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당신을 위한 솔루션
벌써 6개월이나 지났다. 처음 만난 팀원들과 팀 문화를 구축하고, 아이템을 확정하여 열심히 개발하다 보니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도, 어떻게 일하는 사람인지도 다 안다. 이제는 정말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다,
고 생각 하는가? 그렇다면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실은 어딘가 답답하지만 파헤치는 것이 두렵거나, 혹은 곧 끝날 과정이기에 덮어두려고 했다면, 이 글이 당신에게 문제를 직면하고 팀원들과 이야기를 잘 나눌 방법에 대한 실마리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이야기에 앞서, 흔한 상황을 하나 가정해 보자.
당신은 화장실에 다녀온 동료의 지퍼가 열린 것을 발견했다.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1. 지적을 하면 동료가 당황할 것을 걱정하며 침묵한다.
2. 알아서 할 텐데 굳이 지적한 오지랖 넓은 사람처럼 보일까 봐, 내 감정과 평판을 걱정하며 침묵한다.
3. “뭐야 지퍼가 열렸잖아! 왜 이렇게 칠칠맞아?”라고 크게 말한다.
4. “저기, 지퍼가 내려갔어. 내가 그런 실수를 했을 때 직접 말해주는 사람이 고맙더라고. 그래서 말하는 거야.
글의 주제 상, 정답일 것만 같은 보기가 있지만 무시하고 솔직해지자. 먼저 말하자면 나는 1번과 2번의 사이에 있을 때가 많다. 이런 상황 자체가 피곤해서 침묵을 택했던 것 같다. 당신도 솔직한 답변을 준비해두길 바란다.
그럼 다음으로,
이번에는 당신이 지퍼가 열린 당사자라고 해보자. 당신의 동료들이 어떻게 행동하길 바라는가? (보기는 위와 같다.)
이번에도 역시 정답일 것 같은 보기가 있지만, 스스로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이 사례는 책 『실리콘밸리의 팀장들』(킴 스콧)에서 발췌한 ‘완전한 솔직함'을 적용한 것이며, 예상했겠지만 이 책에서 권하는 방법은 4번이다.
상대방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그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개인적 관심)
직접적으로 문제를 명확히 지적하는 것이다. (직접적 대립)
4번을 권장하는 이유에 대해 찾기 전에, 다른 보기들을 선택했을 때의 결과를 예상해 보자(다소 극단적이더라도).
- 우선 3번처럼 무안을 주는 경우는 뻔하다. 감정이 상하고 상대방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점차 쌓이게 되어, 그와 아무것도 함께 하고 싶지 않게 될 것이다.
- 침묵을 택하는 1, 2번의 경우에는 어떻겠는가?
01) 물론 상대방이 눈치를 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업무 중 발생한 실수라고 가정한다면, 그 사람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02) 혹은 선의로 말해주지 않은 것이 처음에는 고마울 수 있다. 하지만 실수를 눈감아주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상대방은 내게 불만이 쌓일 것이고, 나 역시 발전할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03) 만일 상대방이 내가 실수한 것을 알면서도 말해주지 않았다면, 상대방은 이런 피드백을 원치 않거나/내가 잘못을 고치는 것에 도움을 주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 역시 상대방에게 비슷한 상황이 발생해도 침묵 하게 될 테고, 결국 그와 나의 관계에는 신뢰가 사라지게 되어, 서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피드백을 주고받는 관계는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관계’이다. 일상적인 사례를 예시로 들었지만, 업무 상에서도 이야기는 통한다. 강력한 관계를 구축했을 때, 팀은 성장하고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를 돕는 것이 ‘완전한 솔직함’이며, 4번과 같은 발화 방식을 통해 이뤄낼 수 있다.
작가는 완전한 솔직함을 radical candor라는 단어로 표현하는데, 이는 자신의 생각을 숨기도록 학습된 현대인에게 생각을 완전하게 드러내길 바라는 의도와(radical),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에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정확하게 자기 의견을 제시하며 동시에 상대방의 의견 제시를 기대한다는 뜻(candor)을 함축한 것이라고 말한다.
완전한 솔직함은 개인적 관심과 직접적 대립으로 이루어진다.
개인적 관심은 말 그대로, 동료의 상황에 대한 충분한 관심과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에도, 그 사람이 업무상으로 어떤 상황에 처해있었는지, 그 업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와 같은 것들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단, 문제를 개인의 특성과 연결 지어서는 안 된다.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성격에서 찾게 되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되며 상처만 주고받게 된다.)
개인적 관심이 결여되면, 곧 불쾌한 공격의 사분면으로 빠지게 된다(위 상황의 3번 보기와 같다). 사람에 대한 관심은 없이, 공격만 남게 되는 것이다.
직접적 대립은 성과가 좋을 때나 나쁠 때 동료에게 정확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자신과 동료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 직접적 대립이 결여되면, 파괴적 공감의 사분면으로 빠지게 된다(위 상황의 1번 보기와 같다). 대립을 두려워하며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다 보면, 문제는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 개인적 관심과 직접적 대립이 모두 결여되면, 고의적 거짓의 사분면으로 빠지게 된다(위 상황의 2번 보기와 같다).
- 개인적 관심과 직접적 대립이 결합된 완전한 솔직함의 사분면에 위치하게 되어 서로를 신뢰하고, 관심을 갖고 있다고 믿을 때, 팀의 구성원은 솔직한 의견을 제시하며, 동시에 칭찬과 지적을 받아들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성과를 달성하는 것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요약하자면 간단하다.
나의 온전한 자아로 동료의 온전한 자아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여 (개인적 관심)
동료의 성과에 대한 정확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에 (직접적 대립)
생각을 완전하게 드러내며 (radical)
해석의 여지가 없이 정확하게 전달하며, 동시에 상대방의 의견 제시를 기대하는 태도를 가질 때 (candor)
(완전한 솔직함) 사분면에 위치하게 되며
신뢰와 올바른 피드백을 기반으로 한 성장하는 팀을 구축할 수 있다.
‘완전한 솔직함’은 꽤 좋아보이지만, 사실 엄청난 감정 노동이다. 그럼에도 이를 추구하는 것이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에 논리적으로 납득되었다면, 노력해볼 법 하지 않은가?
자신의 팀이 완전한 솔직함을 추구하고 있는지 점검해보길 바란다. 만약 아니라면, 그리고 당신이 느끼는 문제점이 이를 통해 해결될 것 같다면, 혹은 아예 완전한 솔직함이 와닿지도 않는다면! 당신의 PO와 대화를 나눠보길 권한다. 아마 당신의 PO는 당신이 먼저 피드백을 주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킴 스콧,『실리콘밸리의 팀장들』, 청림출판사(2019)
(2023.09.30. 에 Medium에서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