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설계자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넛지라는 주제를 대하는 다양한 관점부터
실생활에서 빈번히 접하는 다양한 넛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글은 아래 발제문에 대해 25.01.31 독서모임에서 나눈 대화를 기록한 첫번째 대화편임을 밝힙니다.
(대화편은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비자와 생산자로서의 넛지 (1), 발제문 읽어보기
소비자와 생산자로서의 넛지 (2), 첫번째 대화편 (now)
소비자와 생산자로서의 넛지 (3), 두번째 대화편 읽어보기
소비자와 생산자로서의 넛지 (4), 마지막 대화편 읽어보기
오즈 오늘이 첫 미팅이니까 한번 리마인드 하고 가도 좋을 것 같아요.
저번에 우리 연간 회고할 때 그런 결론을 냈었죠. 우리 세 명 모두 책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각자 현재 가지고 있는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해석하는 경향이 좀 있으니, 그러면 각자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는가에 초점을 맞추면 좋을 것 같았어요. 그런 이유로 제가 목차를 이렇게 넛지해 봤고요. 다들 저와 비슷하게 소제목을 적어주셔서 넛지가 성공한 것 같네요.
엠킴 아무튼 훌륭했어요. positive
오즈 positive ㅋㅋ 그리고 또, 우리가 지금 직면한 문제에 다른 독자들도 공감할 것이라는 가설 하에, 조금 정리를 해두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포맷을 구상했어요. 그러면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
오즈 사실 저는 이 글을 정말 심혈을 기울여 썼거든요.
일단 제가 넛지를 생산하는 사람이다보니, 요즘 모바일 프로덕트들이 나를 넛지 하는 게 많이 느껴지고, 근데 그게 마냥 긍정적이기만 하지도 않고 마냥 부정적이기만 하지도 않아서 이 주제를 조금 더 잘 살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많이 들었어요.
이게 결국 우리가 어떠한 사회적인 관계망 속에 속하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건 당연하죠. 그런데도 우리가 부정적으로 느끼게 되는 넛지들은 왜 그런 것이며, 이것은 진짜로 잘못된 건지, 잘못되었다면 어떠한 이유로 잘못되었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면 조금 더 잘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각자가 넛지라는 개념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점을 나누고, 그걸 통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넛지 할 것인가, 어떻게 넛지 당할 것인가에 대해 다 같이 이야기를 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 『넛지』라는 책을 읽으면서 더 강해진 가치관이지만, 내가 타인에게 어떻게 넛지 할 것인가-가 곧 나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관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 주제를 다루는 것이 우리에게 더 많은 가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발제문을 적었어요.
공감하시나요? 이런 이야기에
엠킴 완전 공감하죠. 근데 오즈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저는 사실 넛지를 하는 입장이 아니라 대체로 당하는 입장에 있는 거니까 넛지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와 같은 메타적인 인지가 잘 안 됐다고 해야 되나요?
처음에는 저는 그냥 오롯이 소비되거나 소비하는 입장이잖아요. 유튜브든 어떤 알고리즘이든 아니면 어떤 어플이든 어떤 행동을 유도하게끔 그 사람들이 계획을 짜는 거고 저는 유도 당하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넛지를 하고 있는지 자체를 제가 잘 모르더라고요. 그냥 유도하는 대로 유도 당했던 거죠. 그래서 오히려 저는 이런 수용적인 소비자로서 항상 경계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지금은 너무 프로덕트가 다양하고 서비스도 많아지고, AI를 사용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또 폭증하고 있으니까 무분별하게 정보를 수용을 하게 돼요. 그러면 어떤 넛지는 내가 해도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고 제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 선택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떤 넛지는 나를 돈줄로만 생각하는 서비스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넛지 자체가 어떻게 동작하고 있는지도 알고 좀 비판적으로 사고도 해야 되고… 이런 생각이 좀 들어가지고 되게 좋은 주제였다고 생각해요. 이런 발제문에도 공감하고요.
