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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맨 Mar 15. 2024

할머니 입맛?할머니의 입맛( feat.밤양갱)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요즘 비비가 부른 '밤양갱'이 화제다.음원 플랫폼 인기곡 차트 1위를 휩쓸고 있다고 한다.

들어보니 작사 작곡 장기하다운 복고풍의 흥겨운 멜로디에 따라부르기 쉬운 매력이 있었다. 

 '밤양갱'열풍은 할머니들의 음식과 패션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할매니얼'(이런 이름은 누가 붙이는건지 모르겠지만..) 의 등장과 맞물려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양갱은 기성세대에겐 촌스럽고 추억돋는 간식 정도지만 10·20대에겐 '힙'한 코드로 소비된다는 거다. 

(밤양갱 뮤직비디오) 

 

나는 밤양갱말고 '연양갱'을 좋아했다. 뭔 차이인가 했더니 '연양갱'은 해태제과 제품(1945년부터 생산됐으며 과자류 중에 최고(古)의 장수템이란다.)이고 '밤양갱'은 크라운 제품이다.밤양갱이 후발주자라 시장점유율이 8:2정도인데 요즘 노래덕에 '밤양갱' 매출이 몇배로 늘었다고 한다.'원조' 연양갱은 서운하겠다.

아무튼 내 초딩시절부터의 최애간식은 연양갱이었다.나에겐 골드바보다 매혹적이었지만,친구들에게 '할머니 입맛'이라며 놀림도 많이 받았다. 

집에서도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를 너무 좋아하다보니,나이차 많이 나는 남동생은 '된장녀~ '라며 날 놀리곤 했다.

친구들이 파스타~를 외칠 때도 맛있는 순두부같은 게 먹고싶었던 나다. 


(이 금박지를 잘 뜯어야 연양갱을 온전히 먹을 수 있다) 


그런데 '할머니 입맛'인 나는 '할머니의 입맛'은 모른다.

친할머니는 자주 뵌 적도 없었지만 손녀에게 살갑지 않았던 분이었고 엄마피셜 전형적인 '악녀'시어머니 캐릭터에 가까웠기에 심정적으로 거리감이 컸다. 

하지만 외할머니는 달랐다. 대여섯 시간 거리의 지방에 사셨지만 내가 초딩 때,딸 넷에 늦둥이 아들까지 키우는 워킹맘이었던 엄마를 도우러 종종 서울 우리 집에 올라오셔서 며칠씩 혹은 몇주씩 머물다 가셨었다.할머니를 떠올리면 집안일로 손과 발이 바쁘시면서도 한번도 소리를 높이거나 잔소리하시지 않았던,늘미소를 띠고 조근조근 말씀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명절에 찍은 한복이 너무 잘 어울리셨던,단아하고 고운 할머니.내 외할머니.

    할머니는 내가 고 2 때 64세의 연세로 갑자기 돌아가셨다.알고보니 할머니는 당신이 아파도 티낼 줄 모르는 분이셨다.그래서 지금도 할머닌 울 엄마의 눈물버튼이다.시험앞둔 고딩이라 장례식에 가보지도 못하고 혼자 방에서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난다.나도 모르게 할머니를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그 땐 어려서 철이 없었다.할머니가 맛있는 밥 챙겨주고 빨래해주시는게 당연했다.할머니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셨는지,최애 간식은 무엇이었는지,그 때도 지금도 알지 못한다. 


비비의 인터뷰를 보니 녹음실에서 '50년 전 태어난 가수였다면 어떤 느낌으로 불렀을까'를 생각하고 양갱에 얽힌 추억을 떠올리며 노래했다고한다. "어릴 때 할머니랑 많은 시간을 보냈거든요. 할머니가 양갱을 자주 주셨죠.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제게 너무 따뜻했던 추억이었죠."

얼마전 내 후배는 함께 살던 외할머니가 104세의 연세로 돌아가셨는데 너무 슬펐다고 했다.

난,할머니의 냄새,할머니의 음식,할머니와의 추억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참 부럽다.

 

'할머니 입맛'이지만,'할머니의 입맛'은 모르는 내가 '밤양갱'을 다시 들으며 오랫만에 할머니를 떠올렸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 몽글몽글하고 달디단 노래를 듣고있자니 문득 울 할머니에게서 날 것만 같은 봄향기가 살랑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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