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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맨 Mar 06. 2024

<플라워 킬링 문> :'부유한' 인디언들은 행복했을까.

지난해 10월 개봉 때 본 영화 <플라워 킬링 문>(원제:Killers of the Flower Moon)이다.

<플라워 킬링 문>은 골든글러브에서 여우주연상을 탔고 올해 아카데미 감독상을비롯 10개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3.11일 아카데미에서 마틴 스콜세지가 감독상을 수상할지 궁금하다.

(감독 :마틴 스콜세지/ 주연 : 로버트 드니로,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Apple TV스트리밍중) 

 

이 영화가 끌린 건,우리가 흔히 아는 인디언의 이야기인데,보도 듣도 못한 '부유한'인디언의 이야기여서기도 했다. 그들은 어떻게 부유한 인디언이 되었을까?


이 영화는 '오세이지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1910년대에서 1930년대 사이에 일어난 오세이지 연쇄 살인사건은 2017년 미국의 논픽션 작가 데이비드 그랜의 책으로 출간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야기는 이렇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쫒겨난 원주민 '오세이지' 부족은 척박한 땅 오클라호마주에 정착하는데 그 땅에서 '검은 황금' ,석유가 쏟아지는 바람에 졸지에 엄청난 부자가 된다.백인 하녀가 식사준비를 해주는 인디언의 시간이 있었던 거다. 그런데 이후 부족의 돈을 차지하려는 음모로 인해 한명씩 의문의 죽임을 당하게 된다.감독은 책을 영화로 옮기면서 이야기의 초점을 인디언 몰리(릴리 글래드스톤)와 그의 백인남편 어니스트 버크하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서사에 집중한다. '잘 생기고 돈 좋아하는 택시운전사' 어니스트는 우아하고 지적인 여성 몰리에게 호감을 느끼는데 지역 유지이자 탐욕스러운 삼촌 킹 헤일(로버트 드니로)의 제안대로 몰리가족의 어마어마한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그녀와 결혼한다 .


(택시 드라이버 어니스트와 인디언 애기씨 몰리)  


그 후 몰리의 언니 애나 ,동생 리타 부부,미니 ,어머니가 차례로 죽음을 맞이한다.이 죽음들 뒤에 킹과 어니스트가 있다. 어니스트는 차례로 가족을 잃고 절규하는 몰리를 보면서도 잠깐의 죄책감을 느낄뿐,악행을 계속한다.전쟁에 참가했던 그는 '죽음'에 대해 무감각해진 걸로 보인다. 몰리가 가족들을 죽인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서 사설탐정을 고용하자 몰리를 응원하는척하면서 뒤에서는 탐정을 죽여버리기도 한다.

결국 당뇨병을 앓던 몰리는 인슐린과 정체모를 약(=독약) 을 주사하며 서서히 죽어가는데,그 주사를 직접 놓는 사람도 어니스트다.독약을 건네준 이는 물론 킹이다.

결국 '수사국'(FBI의 전신) 국장 에드거 후버의 명령으로 몰리 가족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수사하면서 일가족 몰살사건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아씨들'- 몰리와 그녀의 자매.어니스트에 의해 하나둘 죽어간다) 


● 이 영화의 가장 재미있는 점은 인디언 몰리(릴리 그래드스톤)와 백인남편 어니스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관계에서 오는 미스터리한 긴장감이다.


한 집안에서 사는 피해자와 가해자.그런데 아내는 남편이 가해자인줄 모르고 남편은 아내인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가지만 피해자를 사랑하고 있다.아니 사랑한다고,믿는다.영화를 보면서 처음엔 어니스트가 삼촌이 시키는대로한것일뿐 가스라이팅의 희생양처럼 보이기도 한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수있다. 어니스트가 자신이 아내를 죽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을.그런데 사랑한다고? 과연, 그의 점점 찌그러져가는 표정안에 숨겨진 진심은 뭐란 말인가!.과연 몰리는 남편의 진짜 정체를 언제 알게 될 것인가.


그러니까 한 지붕 두 부부의,겉으로는 좋지만 내면은 피가 튀기는 동상이몽-,이 미스터리한 긴장감이 이 영화의 엔진이다.솜씨가 끝내주는 마틴 스콜세지는 그 긴장을 동력으로 세시간 반짜리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끌어간다.그리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와 띠동갑 신인인 릴리 글래드스톤은 어마무시한 연기로 그 쉽지않은 이야길 설득시킨다. 