오즈 좋네요. 방금 엠킴이 말한 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좋은 넛지냐 나쁜 넛지냐에 대한 논의보다 더 중요한 건, 어차피 우리는 넛지를 당하게 되어 있다는거죠. 넛지가 옳고 그르다에 대해서 정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넛지를 당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주제를 가지고 올 때, 엠킴은 AI 알고리즘에 대한 전문 도메인에 있으니까 관련 프로덕트나, 이게 윤리적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푸밍은 만나는 유저가 엄청 다양하잖아요. 근데 그 유저들 중 특히 정보에 취약한 계층이 있을 것 같은데, 그 계층이 대기업의 다크 넛지에 당하는 걸 많이 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푸밍 제 관점이 저런 것 같습니다.
오즈 그래서 이런 관점을 썼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들어오긴 했어요.
엠킴 맞아 저도 공감해요.
오즈 그래서 약간 푸밍이 어떠한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이 주제를 대하고 있는지도 좀 궁금한 마음이 들었어요.
푸밍 여러분은 사실상 제너레이터에 가까운 사람인데, 저는 사실 요즘 얘기를 듣다 보면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되게 negative한 입장이에요. 제가 고른 책을 보고서도 알았어요. 내가 정말 negative하구나…
그러니까 전 이 악의 근원이 페이스북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알고리즘의 흐름을 도대체 인간들이 어떻게 이용해 먹는가가 좀 알고 싶었어요. 왜 이것들이 시작됐고, 어떤 사람들이 넛지에 취약하고 같은 것 말이에요. 근데 그 사람들이 넛지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가 있느냐 하면 오히려 없다는 생각을 사실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더 많이 하게 됐어요. 좀 생각이 많아졌죠.
그래서 적어도 연결고리라도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가 어느 집단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역사적으로 이용해 왔고 앞으로는 이게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오즈 중요한 관점이죠. 사실 그런 관점에서는 『넛지』를 읽으셔야 될 것 같아요.
푸밍 제가 『넛지』를 세세하게 읽어보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 되게 예시가 그냥 계속 이렇게 나열되는 느낌인 것 같아서 오히려 『다크 넛지』를 본 거거든요.
오즈 『넛지』가 오히려 제 질문을 해결하기 어려웠다고 느껴요. 저는 메이커로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넛지해야 할까?의 관점이었는데, 『넛지』는 사회에 퍼져 있는 넛지가 옳은가, 기업과 국가는 어떻게 넛지해야 하는가를 다뤄요. 대표적인 예시가 장기 기증이랑 기후 변화거든요.
엠킴 맞아요. 근데 『넛지』 작가가 아마 오바마 정부에서 일했을 거예요. 그래서 좀 더 국가랑 좀 큰 규모의 관점에서 접근을 하려고 했을 것 같아요.
오즈 사실 그쪽이 좀 재미가 없어서 많이 넘겼습니다… 제 질문을 해결할 수 있는 챕터가 아니었기 때문에 ㅋㅋ 그래서 아주 러프하게 읽어가지고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오히려 푸밍의 질문을 해결하는데에 『넛지』가 더 도움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저도 추천사에 적었지만 확실히 실천서는 아니긴 해요.
푸밍 『다크 넛지』는 그냥 실천서예요. 챕터마다 우리가 다크 넛지를 분별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메커니즘이나, 왜 우리가 이 영향력에 주목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루고, 마지막에는 결국 어떻게 해야하는지가 딱 딱 딱 나와요.
오즈 근데 그 해결책은 좀 어땠어요?
푸밍 저는 좋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명상을 해라-는 얘기가 있었어요. 자기 인식을 강화하는 측면에 있어서 명상이 필요하다고 했거든요.
오즈 아니 『넛지』에도 그 얘기가 나오는데, 많은 책들에서 결국 얘기하는 하나의 결론은 명상이네요!
엠킴 약간 거리 두는 시간을 가져라, 이런 이야기가 꼭 나오거든요.
