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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Oct 17. 2022

애정합니다

연세가 무색하게도,,

고즈넉한  오후

숨 가쁘게 연휴가 지나고 가을로 접어든 햇살이 차분한 목요일 오후

부풀 대로 부풀어 둥그스름한  석류가 빛을 더하고 모양을 잡고 정원 가득 풍성하다

아무리 보고 보아도 싫증 나지 않는 모습 가을 햇살에 쓸려 빛을 발한다  참 포근하다

차창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햇살이 내 어깨 위로 내려와 함께 가을로 간다

지난주 오후 서울 이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으음,, 주야구나 이모야

잘 지냈지,, @@@@@@@

주야,, 언니랑 10년은 못 본 거 같아 이번에 대구 호텔에 내려가 2박쯤 할까 싶네,,

시간이 되겠니?"

"네 , 이모

오신다면 버선발로 마중 나가야죠  없는 시간도 내야죠,, 며칠 몇 시만 알려주시면 픽업할게요"


그 이후 난 이모와 언니 둘 온다는 소식에 마트를 다니며 평소엔 잘 안 먹지만 이모가 좋아하는  멜론과 샤인 머스켓, 배를 구입하고  와인과 간식도 바리바리 준비해 두었다 남편은 모시고 다닐 차에 기름을 그득 넣어주고

모처럼의 여행에 이래도 되나 싶게,, 즐겁게 놀다 오라며 카드를 건네주었다

이 모든 게 완벽  비밀스러운 이벤트를 숨긴 채  이모와 언니들 그리고 나는 이틀을 웃고 웃고 또 웃고,,

그냥 그대로 스며들었다


언니들과는 어떻게 살다 보니 25년 만이었다 결혼 후에 아이들 키우느라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그렇지만 가족 피는 못 속이는지,, 동대구역 내리는 순간 세 사람의 모습에 바로 무장해제가 되었다

연락할 시간이 없었다는 건 핑계고  진짜 시간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아이들 키우며 서원해진 거였다


호텔 숙소에서 짐을 풀며 이벤트를 준비하는데

약속이나 한 듯 와인도 함께 준비해 왔고 언니들은 머리띠 난 선글라스

의논도 없었는데 척척 맞는다는 게  가족이 아니면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첫째 날은 파자마 파티

둘째 날은 공주 코스프레

척척 진행이 이루어졌다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해 날도 배경이 되어 주었고 전원주택인 우리 집의  잔디와 나무도  큰 몫을 더 해주었다 두 분은 여태껏 살면서 이렇게 좋은 날이 손꼽을 정도라시며 20년은 젊어진 듯하다며 웃음이 끊이지 않으셨다 사진을 폰으로 보내드리니 날마다 보시고 웃으시고 이모는 복지관에 사진 콘테스트에 제출 한 다시며 엄청 우려 내고 계신다   진작 해 드릴걸,,

아이들 키우느라 이벤트는 오로지 우리 가족들만의 소유처럼 어른들은 싫어하실까 내심 고민했는데 안 해드렸기에 못하신 거였다  두 분은 가는 곳마다 손을 잡으시고 안으시고 80이 넘은 언니가 80이 다 된 동생에게

고기도 얹어 주시고 체 할까 천천히 먹으라고 등도 두들겨 주시는 모습  ,, 그래 그랬다

80이 넘어도 언니 동생은 그 어린 시절의 정자와 영란이었다 그 시간만큼은 어릴 적 모습의 자매였다

80이 넘은 엄마가 우리 영란이 하며 토닥여 주고

80이 다 된 이모는 언니 언니 하며 곁에 딱 앉으셔서 조곤조곤 얘기를 나누신다

그대로 그림이다

어느 모델이 이처럼 아름다울까  살면서 두 분의 힘겨운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돌아가는 길에 잠시 돌아가면서 이번 여행의 느낀 점을 얘기할 때 모두의 눈에서 기쁨의 눈물을 쏟아내었다 이렇게 우리는 일 년에 한 번씩 꼭 이 자리를 만들어 드리겠다고  약속드렸다

그러면 더 건강 관리 잘해야 한다고 당부드리니 오늘 같은 마음으로 일 년을 사신다며 크게 웃으셨다

부족한 듯 한 이틀 여운을 남겨야 다음에 더 반갑지 하시며 손을 흔들며 역내로 들어가시는 뒷모습

이모 건강하세요,, 언니들도,,

무언가 큰 프로젝트를 마친 듯 난 감동의 여운으로 그날 밤은 설렘과 기분 좋은 피곤함으로 잠이 들었다 이번 여행에 감동으로 얼마의 시간 동안 즐거우실 엄마 이모 꽃이야 피면 그해에 지지만 엄마와 이모의 마음에 피어난 꽃은 늘 봄 일 것이다

이 또한 감사의 제목이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우리 곁에 오래 시간 함께 계셔 주시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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