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햇살이 내 어깨 위로 내려와 함께 가을로 간다
지난주 오후 서울 이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으음,, 주야구나 이모야
잘 지냈지,, @@@@@@@
주야,, 언니랑 10년은 못 본 거 같아 이번에 대구 호텔에 내려가 2박쯤 할까 싶네,,
시간이 되겠니?"
"네 , 이모
오신다면 버선발로 마중 나가야죠 없는 시간도 내야죠,, 며칠 몇 시만 알려주시면 픽업할게요"
그 이후 난 이모와 언니 둘 온다는 소식에 마트를 다니며 평소엔 잘 안 먹지만 이모가 좋아하는 멜론과 샤인 머스켓, 배를 구입하고 와인과 간식도 바리바리 준비해 두었다 남편은 모시고 다닐 차에 기름을 그득 넣어주고
모처럼의 여행에 이래도 되나 싶게,, 즐겁게 놀다 오라며 카드를 건네주었다
이 모든 게 완벽 비밀스러운 이벤트를 숨긴 채 이모와 언니들 그리고 나는 이틀을 웃고 웃고 또 웃고,,
그냥 그대로 스며들었다
언니들과는 어떻게 살다 보니 25년 만이었다 결혼 후에 아이들 키우느라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그렇지만 가족 피는 못 속이는지,, 동대구역 내리는 순간 세 사람의 모습에 바로 무장해제가 되었다
연락할 시간이 없었다는 건 핑계고 진짜 시간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아이들 키우며 서원해진 거였다
호텔 숙소에서 짐을 풀며 이벤트를 준비하는데
약속이나 한 듯 와인도 함께 준비해 왔고 언니들은 머리띠 난 선글라스
의논도 없었는데 척척 맞는다는 게 가족이 아니면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첫째 날은 파자마 파티
둘째 날은 공주 코스프레
척척 진행이 이루어졌다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해 날도 배경이 되어 주었고 전원주택인 우리 집의 잔디와 나무도 큰 몫을 더 해주었다 두 분은 여태껏 살면서 이렇게 좋은 날이 손꼽을 정도라시며 20년은 젊어진 듯하다며 웃음이 끊이지 않으셨다 사진을 폰으로 보내드리니 날마다 보시고 웃으시고 이모는 복지관에 사진 콘테스트에 제출 한 다시며 엄청 우려 내고 계신다 진작 해 드릴걸,,
아이들 키우느라 이벤트는 오로지 우리 가족들만의 소유처럼 어른들은 싫어하실까 내심 고민했는데 안 해드렸기에 못하신 거였다 두 분은 가는 곳마다 손을 잡으시고 안으시고 80이 넘은 언니가 80이 다 된 동생에게
고기도 얹어 주시고 체 할까 천천히 먹으라고 등도 두들겨 주시는 모습 ,, 그래 그랬다
80이 넘어도 언니 동생은 그 어린 시절의 정자와 영란이었다 그 시간만큼은 어릴 적 모습의 자매였다
80이 넘은 엄마가 우리 영란이 하며 토닥여 주고
80이 다 된 이모는 언니 언니 하며 곁에 딱 앉으셔서 조곤조곤 얘기를 나누신다
그대로 그림이다
어느 모델이 이처럼 아름다울까 살면서 두 분의 힘겨운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돌아가는 길에 잠시 돌아가면서 이번 여행의 느낀 점을 얘기할 때 모두의 눈에서 기쁨의 눈물을 쏟아내었다 이렇게 우리는 일 년에 한 번씩 꼭 이 자리를 만들어 드리겠다고 약속드렸다
그러면 더 건강 관리 잘해야 한다고 당부드리니 오늘 같은 마음으로 일 년을 사신다며 크게 웃으셨다
부족한 듯 한 이틀 여운을 남겨야 다음에 더 반갑지 하시며 손을 흔들며 역내로 들어가시는 뒷모습
이모 건강하세요,, 언니들도,,
무언가 큰 프로젝트를 마친 듯 난 감동의 여운으로 그날 밤은 설렘과 기분 좋은 피곤함으로 잠이 들었다 이번 여행에 감동으로 얼마의 시간 동안 즐거우실 엄마 이모꽃이야 피면 그해에 지지만 엄마와 이모의 마음에 피어난 꽃은 늘 봄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