오즈 전 최근에 회사 분께 추천 받은 책이 있는데, 『이너 게임』이라고 아세요? 테니스 코치가 쓴 책인데요. 얇은 버전이랑 두꺼운 버전 있는데 저는 얇은 걸 읽었어요 ㅋㅋ
근데 이 책 내용이 어떠냐면, 운동이라는 게 사실 제일 본능적인 거잖아요. 근데 그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 비슷하다는거예요. 이 기술 할 때는 라켓을 조금 더 위로 들어야지, 팔을 조금 더 꺾어야지라고 생각하면 잘 안되잖아요. 근데 그냥 자연스럽게 하다 보면 되는 경험. 그 경험을 운동할 때 제일 많이 한다는 거예요. 그 운동하는 사람들의 자아를 분석해 보면 결국에는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본능적인 자아, 생각하는 자아로요.
근데 그 얘기가 『넛지』에 똑같이 나와요! 그래서 인간이 무분별하게 넛지 당하지 않으려면, 좀 더 경제적으로 사고하려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자아가 생각하는 자아한테 제어당해야한다는 메시지였어요. 이걸 위해서는 스스로가 어떤 외부 자극을 받아서 흥분 상태에 있는지를 알아야 된대요.
푸밍 그러니까 결국 또 자기 인식이네요.
오즈 결국 명상이에요.
엠킴 그러네 되게 흥미롭네요.
오즈 아무튼 명상이라는 솔루션이 나오니까 또 공감이 되네요. 그렇구나 『다크 넛지』가 오히려 실천서군요.
푸밍 『다크 넛지』는 진짜 후루루룩 읽어요. 솔직히 한 이틀 만에 읽었어요.
엠킴 저도 저거 하루 컷 했어요.
오즈 『넛지』는 진짜 오래 걸려요. 너무 졸려.
푸밍 살짝 행동경제학의 현대 바이블 수준의 책 아닌가요?
오즈 저희 회사에서 『넛지』 읽기 스터디를 하는데, 매주 목요일 점심 1시부터 1시 반까지 읽거든요? 너무 졸려요.
엠킴 제일 졸린 시간에 ㅋㅋ
오즈 『넛지』 는 책이 좀 졸려…
오즈 그럼 우선 제가 운을 띄우면, 다크 넛지는 메이커의 입장에서 가장 많이 경계해야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모바일 앱 아무거나 써도 다크 넛지 너무 많잖아요. 쿠팡 와우 해지해 보셨어요?
엠킴 저 쿠팡이 되게 영리하다고 생각했어요. 해지 버튼 문구가 ‘혜택 안 받을래요’ 였던 것 같은데요.
푸밍 그걸 보면 기분이 안 좋아지지 않아요?
오즈 그게 진짜 인간의 손실 회피 성향을 강하게 찍어버리는 카피잖아요. 그리고 애초에 쿠팡 와우를 해지하게 되는 그 퍼널 설계가 좀 지독하다고 느껴요 전.
애초에 스텝이 너무 기니까 그냥 귀찮아서 안해버리지 싶은 생각도 들고, 끝까지 갈수록 ‘너 진짜 안 할 거야? 이것도 해주는데 안 할 거야? 이것도 해주는데 해제할 거야? 너 이것도 포기할 거야?’ 이렇게 점점 그 메시지가 강해지는 것도 느껴져요. 전 이게 다크넛지라고 생각해요.
엠킴 제가 이미지를 올려뒀는데, 이게 『디자인 트랩』 도입부에 나오는 그림이거든요.
『디자인 트랩』도 지침서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그냥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디자인 트랩을 다 갖다 넣은 그런 느낌이에요. 이 그림이 다크넛지가 작동하는 원리인데, 유저가 이 서비스의 필요성을 모르고 있다가, 디자인적인 개입이 들어가서 사람들이 필요성을 알게 하고, 여기서 조금 더 개입해서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과정이 있는거죠. 이 때 디자인이 올바른 방향으로 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 트랩을 넣는 것이 다크 넛지라는 거예요.
그래서 이 두 번째 그림이 트랩이 작동하는 방식인데, 제일 이상적인 디자인은 여기 있는 ‘2단계 좋은 디자인’으로 실체를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이래요. 그러니까 꽤 괜찮은 UI/UX로 서비스의 의도를 극대화하는 느낌인 거죠.
저는 오즈가 소개해 준 앱 중에 미니모어맥스(link)가 되게 잘 된 케이스라고 생각을 했어요. 누구라도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행동부터 시작해서, 작심 3일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UI/UX를 꽤 잘 구성해놨어요.
