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타맨 Apr 25. 2024

<리플리:더 시리즈>-냉혹한 범죄자로 돌아온 그 이름




<리플리: 더 시리즈>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있는 리플리>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다.

얼마전 넷플릭스에서 8부작 시리즈로 스트리밍 되고 있다.(주연 :앤드류스콧,타코타패닝,조니플린/ 공개 :4월 4일)

알랑드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1960년작) 와  맷 데이먼과 주드 로가 주연한 <리플리>(1999년작) 가 떠오르지만 두 작품과 완전히 다른 작품이란 느낌이다. 



▶  범죄 느와르처럼 원작을 재해석한 ,색다른 리플리 


우선  <리플리: 더 시리즈>는 흑백이다.이탈리아의 강렬한 햇빛을 가득 품은,올리브향기와 지중해의 물냄새가 물씬 풍길 것 같은 풍광은 채도가 확 빠져 담담하고 서늘하게 느껴진다.

나는 흑백 영화보기를 좋아하지 않는데,채도가 낮다보니 인물과 배경의 구분이 힘들어 눈이 피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왠일.이 드라마는 흑백화면이면서도 장면 하나하나 놓치고싶지않을정도로 아름답다. 

그 이유는 <쉰들러 리스트>,<아이리쉬맨>을 쓴 각본가 출신 감독 스티븐 자일리안과 <데어 윌 비 블러드>로 오스카 촬영상을 받은 촬영감독 로버트 엘스위트가  한 장면 한 장면을 공들여 명화처럼 세공했기 때문이다.


영화 한 편이 아닌 8부작 시리즈인만큼 호흡은 느린편이다.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속도감은 떨어지지만 긴장감을 안개처럼 머금은 연출은 마치 히치콕의 영화를 보는 듯 음산한 느와르(범죄영화)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여기엔 캐릭터 해석도 한몫한다.

(<태양은 가득히>는 너무 예전에 봐서 기억이 잘 안나지만) <리플리>의 맷 데이먼은 분명,태연히 거짓말을 하고 타인을 욕망할지언정 불안한 영혼이었다.안경너머의 눈빛엔 소년같은 순수함이 남아있었다.  


(맷데이먼이 열연한 <리플리>(1999) 


그런데, 앤드류 스콧이 연기한 리플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그는 애초부터 사기꾼이었고,명석한 두뇌로 천연덕스럽게 남을 속이며 지독히도 악랄하다.그가 자신이 묵던 숙소에서 두번째 살인을 저지르고나서 하는 행동- 그러니까 시체의 피를 닦을 때 그저 귀찮고 짜증나는 잉여의 일을 해치우듯 하는-  에서 그의 악랄함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영드 <셜록>에서 앤드류 스콧이 연기한 빌런 '모리아티'저리가라할 악당이다. 


    솔직히 처음엔 전작들에서 눈부신 젊음을 뽐냈던 청년들(그 중 디키역의 주드 로는 이탈리아의 태양이라도 되는 듯 거만한 빛 그 자체이지 않았던가!)의 막내삼촌뻘로 보이는 주인공들의 늙수그레한 모습에 실망을 했지만,곧 감정없는 표정으로 거짓으로 거짓을 덮으며 서서히 디키의 삶을 잠식해가는 앤드류 스콧의 연기에 빠져들어가게 된다.특히 그의 흰자위의 대부분을 뒤덮은 새까만 눈동자는 감정이 읽히지 않아 섬뜩하다. (사실 영드 <셜록>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만만치않은 소시오패스였는데 그런 그가 유약해보일정도의 빌런이 '모리아티'였다.앤드류 스콧의 잔잔한 미친놈 연기는 여기서도 일품이었다) 


(<리플리:더 시리즈>에서 잔혹한 리플리를 연기한 앤드류 스콧)


드라마의 중후반,무능한 경찰과 리플리의 숨바꼭질이 길어지며 좀 늘어지기도 하지만 영화는 마지막까지 리플리의 정체가 과연 들통날것인지,긴장감을 놓치지 않은채 서늘한 범죄영화를 완성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미술 작품들은 리플리의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든다. 톰은 로마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다른 도시들로 도망치며 살다가 끝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이탈리아의 유명 화가 카라바조와 자신을 동일시한다.명석하고 재능있는- 그는 디키의 여친인 마지(다코타 패닝)의 소설을 훌륭하게 수정해주기까지한다-  자신이 악명높은 예술가와 닮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by 카라바조)


'리플리 증후군'은 잘알려진 것 처럼 자신이 지어낸 거짓말을 진실처럼 믿어버리는 현상을 말하는데,이 말은 원작 소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하지만 <리플리 :더 시리즈>의 리플리는 리플리 증후군을 가진 남자라기 보단,철저한 계산과 가차없는 실행력으로 디키의 삶을 뺏어버렸다는 점에서 명백히 싸이코패스로 읽힌다.


지금,넷플을 유랑중이시라면 넷플에 등장한 오랫만의 수작을 놓치지 마시길 .

★ 내 맘대로 랭크 : A

 







매거진의 이전글 <듄:파트2> :시청각을 황홀하게 하는 사막발 대서사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