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줄리아로버츠,이선호크, 케빈베이컨,마허샬라 알리 등 라떼 리즈시절을 보냈던 엄청난 배우들이 포진했기에 눈길이 갔던 영화다 .이 영화는 미국 작가 루만 알람이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오바마 부부가 만든 영화 ’로 더 주목을 받았다.(NETFLIX /2023년작)
【줄거리】
뉴욕에 사는 아만다(줄리아로버츠)는 어느 날 '사람없는 곳에서 쉬고싶어서' 즉흥 휴가를 떠난다. 대학 교수인 남편 클레이(에단호크)와 아들, 어린 딸을 데리고 인근의 호화 주택에 머물게 된 아만다 가족에게 연쇄적으로 이상한 일들이 생기는데,휴대폰은 먹통이 되고 와이파이는 잡히지 않는다.심지어 한밤중,턱시도를 차려입은 스캇(마허샬라 알리)와 딸 루스가 찾아와 자신들이 주택의 주인이라고 말한다.그날 밤부터 함께 머물게 된 두 가족.바깥세상은 패닉인듯한데도 정작 통신이 단절된 호화주택은 이들에게 '불안한 쉘터'가 되어준다.대체 세상엔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기묘하고 신박한 사건들 + 서로를 믿지못하는 인간들
영화의 중반까지는 기묘한 사건들이 연속으로 일어나며 '대체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유조선이 별안간 모래사장으로 돌진하고, 집 밖엔 사슴 떼가 수도없이 몰려오며,
귀를 찢는 굉음이 들리고,항로를 이탈한 항공기가 모래사장으로 곤두박질친다.
게다가 아만다 가족은 한밤중에 찾아온 의문의 부녀와 한집에서 살게 되면서 '저 사람들을 믿어도 될까?"라는 의심과 불안에 시달린다.컴퓨터,인터넷,스마트폰,TV,태블릿 PC등 우리가 숨쉬듯 가까이했던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자 그야말로 집 안엔 두 가족말고는 소통할 사람도,세상도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들이 있다.
아만다의 오만과 편견이 그것이다. 호화로운 에어비엔비에 한밤중에 나타나 자기가 집주인이라고 말하는 남자에게,아만다는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여기가 당신집이라고?"라고 한다.거기엔 흑인이 설마 이런 호화저택의 주인의 아닐거라는 차별적 시선이 깔려있다.
아만다의 남편은 전형적인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타입으로 교수씩이나 하고 있지만,상황파악을 하기 위해 밖에 나가서도 네비게이션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무쓸모 인간이다.
게다가 아만다의 아들은 루스의 비키니 몰카를 찍고 ,루스는 싸가지가 없다.
세상은 패닉에 빠졌는데,집 안에 한줌도 안되는 인간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믿지 못하는 아이러니.
뿐만 아니라 ,클레이와 스캇이 비상상황에 대비해 집안에 벙커를 마련해뒀다는 이웃 대니(케빈 베이컨)를 찾아가지만,그는 자신의 벙커를 절대 개방할 생각이 없다.대신 그들에게 엽총을 겨눌 뿐.
영화는 어쩌면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서로 날을 세우고 소통이 불가한 인간들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는지 모르겠다.그런점에서 인간들의 절대적인 멍청함을 공포로 승화시킨 영화 <미스트>도 생각나고 <돈룩업>도 떠오른다.
▶불친절한 후반부,'빌드업'이 다인 영화 (받아들이자 ㅎ)
영화의 중반을 넘어 후반을 향해가면서는 슬슬 고구마 먹은 기분이 몰려온다.
연속되는 기이한 사건과 사람들 사이의 갈등, 다음엔 '그래서 이런 일이 왜 일어난건데?'라는 최소한의 친절이 필요한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IMDB의 관객 평점이 고작 6.6점이고 "뒷부분 촬영하는 걸 잊어버린 건가"라는 조롱은 그래서일거다.
설명이라곤 스캇의 입을 통해 설명되는게 다다.이 모든 사건이 국가 붕괴 3단계 쿠데타로 인한 것이란 거다. 영화는 그 과정을 차례차례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누가' '어떻게'가 중요한 게 아니라,마약도 테러도 핵무기도 아닌 '해킹'으로 한 국가가 마비될 수 있는데 그러면 '이토록 끔찍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라는 것과 그 앞에서 인간들이 얼마나 무력하게 LTE급으로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떤 리뷰에서 '빌드 업'만 하다 끝났다고 비판했던데,사실 이 영화는 '빌드업'이 다 인 영화인거다.
영화의 결말을 책임지는 건 아만다의 14살짜리 딸 로즈다.
로즈는 휴가온 내내 태블릿PC로 시트콤 <프렌즈>의 마지막회를 볼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데 인터넷이 안돼서 멘붕이었다.
“나는 더 이상 앉아서 기다리지 않을 거야.”라고 선언한 로즈는 숲 속에서 강철로 된 패닉룸!첨단 대피소를 발견한다.그 곳은 숨기에 완벽하지만 역시 네트워크가 연결되지않은 세상이다.
소녀는 마.침.내 <프렌즈>의 DVD!를 틀며 슬며시 미소짓는다.이 결말도 어떻게보면 허무할 수 있지만,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프렌즈'를 완결하는게 일생의 소망이었던 어린 로즈에겐 대피소가 천국이고,첨단기기가 없어도 어떻게든 살 수 있는 우리의 모습일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영화 클로징에서 <프렌즈>의 그 유명한 주제곡 " I'll Be There for You"가 흘러나오면서,블랙코미디같은 감성을 한스푼 더했지만 다소 심각했던 영화의 전체적인 감상을 깨트리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해, 불만이었다.(이게 최선이었나!)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미국에서도 꽤나 화제였다는 테슬라였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해킹한 해커가 비닐도 제거하지 않은 수백,수천대의 테슬라를 고속도로로 보내 인간의 이동을 막아 버리는 테러블한 장면은 심히 호러블하다.
▶제목의 뜻( 리브더월드비하인드( Leave the World Behind))
제목은 직역하면,' 세상을 등지고 떠나라'라는 명령어다.
(사이버해킹으로 ) 무너진 세상을 떠나 살아남아라!라는 뜻도 되겠지만,(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되는)세상에서 벗어나라!라는 의미도 되지 않을까싶다.
내 맘대로 랭크 : B ★★★☆
(디스토피아에 대한 나름 신박한 재고이자 경고를 확인하기 원하신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