습관 하나만 해도 딱 스탬프가 찍힌단 말이에요. 되게 귀엽게 해놨어요 알람도 계속 오고. 그래서 내가 어떤 습관을 쌓아가게끔 유도를 잘 해줘서 괜찮은 케이스라고 생각했어요. 실체가 되게 분명해 보이잖아요. 가장 작은, 누구라도 달성할 수 있는 되게 손쉬운 것부터 시작을 해서 습관을 형성하게끔 하는 게 그 자체로 본질이고, 그 본질이 잘 돋보이는 디자인이잖아요.
근데 이제 다크 넛지는 이 실체를 아예 가려버리는 거죠. 3단계 그림을 보면 실체가 검은색으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예를 들어 개인 정보 보호 동의서 작성할 때 보면 ‘이것까지 요구한다고?’ 싶은 개인 정보들을 다 쓸어가는데, 되게 읽기 싫게 만들어 놨잖아요. 그런 의도라든지 실체를 가려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대요. 이런 동작 방식을 보는 데에서 『디자인 트랩』이 좀 좋은 책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지 딱 그 형태를 딱 보여주더라고요.
오즈 저도 이 그림을 보면서, 2단계처럼 실체 외의 것을 가려버리는 게 넛지의 본질이라고 생각했어요.
넛지라고 하면 너무 자연스럽게 다크 넛지를 떠올리게 되지만, 사실 넛지는 인간이 조금 더 쉽게 선택하도록 만들어 주는 수단이잖아요.
『넛지』에서 이런 표현을 쓰거든요, ’자유지상주의적 간섭주의’라고.
저는 처음에 이 개념을 들었을 때 뭔 말인가 싶었는데, 이 이야기의 배경에는 ‘인간은 항상 경제적인 선택만 하지는 않는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인간이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뭘 해줄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이 사람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그렇지 않은 것들은 가려버려!’가 넛지죠. 그 관점에서 딱 이 ‘2단계, 좋은 디자인’이 가장 베스트 케이스고요.
근데 이제 여기서부터, 그렇다면 ‘선택 설계자가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현 상황의 진짜 문제를 짚는 질문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럼 아까 그 ‘인간은 항상 경제적인 것은 아니다. 인간은 호모 이코노미쿠스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라는 명제로부터 시작해서 ‘인간이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뭘 해야 할까?’라는 질문 사이에 선택 설계자로서 ‘인간에게 좋은 선택은 이거야.’ 라는 정의가 이미 되어 있어야 되는 거고 이 정의를 넛지 당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해야 화이트 넛지가 되는거죠.
하지만 사람들이 2단계의 좋은 디자인을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넛지 하면 다들 다크넛지라고밖에 볼 수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엠킴 맞아요. 그리고 뭔가 그런 서비스들로부터 당해본 기억들이 많잖아요.
자기도 모르게 자동 결제되고 있고… 전 얼마 전에 국제전화 요금이 만원 넘게 빠져나가고 있는데 해지할 방법을 몰라서 국제 전화는 하지도 않는데 5만 원을 더 냈거든요. 그래서 최근에 전화해서 환불이 되는지 물어봤는데, 안 되는 서비스래요.
저는 이것도 다크 넛지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요. 소비자가 그냥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만들고 과금한 다음에는 이제 그건 당신 책임! 이런 식으로 발뺌해버리는 경험들이 많다 보니까 기본적으로 모든 서비스가 다 나한테서 뭔가를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는 의심이 소비자들한테 조금씩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기업이 나를 위해 이타적인 의도를 가지고 접근할 거라는 생각을 잘 안 하게 되는 경향도 있다고 봐요.
푸밍 저는 비슷하게 삼쩜삼이 생각나요. 삼쩜삼은 늘 캐치 프레이즈가 이거였어요. ‘여러분이 받을 수 있는 돈을 챙겨드립니다.’ 하지만 삼쩜삼에 가입해서 조회하게 되는 순간 내가 특정 세무사랑 연결이 되잖아요.
사실 나한테 좋은 서비스인 건 맞죠. 어떻게 보면 좋은 건 맞는데,
오즈 아예 안 하는 것보단 낫긴 하죠.