   

(한지붕 두 부부의 동상이몽) 


● 영화는 탐욕에 사로잡힌 킹과 어니스트에 의한 '몰리가문 잔혹사'를 그린듯하지만 ,사실 '마음 넓은' 인디언들을 짓밟고 농락하는 '최악의 악' 백인집단의 민낯을 까발리고 조롱하고 있다.


영화를 보는 중에 몰리와 오세이지족에 한껏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데 빌런 중의 빌런인 킹(로버트 드니로)이 이발소에서 처음으로 '수사국'의 에이스인 톰 화이트(제시 플레먼스)의 탐문수사를 받게되는 장면에선 잔혹한 범죄현장에 셜록이 막 도착했을때 못지 않은 안도감과 희열을 느끼게 한다.'수사국'의 수사장면은 마치 서부영화의 한 장면이나 고전 느와르처럼 연출돼 색다르다.   


(마.침.내 수사국의 탐문 수사를 받는 빌런 '킹 헤일')  


하지만 이 영화의 서사에 불만이 한가지 있는데 ,바로 몰리의 기나긴 침묵이다.

처음엔 한껏 지혜로울 것같던 여인은  일가족의 몰살이 시작되면서부터 입을 다문다.

킹과 어니스트의 악행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힘없이 사그라지는 꽃처럼 고요해진다. 눈동자는 텅 비어있다.사실상 인디언 전체를 은유하는 몰리의  이런 침묵과 무기력에 대해,마틴스콜세지에게 컨설팅을 해준 실제 오세이지 부족의 인디언은 ,"영화에서 몰리의 시선이 잘 나타나지 않아 아쉬웠다."라고 했다.     


● '마블시리즈같은 프랜차이즈 영화는 영화 (cinema)가 아니라고 한 스콜세지 감독은 최근 잡지 인터뷰에서 "영화 업계는 끝났다"고 했다 .그런데 마블 영화 한편에 육박하는 엄청난 돈이 든 이 영화는 파라마운트가 상업성과 돈 문제로 감독과 갈등을 겪으며 엎어졌고 결국 애플이 돈을 대며 완성하게 됐다. 극장 상영후   ‘애플TV플러스’에 스트리밍되고 있는데,자존심과 신념을 애플에 살짝 접었어야할 81세 노장의 씁쓸함이 느껴진다.

어쨋든,내 생각도 정말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봐야한다.이 영화는 극장이 있어야하는 이유다. 

 '이것이 바로 영화다!'라는 스콜세지의 선언이다.


(인자한 눈빛으로 몰리를 바라보는 마틴스콜세지옹) 


 영화제목은 무슨 의미일까 . ‘커다란 달 아래에서 코요테들이 울부짖는 5월이 되면 키가 좀 더 큰 식물들이 작은 꽃들 위로 슬금슬금 번지면서 그들에게서 빛과 물을 훔쳐가기 시작한다. 작은 꽃들의 목이 부러지고 오래지 않아 땅속에 묻힌다. 그래서 오세이지족 인디언들은 5월을 ‘꽃을 죽이는 달’(flower-killing moon)의 시기라고 부른다.’ 

'주먹쥐고 일어서'의 또다른 버전이랄까.이 영화는 그러니까 큰 꽃 백인이 작은 꽃 원주민을 죽이는 이야기이다.

원제  ' Killers of the Flower Moon'의 '킬러들'은 돈이고 어니스트와 킹이며 백인이고,미국이다.  


 ● 영화의 엔딩은 전혀 예상치못한 희한한(?) 장면으로 끝난다.여러가지 해석이 나오는 이 영화의 엔딩 역시 스콜세지의 깊은 고민과 내공을 느낄수 있다. 그가 직접 나서서, ' 사실 우리는 이 끔찍한 비극을 그저 유희로,영화로,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고 있지 않은가'하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나의 소중한 시간 3시간 26분을 투자하고도 전혀 아깝지 않은 가성비 갑 영화를 찾고 있다면,

'플라워 킬링 문'이 그 해답이고 정답이다.  


내 맘대로 랭크 :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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