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 파트2>를 보고 극장에서 나오며 딱 드는 생각,"퐌타스틱!!!!!!' +'언빌리버블!!!!!! ' 뭐 이정도되겠다.
<‘듄: 파트2>는 먼 미래 사막 행성 아라키스를 배경으로 주인공 폴(티모테 샬라메)이 전사로 성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글에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사막이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마치 명화같은 명장면의 향연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 영화의 스펙터클이 대단하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사막'이라는, 첨단 무기로도 무너뜨릴 수 없는 불사의 공간을 누구보다 잘 활용했다.
CG보다 자연을 선택했다. 실제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의 광활하고 신비로운 사막을 사막 행성 아라키스의 모습으로 구현한 것이다.
한땀한땀 장인의 솜씨로 빚은 듯한 장면들은 오랫만에 안구를 황홀하게 만든다.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가는 모래 언덕에 서 있는 폴의 뒷태만으로도 한편의 명화고, 폴과 프레멘 진영 하코넨과 제국군 사이 전투 신에서 모래 지형을 이용한 프레멘 특유의 전투 방식은 심장을 바운스시키며 경이로운 느낌을 준다.
특히 내 기준 최고의 장면은 모래 언덕 위에 선 폴이 엄청난 크기의 모래 벌레를 불러낸 후 모래바람을 뚫고 탑승에 성공하는 장면이다.마치 <왕좌의 게임>에서 용엄마 대너리스가 용을 타고 하늘을 가르며 첫 등장하는 장면이 줬던 웅장함과 비견되는,혹은 더 멋진 장면이다.
마치 아직 소년이었던 '폴'이 폭풍같은 모랫바람 속에서 어른으로 '거듭나는' 듯한 이 장면에서 물개박수를 치는 스틸가(하비에르 바르뎀 분) 와 프레멘족들을 따라,함성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 되는 것이다.
과연, 드니 빌뇌브는 도저히 현실화하기 힘들 것 같은 장면을 시각화하는 달인이다.
전작 <컨택트>에서 외계생명체의 문자와 음성을 기가막히게 형상화한 솜씨는 이번에도 이토록 빛을 발한다.
(프레멘족의 무기, 거대한 '모래 벌레')
▶ 메시아를 경계하는 메시아,과연?!
이 영화가 보통 '영웅'의 서사와 다른 점은 영웅이 고뇌한다는 것이다.
폴은 "난 당신들을 이끄는 것이 아니다. 배우러 왔다. "라고 하지만 점차 프레멘의 일원이 되어가고, 예언에 꼭 맞게 성장해가면서 ,그를 추앙하는 자들로 인해 메시아의 자리까지 앞두게 된다.
프레멘들은 폴을 구원자 ‘리산 알 가입’으로 여긴다.
원작 소설을 쓴 프랭크 허버트 작가는 <듄> 을 통해 무조건적인 숭배를 꼬집으려 했다고 한다. 전편 개봉 후 폴이 인기를 얻자 이를 경계해 <듄의 메시아>를 재출간하며 우상화를 경계했을 정도다.
감독 또한 “카리스마적 지도자, 종교와 정치가 결탁할 때 광신도 집단이 생기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원작 속 경고의 메시지에 충실했다."라고 했다.
감독이 이런 원작의 메시지를 염두에 두고 만든 흔적은 있다.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 프레멘 사회의 꼭지점에 서서 프레멘들의 숭배를 받는 폴의 모습은 '괴이'하기보단 '경이'롭게 느껴진다.작가와 감독이 경계한 메시지보다,'메시아'로 추앙받는 폴이 경이롭게 느껴지는 데엔 폴 역할을 맡은 티모시 샬라메의 카리스마와 황홀한 아름다움이 관객들을 현혹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멋진', '마피아'처럼 이율배반적인 결과다.
<듄 3>에선 원작의 냉소적인 메시지가 좀 더 비중있게 다뤄진다니 이런 아이러니를 어떻게 극복해낼지 궁금해진다.
(스타가 아니라 최고의 배우임을 증명해낸 티모시 샬라메)
또한가지는 작가가 6년간에 걸쳐 쓴 <듄>을 스크린에 옮기면서 서사가 좀 끊기는 면이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크게 느낀 건, 폴이 프레멘의 메시아로 서자마자,황제의 군대가 아라키스로 급히 쳐들어온다는 점이고, 황제의 군대와 프레멘,폴과의 전투가 다소 임팩트가 약했다는 점이다. 그런 아쉬움은 새로운 빌런으로 등장한 하코넨 가문의 계승자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 분)가 마치 로마제국의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검투장면에서 엄청난 전투능력자임을 과시하는데,황제의 군대가 쳐들어왔을 땐 황제 옆에서 폼만 잡고 있다가 폴과 1:1 맞대결을 펼치는 장면에서도 큰 능력을 펼쳐보지 못하고 패배하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피도 눈물도 없는 뱀파이어같은 오스틴 버틀러의 변신과 존재감이 대단했기에 더 그랬다.
덧붙여 폴과 관련된 출생의 비밀이 마치 반전처럼 밝혀지는데 폴의 어머니가 하코넨 남작의 딸이었고 폴은 외손자였다는 점이다.폴이 남작을 죽이면서 "할아버지"라고 외치는데 ,반전을 위한 반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느낌이었다. 뿐만 아니라 폴이 마지막에 사랑에 빠진 챠니(젠 )를 버리고 뜬금없이 황제의 딸 (플로렌스 퓨)과의 결혼을 선포하는 장면도 납득이 쉽지 않았다 .
▶ 3편을 향한 강력한 스포 (feat . 안야 테일러 조이)
이 영화엔 따로 쿠키가 없다.하지만 강력한 스포가 있다.
바로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폴 여동생의 깜짝 등장이다.그리고 그 여동생이 무려 신비롭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퀸즈 갬빗>의 안야 테일러 조이다.
안야 배우의 등장은 원작이 상당히 마초적인데 반해 영화에서 여성캐릭터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만하다. 원작소설에선 챠니(젠데이아) 는 폴의 결단에 순종하는 여성이지만 <파트2> 마지막에 그에 반발하며 독립적인 길을 걸을 것임을 예고하는데,여동생 역시 폴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여기에 ,플로렌스 퓨가 연기한 황제의 딸은 또 어떨까. 항상 금기를 깨는 파워풀한 여성을 연기했던 플로렌스 퓨이기에 결코 들러리에 머물리는 없다,고 믿는다 .
폴의 폭주하는 광기와 대중의 맹목적인 숭배에 이들이(여성캐릭터들) 과연,제동을 걸 수 있을까,너무도 궁금하다.
(듄 3의 스포, 안야 테일러 조이)
결론은,단언컨데, <듄>은 OTT의 시대에 아직도,극장이, 아이맥스가 필요한 이유를 보여주는 영화다.
서사에 있어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그게 크게 부각되어 보이진 않는다는 점,그만큼 한스 짐머의 고막을 땅!땅! 때리는 음악과 화려찬란한 볼거리,모랫바람 휘날리며 사막의 메시아로 성장해가는 티모시 샬라메의 날렵하고도 아름다운 자태와 질곡의 성장사,그리고 프랭크 허버트가 수많은 학문과 종교,문화적 상징을 담은 범우주적 세계관에 순식간에 빠져들게하는,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이제,'듄친자'(듄에 미친자)의 운명은 몇년을 기다릴지 모를 <듄 :파트 3>를 기다리는 일 뿐이다.
내 맘대로 랭크 : 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