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어느 패션 잡지 기자가 '주황색'을 무척 싫어하는데 주황색 옷을 입고 나타난 친구의 남자친구에 대해 못마땅해 죽을 뻔했다는 구구절절한 글을 보았다.
그 글엔 '주황색'에 대한 혐오과 편견과 멸시로 가득했다. 기자의 눈에 시답지 않았던 친구의 남친이란 존재와 1+1 못난이세트처럼 '주황색'은 더욱 폄하되었다.
생각해 보니 나도 주황색은 별로다.주황색 옷도 없다.
쨍한 원색도 아니고 여리여리 파스텔색도 아닌데다 핑크처럼 러블리하지도 않다.길에 돌아다니다가 주황색 옷을 입은 사람도 많이는 보지 못했다.유행에 너무 민감한 우리는 끊임없이 남의 눈으로 내 패션의 점수를 매긴다.각종 커뮤니티엔 '이 옷 어때요?'' 나들이에 입어도 될까요?'등등의 글이 흔하게 올라온다.댓글들은 '버리세요''넘 촌스러워요'등 신랄하고 앙칼진 지적질로 도배된다.그러니 겨울이면 너도나도 김밥말이가 된들,주황색따위 옷을 입을리가 없는거다.특히 색에 더 보수적(이라고 보이는)인 남자들은 더더욱.
그러다 생각이 났다!아,정말 기가막히게 주황색 옷을 소화한 전설의 그 남자.
바로 조지 마이클.
나는 딱히 왬의 팬은 아니었는데 조지 마이클이 솔로로나와 히트시킨 < Faith> 앨범의 'One More Try''Father Figure' 'Kissing A Fool'등을 정말 좋아했다. 결정적으로 조지 마이클의 팬이 된 건 , 1992년 프레디 머큐리 추모공연에서 무려 그 주황색!자켓을 입고 왼쪽 귀엔 결코 작지 않은 금색 링귀걸이를 한 채 퀸의 'Somebody to Love'를 부르는,가히 충격적으로 멋진 모습을 본 이후부터였다.
게다가 4옥타브를 넘나든다는 프레디의 노래를 그처럼 전혀 힘들이지 않고 아름답고 세련되게 부른 뮤지션은 여태껏 없었다.공연 후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이제껏 이 노래를 한 가수 중) 조지 마이클이 최고였다”고 평했다.이 공연은 곧바로 전설이 됐다.
98년의 불미스러운 성범죄 사건으로 체포(이 사건을 조지마이클은 경찰의 함정수사였다고 했다!) 된 뒤 커밍아웃을 했으니, 아직 자신의 성정체성을 대중에게 알리기 전이었다.
(프레디 머큐리 추모공연에서 주황색 재킷과 금귀걸이로 멋 부린 조지마이클(1992년))
여기서 잠깐.조지 마이클이 왬!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뒤 자신의 성정체성을 앤드류 리즐리외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채,'소녀팬들의 섹시한 오빠'로 행세하면서 겪었던 극심한 고통,그리고 앤드류가 그런 조지 마이클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며 5년만에 해체할때까지 그리고 조지마이클이 세상을 떠난 순간까지 나눈 (나는 미처 몰랐던) 진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는 넷플릭스 다큐 <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 다큐 <왬>)
아무튼 이 공연 이후 ,죽기전에 '조지마이클 공연 직관하기'가 내 위시리스트에 있었건만,그는 고작 53세였던 2016년 12.25일에 우주의 별이 되었다
. <Last Chrismas>가 크리스마스면 소환되는 불멸송인만큼 그가 크리스마스 날 떠난 건 정말 신의 장난인지 배려인지 모를 일이다. (장국영이 고작 46세의 나이에 거짓말처럼 만우절날 떠난 것도 그렇고. )
주황색 자켓이 그렇게 잘 어울릴 일인 조지 마이클.
결론은 주황색은 억울하다.남자인지 여자인지 웜톤인지 쿨톤인지 색의 완성이 얼굴인지 아닌지도 중요하지 않은 .걸치는 사람이 멋지면 멋진 색 .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Orange is The new black'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