 4일 차. 글병이 귓병으로 번진 걸까.
글자들이 빙빙 돌더니, 마침내 세상까지 돌아버려 어지럼병에 걸렸다.
머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세상이 빙글빙글,
일어나면 다리가 휘청거린다.
식사도 쉽지 않다. 숟가락을 들면 곧바로 속이 울렁거려 내려놓기 일쑤.
구토가 이어지고, 몸은 힘을 잃는다.
들어본 적도 없던 병, 전정신경염(前庭神經炎).
몰입은 즐거웠지만,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글은 멈췄고, 몸과 마음은 끝없이 흔들린다.
몸보다 먼저 흔들린 건 마음이었다.
쓰고 싶던 글도, 떠오르던 생각도 모두 멈췄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결국 몸이 버티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또 놓쳤다. 아니, 무지했다.
늦었지만 다시 새긴다.
몸과 마음의 균형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귀가 알려준 가르침이다.
나는 오늘 존재하지만
어제의 나와 다르고, 내일의 나와도 다르다.
그리고 다시 배운다.
무상(無常) — 항상 함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하고, 머물지 않는다.
몸과 마음도 그렇다.
변화를 외면하지 말고 알아차려야 한다.
마음이 흔들려도 몸이 단단하면 버틸 수 있고,
몸이 힘들어도 마음이 중심을 잡으면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아니다. 이 둘의 조화가 먼저다.
그러니 균형을 지키려면,
지금 이 순간의 몸과 마음을 함께 알아차려야 한다.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쓰면서
집착과 무지에서 벗어나는 길.
좋다고 해서 거기에만 집착하지도 않고,
싫다고 해서 무조건 밀쳐내지도 않으며,
아무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빠져들지도 않는다.
이 모든 걸 알아차리며.
균형 있게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죽음을 향해 가는 길목이 다시 보였다.
두렵다...
숨이 멎고, 내가 사라지는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까.
가족과의 이별, 남겨진 일들… 마음이 저릿하다.
그러나 또 다른 마음은 안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진실이며, 누구도 예외가 없다.
어쩌면 지금 겪는 이 어지럼과 구토도 작은 예행연습일지 모른다.
몸은 무너지고, 의식은 흔들리고,
마음은 공포와 마주한다.
그 속에서 나는 다짐한다.
마지막 길 위에서조차 나는 담담하고 싶다.
어둡고 낯선 길이라도,
두려움보다 용기를, 미련보다 감사를,
절망보다 평온을, 절규보다 품격을.
마지막 ‘숨’과 함께, 그 '숨'을 바라보며
고요히 가고 싶다.
그렇게 떠나는 나를 상상하면, 눈물 나게 뿌듯하다.
브런치님들의 몸과 마음의 균형, 그리고 건강과 평온을 기원합니다.
※ 참고
전정신경염(前庭神經炎)은
귓속 평형기관을 담당하는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겨 어지럼·구토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병.
*세 반고리관: 자세·회전 감지 센서
*전정신경: 센서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전선
*전정신경염: 그 전선이 염증으로 망가져서 →세반고리관이 아무리 정보를 보내도
뇌가 제대로 못 받아들이는 상태
*다행히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며 호전되고, 며칠 내로 증상이 가벼워지기도 하지만 완전한 회복까지는 몇 주(3~6주 정도) 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