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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Oct 26. 2022

우아한 시골 아줌마

원피스는 왜 입는 거야 대체!


좋은 걸 보면 나누고 싶고 아름다운 걸 보면 사진을 찍어두는 나의 습관

내가 살고 있는 숲 뷰가 흔하지 않은 초록이 짙어가는 이곳

시골에 정착하면서 감성이 하늘만큼 넓어졌다

이곳에 오며 눈물 날일도 가슴 시린 일도 많았지만

새로운 이웃들과 어우러져 나누고 더하는 삶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밭일하는 어르신들께 간식으로 샌드위치며 커피를 가져다 드린다

오가며 우리 집 앞에 두고 가시는 두릅, 고사리, 파, 복숭아, 자두

날마다 내 곡간은 풍성해져 가고 텃밭에 잡초를 뽑으며 휘휘 연신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넨다

반려견을 산책하며 늘 이웃분들과 인사를 나눈다




"강아지도 산책시키는 거야

 집에 묶어 두면 되는 거 아닌가"

"네,, 얘네들도 산책하며 냄새 맡고 해야 스트레스가 없다  하네요"

 "강아지도 스트레스가 있나? 허허 참"



대화라고 하기엔 소박한 말들이 오가지만 참 정이 넘치신다

두서너 살 더 된 옆집 언니는 이곳 인싸라며 늘 큰 목청으로  웃으신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진다며,,

'나쁘지 않다'

꽃을 가꾸고 텃밭을 일구며 그들에게 태양의 빛이 익숙함으로 이곳의 하루를 옮겨본다

그리고, 난 몸빼 대신 원피스에 리본 장화를 신고 동네를 다니고 있다



 

                    아니 원피스를 입고 치마 입고 불편하지 않아?
                        원피스는 왜 입는 거야 대체!


꼭 시골에서 몸빼를 입고 무릎까지 오는 장화에 토시를 껴야 할까?

마음속으로 생각해보았다

난 폼생폼사  환경에 옷을 맞추기보다 내 소신대로 ,,

이게 소신까지 있어야 할 일일지 모르겠지만 난 내 방식대로

내가 좋으면 되니까,, 불법은 아니잖아,,

그 모습이 익숙해진 동네분들은 나를 우아한 시골 아줌마라 부른다

꽤 마음에 든다


우리 집 뒷 길  산책하는 나,, 역시 오늘도 원피스

  



 숲이 우리에게 주는 마음의 안락함 그리고 익숙함

남들은 시골생활이 따분하지 않냐고 하지만

주변과 다른 듯 아닌 듯 섞여가며 너무도 잘 맞아 나도 놀랄 지경이다

친구들은 석 달을 못 넘길 거라 예견했지만 이미 3년을  넘어서고 있다


주황색 지붕 아랫집 빨랫줄에 걸린 옷들이 바람에 그네를 타듯 흔들거린다

홑청 이불을 늘어놓은 듯 할머니의 부지런함이 느껴진다

얌전하게 선홍빛의 고추도 말리고 할머니 댁에는 흔한 이름의 백순이도 있다

털이 하얗다고 백 여자아이라고 순 , 그래서 지어진 강아지 이름 백순이



                            

때마침 할아버지께서 경운기를 몰고 들어가시려 한다

언제쯤 나도 경운기 뒤에 한번 타보고 싶다

물론 승차감은 상상 이상이겠지만,,

이곳에선 경운기가 우선이다

자동차는 늘 양보 그것도 마음에 든다

시골 마당에 홀로 앉아 가지를 말리시는  할머니

감나무에 약을 치시는 어르신

이 모든 것이 내가 살고 있는 곳의 그림이다



                                                  



온전히 홀로 내 일을 하며 글을 쓰며 보내는 이 시간

몇 년이고 몇십 년이고 이곳에서  마음이 성장할 듯하다

내일도 나는 원피스를 입고 챙모자를 쓰고 나대로의 모습으로

시골길을 걸으며 그분들께 인사를 나누며 함께 할 것이다

호호 할머니가 될 때까지,,


이 삶이 조금만 천천히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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