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의 빨간 맛과 화단의 초록 맛

어느 쪽이 나를 더 살아있게 하는가

by 화니

​주식시장이 치솟는다는 뉴스를 봤다.

매일 들려온다. 마음이 움직였다.

'들어가 볼까.' 아니, 안 할 거야.

'근데 어떤 느낌일까.' 아니, 괜찮아.

이 마음의 진자 운동이 궁금해졌다. 어떻게 될지.


​정보가 쌓이면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생기면 마음이 간다. 안 가본 곳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 그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지금 그 마음이 동하는 것을 가만히 보려 한다. 언제까지 이럴지, 이 호기심의 끝이 어디일지. 굳이 멈추려 하지 않은 채 그저 뚫어지게 내 마음의 파동을 지켜볼 뿐이다.


​수익이 올랐을 때의 그 도파민, 그 흥분. 대강 알겠다. 상상이 된다. 그리고 그다음도.


등산하다 정상 못 가면 아쉽고 억울하고 원망스럽고, 지나고 나면 왜 그랬나 싶어 헛웃음이 나오는 그 감정의 굴곡들.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다.


이제는 꼭 정상까지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예전만큼은 아니다. 지나고 나면, 별다른 게 아닌 걸 아니까.


​그날 수영 가는 길이었다.


아파트 화단에 산철쭉과 영산홍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잎의 색깔, 파릇하게 변하는 잎, 귀여운 꽃망울의 시작. 그걸 보면서 가슴이 흥분됐다. 진짜로.


​건조, 산불, 가뭄 뉴스에 안타까워하다가 이틀 전 비가 왔다. 그리고 매일 지나는 그 식물들이 얼마나 흡족해하는지가 보였다. 오랜 갈증을 식히고, 생명을 꽃피우려는 그 희열이. 화사하게 뽀얗게 이뻐지는 사람의 얼굴처럼.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좋지. 다행이다. 시원하지. 잘 견뎠어. 기특해. 예쁘다."


​젖은 잎을 보며, 잎의 색이 바뀌는 걸 보고 찌릿했다. 진짜로 뭉클했다.


​봄꽃 보러 몇 시간씩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희열도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매일 지나는 길에서 그걸 느낀다. 멀리 가지 않아도,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일상의 평온이 이렇게나 다채롭다.


​도파민은 크고 빠르게 온다.

그리고 빠르게 간다. 다음 자극을 원하게 만든다.


반면 세로토닌은 조용히 쌓인다.

비 맞은 잎사귀처럼, 천천히, 촉촉하게.


​흥분이 나쁜 건 아니다. 생동감도 있다.

다만 나는 파동 없는 고요함이 얼마나 좋은지

이미 알아버렸다. 잘 알기 때문에 낯설지 않고,

낯설지 않기 때문에 다시 그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오늘도, 뉴스 대신 화단을 들여다보련다.


어느 쪽이 나를 더 살아있게 하는가를 묻는다면,

대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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