푸밍: 맞죠. 그런데 그래서 저는 저 디자인 트랩을 보면서 실체라고 하는 게 되게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업 입장에서는 실체는 아니지만 우리도 돈은 벌어야지, 싶을 수도 있거든요.
제가 이번에 읽은 책 중에,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야기가 시각화가 잘 되면, 그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설계될 확률이 높다는 거를 늘 기억하라는 거예요. 그게 공감이 되더라고요.
저는 삼쩜삼을 쓸 때 그런 것들이 시각화가 되지 않았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가려져 있는 부분들도 고려를 해야 하니까, 실체라는 기준이 애매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오즈 저는 배민이라는 프로덕트에 대한 생각이 좀 많아요. 배민이라는 프로덕트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랑 배민의 방향성이 일치하고 있는걸까요?
배민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가볍게 생각했을 때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편하게 배달을 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가치였을 것 같아요. 근데 지금은 앱을 통해서 발생한 문제점이 더 주목받잖아요. 배달 시스템 자체에 대한 혁신을 위해서는 배달하는 사람들도 편해져야 되는데 그 방향으로 배민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근데 그런 관점에서 반대로 괜찮다고 느낀 건 토스인데, 저 진짜 최근에 토스 앱에 거의 살거든요.
푸밍 틀린 그림도 찾고 행운 복권 긁고 저도 맨날 해요.
오즈 저는 약간 감동했던 포인트가, 토스가 ‘뭐 하면 10원 드려요’, ‘뭐 하면 5원 드려요’라는 문구 밑에 ‘이거 구경하러 가기’같은 CTA 버튼이 있어요. 근데 버튼 위에 ‘이 버튼을 누르면 5초 광고가 있어요’라고 적어주더라고요.
엠킴 맞아 저 그거 되게 좋아요.
오즈 저는 유명한 프로덕트들 중에 이렇게 얘기해 주는 건 처음 본 것 같아요.
엠킴 그리고 저는 약관을 읽는 사람인데, 약간 심심해서 읽거든요. 특히 AI를 쓰는 기업들이 내 개인 정보를 뭐 뭘 빼가는지를 되게 궁금해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약관 같은 거 있으면은 다 읽어보거든요. 그중에 절반은 사실 몰라도 되는 내용도 되게 많단 말이야. 근데 토스가 딱 필요한 약관만 딱 정리해둔 화면을 딱 보여주거든요. 그게 저는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딱 소비자가 알아야 되는 거를 정확하게 다 보여주고 숨기지 않아요.
오즈 맞아요. 저는 약관 관점에서 금융 프로덕트에서의 진짜 좋은 화이트 넛지 중에 하나가, 채권 같은 거 살 때 삼성증권이든 토스든 이용 약관을 항상 한 3초 이상 읽게 하잖아요. 심지어 그렇게 하고 나서도 마지막에 ‘이러이러한 내용이 맞습니까?’ 같은 o/x를 다 맞춰야지 살 수 있게 하잖아요. 물론 고객이 모르고 신청했을 때 클레임에 대한 우려도 있겠지만요.
엠킴 근데 그걸 알고 모르고가 되게 크거든요. 최근에 어떤 뉴스에서 봤는데 틱톡 계정 약관에 GPS, 카드 정보같은 진짜 쓸데없는 정보가 다 들어간다는 거예요. 되게 세세한 거를 다 요구해요. 근데 제가 알기론 저런 걸 짚어주지 않거든요.
개인 정보를 받아올 때 금융권은 정보가 민감한 업계니까 함부로 사용자의 정보를 활용할 수 없는데, 저런 SNS같은 것들은 사용자 정보를 가지고 알고리즘을 만들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도 모르게 정보를 제공하면 이루다 사태 같은 일이 또 생길 수 있단 말이죠. 그럼 다크 넛지의 측면을 넘어서서 윤리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포인트인 거죠.
오즈 넛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면 사례가 너무 많아 가지고 오히려 부담인데, 그래도 같이 꼭 이야기해 보고 싶었던 프로덕트가 있어요. 유튜브 쇼츠라는 프로덕트에 대해서 저는 꽤 회의적이거든요. 쇼츠라는 프로덕트 자체가 유저에게 주는 가치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엠킴 맞죠.
