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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맨 Mar 25. 2024

스포츠팀을 응원한다는 것 (feat.<죽어도 선덜랜드>

너무나 감동적으로 본 넷플릭스 축구 다큐 <죽어도 선덜랜드> (Sunderland ’Til I Die)가 2024년 2월 시즌 3로 돌아왔다. 이 다큐는 2018년과 2020년 두 시즌에 걸쳐 방영했다. 시즌 1에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2부 리그로 강등된 선덜랜드 FC의 2017-2018 시즌 EPL 복귀 사투를 담으려 했으나!(이게 원래 기획의도였다고한다) 오히려 3부 리그로의 처참한 강등을 그렸다. 이후 시즌 2는 2018-2019 3부 리그에서의 처절한 생존기를 담았다.

그 후 세 번째 시즌이 제작되지 못했는데 2021-2022 시즌에 드디어 2부 리그로 승격하면서 당시 이야기를 담은 시즌 3를 볼 수 있게 됐다.  

시즌 3역시 2부 리그로 다시 올라가기까지의 좌충우돌과 우여곡절을 심장 쫄깃하게 그려내며 역시 명작 시리즈임을 증명했다.     


이 다큐가 신드롬을 일으킨 건 축구팀의 처절한 몰락의 과정과 회생을 리얼하게 담은점도 인상 깊었지만, 선덜랜드 지역 서포터들의 희노애락이 진하게 담겼기에 가능했다. (서포터즈들은 경기에 따른 감정기복이 극심하다.경기가 이길 땐 카메라에 친절하지만,질 땐 "집어치워!!!!"하고 거침없이 쌍욕을 날린다)       


선덜랜드 FC의 연고지인 선덜랜드는 잉글랜드 북동부의 타인 위어주를 연고로 한다.이 지방은 광산업이 발달했던 곳으로 광산 노동자들이 많았던 도시다.광산 노동자들이 뜨겁고 힘든 삶 속에서 잠시나마 생계에 대한 걱정과 고단함을 잊을 수 있는 것이 선덜랜드의 경기였다.

선덜랜드 홈구장의 이름도 '탄광의 램프 빛'을 딴,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 Stadium of light)다.

      


스포츠가 재미있는 건,경기와 선수,팀,구단을 둘러싼 '서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서사는 경기를 시작도 하기전에 경기장을 달아오르게 하며 경기자체를 흔들고 때론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을 정도로 강력하다.  

'시즌 3'는 선수와 클럽뿐 아니라 바로 관중이,팀의 서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3>의 마지막은  이사할 때마다 선덜랜드와의 추억의 물건들을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는 독신의 열혈 서포터즈가 (아마도 병으로) 죽음을 맞는 이야기로 끝난다.그의 장례식엔 함께 축구를 관람하며 울고 웃던 친구들이 와서 눈물을 훔친다. 여느 죽음과 다른건 선덜랜드 경기장에서 그 서포터즈를 전광판에 비춰주며 모든 관중과 선수,스텝들이 진심으로 슬퍼하며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그는 비록 선덜랜드가 다시 EPL로 복귀하는 걸 보진 못했지만,그의 '열렬한 진심'은 그대로 팀의 역사로 박제되었다.


선덜랜드 서포터즈들은 말한다.

"가족과 친구를 제외하면 선덜랜드가 제 인생에서 유일한 상수입니다.까마득한 기억 속에서도 선덜랜드가 있었고 죽는날까지 함께 할 겁니다."

" 이 곳은 중노동의 도시입니다.고되고 춥습니다.제 인생의 즐거움은 경기장 가는게 전부에요.제가 나락에 떨어지기 전에 저를 잡아줍니다."

"클럽이 잘하면 도시의 경기도 좋습니다.사람들도 행복하죠.반대로 클럽이 죽을 쓰면 도시 전체가 고통받습니다.사람들도 우울해지죠 "


이렇게 선덜랜드 서포터즈들의 삶을,선덜랜드팀은 서포트하고 있었다.

( <시즌 3>에서 마침내 2부리그로 승격하게 된 선덜랜드 FC)

이 다큐를 보면서 응원할 선수나 스포츠팀이 있다는 것이 한사람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행운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지난해 29년만에 프로야구 팀 LG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을 때 선수와 팬들이 눈물 범벅이 되어 기뻐하는 모습도 떠올랐다  

내 삶의 걱정과 근심,고통과 우울을 잊게 만드는 스포츠라는 승부.경기에서 이기면 쭈구리같던 내가,찌그러져있던 내 삶이 잔뜩 벌크업한 당당한 승리자가 된 것 같은 짜릿함.

그런 의미에서 열광하는 스포츠팀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행운아다.나는 그들이 매우 부럽다.   


나도 응원하는 (유일한) 스포츠 선수가 있다.손흥민 선수다.

지난 21일 드디어 상암월드컵경기장(월드컵예선 태국전)에서 손흥민 선수의 뛰는 모습을 직관했다. 손선수가 골을 넣었을때,핫팩을 집어던질 정도로 흥분해 날뛰었다.


(월드컵 예선 태국전 손흥민 골(흥분모드 직찍))


그래서 나는 손흥민 선수에게 고맙다.

관절은 그동안 혹사한 나에게 복수라도 하듯 여기저기 쑤셔대고 감정과 체온은 널을 뛰는 요즘,주방 한켠을 꽉채운 영양제가 필요없다.손흥민 선수가 내 고용량 비타민 C이자 아르기닌이다.

손흥민 선수가 주는 활력은 뭔가 풀죽어있던 내 삶도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이 아직,가능하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품게 한다.선덜랜드의 팬들이 그랬던 것처럼.

각자 고단한 삶의 무게를 짊어진,그리하여 자신만의 스포츠팀을 더더욱 열광적으로 응원하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승리가 함께하길!

 

PS : 시즌 3의 마지막에 2부리그로 간신히 올라간 선덜랜드팀의 최신 기사를 찾아봤다.

맙소사! 2022-23 챔피언십에서 최종 패해, 7년만의 프리미어리그(1부) 복귀가 또 날라갔단다.

찍기는 했다는데 시즌 4도 날라갈 수도 있겠다.  

그래도,곧 죽어도 선덜랜드다.

희망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중요한건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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