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괴물은 누구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질문
<아무도 모른다><어느 가족><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고레에다가 여전히 건재함을 인증한 너무도 아름다운 영화,<괴물>에 대한 기록이다.
<괴물>은 세 개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첫 번째는 싱글맘 사오리의 시점, 두 번째는 호리 선생님의 시점 그리고 세 번째는 사오리의 아들 미나토의 시선이다.
선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미나토,자신이 괴롭히기는 커녕 미나토가 다른 아이 '요리'를 괴롭히는 걸 목격한 선생,
그리고 마지막 미나토의 시점.여기서부터 아무도 몰랐던 진실이 드러난다.
(싱글맘 사오리와 초딩 5학년 아들 미나토) 영화 초반부의 성격은 스릴러다.
미나토에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불안감이 드는 상황 속에서 무턱대고 사과부터하고보는 교장과 선생들의 반응은 기계적이다. 교실의 왕따 '요리'는 '누가 괴물이게~? '라는 노랠 흥얼거리는데, 미나토와 요리,교장선생과 호리선생,미나토의 어머니까지,보는내내 진짜 '괴물'과 숨바꼭질을 하는듯한 기분을 느끼게된다
가장 중요한 건 미나토와 요리의 시선에서 바라본 마지막 이야기다.
미나토와 요리는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그들만의 세계로 우릴 안내한다.그 들의 세계속으로 따라들어가다보면 영화 초반부터 심장을 쫄깃거리게 한 사건의 전말 ,그 뜻밖의 진실과 마주한다.
그리고 그 진실의 절벽에서 마침내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손쉽게 타인에게 좌표를 찍어 의심하고 공격하며,남을 정죄하는데 온 힘을 쏟아온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누가 괴물이게~?'라는 영화속에서 반복되는 질문의 해답이 '나'였다는,'아,내가 괴물이었구나'라는 '움찔'하는 부끄러움과 당혹스러움의 거울을 본다.
교실 안에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선생과 미나토,요리에 관해 끊임없이 의심과 오해의 말들을 수군거리던 아이들이 바로 나이자 관객들의 모습이었을 거다.
(영화를 보기 직전,어떤 기사를 보고 '이러쿵 저러쿵 수군수군 블라블라 재판관'의 역할을 또 하고 있던 내 모습이 떠올라 실시간으로 낯이 뜨거워질 정도였다.)
미나토와 요리,두 아이는 순수하게 서로를 위하고 함께하며,스스로 혼란스러울 정도로 서로를 깊이 사랑한다.
누군가에게 '괴물'이라 불릴지언정 그들은 어른들처럼 '쉽게' 서로를 판단하거나 낙인찍지 않는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그래서 우리같은 괴물들이 복닥거리는 세상과 다르다. 영화 속에서 아이들은 어두운 터널 안에 버려진 낡은 버스 안에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든다.
세상 밖으로 나가면 "남자다워야해" " 네가 평범한 가족을 이뤘으면 좋겠어"라며 아무렇지 않게 '남자답지 못하거나' '평범하지 않다고'생각하는 소년들을 정죄하는 세상 속에서 상처받아야하니 말이다.
그들만의 세상은 완벽하게 밝고 소박하지만 아름답다.그래서 끝내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하는,아니 존재할 수 없는 것일지 모르겠다.
(그들만의 세상에서 행복한 요리와 미나토) 엄청난 폭풍우가 몰아친 다음 날,아이들이 터널 안에서 탈출하는 영화의 엔딩은 다소 모호하다.
아이들은 멀쩡히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갔을까? 아니면,터널 안에 영원히 갇히게 된걸까?
나는 마지막에 햇빛 쏟아지는 어딘가로 달려가는 아이들이 더이상 상처받지 않는 세상 속으로 훨훨 날아가길 소망했다.
(햇빛속으로.......) P.S)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역 캐스팅은 항상 놀랍다.
미나토역의 '쿠로카와 소야'는 감독의 전작 <아무도 모른다>(2004년) 의 '야기라 유야'와 너무나 닮았다.감독의 소나무 취향을 알 수 있다. ^^
야기라 유야는 그해 14세의 나이로 깐느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최연소의 기록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도 모른다>의 야기라 유야 / <괴물>의 쿠로카와 소야 )★내맘대로 (소심한) 랭크 : A+ ★★★★★ (꼭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