오즈 근데 기업에게 주는 가치는 뭔지 알겠어요. 이 플랫폼 안에 체류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게 설계가 잘 되어 있잖아요. 근데 이게 과연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덕트일까,라고 싶어서 유튜브가 왜 만들어졌는가부터 얕게 찾아봤는데요. 유튜브는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는 이념으로 만들어진 건데, 그 이념과 쇼츠의 프로덕트는 너무 멀지 않나라는 생각이 조금 들어요.
그 이념을 따르지 않았냐 하면 또 아니긴 한게, 영상 제작의 허들이 완전 낮아졌긴 하죠. 그러면 근데 모든 사람들이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의 전 단계는 뭔지가 전 궁금했어요. 왜 모든 사람이 크리에이터가 되면 좋은 걸까요.
푸밍 그쵸 영상이 왜 많아야 되는 건지.
오즈 제 생각에 많은 사람이 크리에이터가 되면 좋은 점은, 또 다른 표현의 수단을 얻는 것, 다른 사람의 정보를 더 편하게 얻는 것, 그리고 즐기는 것 이렇게 세 가지의 가치가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전 쇼츠가 저는 이 세 가지의 가치 중에 특히 마지막, 이걸 통해 즐거운가?에 반한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재미있고 도파민이 더 돌지만, 그러면 왜 즐거워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이랑 같이 생각해 보면 그 상위 가치를 전혀 충족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달까요.
그래서 이런 관점에서 저는 쇼츠가 진짜 창립자의 이념을 정말로 잘 실현하고 있는 프로덕트인가, 회사의 수익 창출을 위해서 쓰이기만 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에 약간 회의적이었어요.
엠킴 저도 오즈의 쇼츠의 목적성이 뭔지 잘 모르겠다는 말에 너무 공감하는 게, 쇼츠가 종류가 진짜 많잖아요. 원본 영상을 보게끔 유도하는 트레일러 같은 쇼츠도 있고, 진짜 1분 이내에 홍보를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은 웃긴 영화 장면이라든지 틱톡 챌린지라든지 그런 짧은 영상들이 올라오죠.
이게 소비자한테 줄 수 있는 가치가 일관성이 없다고 할까요? 소비자 입장에서 진짜 즐거움을 주는지도 좀 의문이 들고요.
오즈 방금 엠킴 얘기에 더해서, 저는 크리에이티브 비디오가 많아짐으로 세상에 기여하는 바는 더 많은 정보를 많은 사람이 알게 하는 것이라 보는데, 과연 쇼츠라는 비디오를 통해서 정말 양질의 정보가 많이 생산되는가? 라는 의문이 생겨요.
엠킴 맞죠.
오즈 사실 저는 어느 정도 그 지식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약간의 허들은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허들이 너무 없어지면 세상에 찌라시가 너무 많이 돌게 되잖아요…
맨 처음에 푸밍이 얘기했던 것과 되게 연관이 된다고 느껴요. 인간이 넛지를 잘 당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사회적으로 동조되는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라는 말이 ‘넛지’에도 나오는데요. 요새 너무 말도 안 되는 여론이 많이 도는 걸 너무 많이 느껴요.
제가 최근 우리 서비스 유저들의 실제 근무 현장에서 일일 알바를 하고 왔어요. 그런데 어떤 고객분께서 제게 ‘젊은이 같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덕담인 줄 알았는데 개인적인 정치적 견해를 담아 하신 말씀이었던거예요.
그 상황을 좀 더 생각해 보면, 사실 생판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저씨가 지나가다 본 젊은 여성에게 정치적 사견을 말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강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겠어요. 근데 전 이 가치관이 온전히 본인의 생각에서 나왔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엠킴 맞아요. 사실 그런 분들께 현재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여쭤보면 잘 모르죠. 하지만 그냥 그렇게 믿는 거예요.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상황들이 이어져도 사람들에게 이게 먹힌다는 거잖아요.
두번째 대화편은 아래 링크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소비자와 생산자로서의 넛지 (3), 두번째 대화편 읽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