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타맨 May 23. 2024

영화 <챌린저스> :묘하게 섹시한
삼각 코트의 승부


삼각 로맨스의 역사는 유구하다.뭐 얼마나 새로운게 있을까싶은데,이 영화가 그렇다.새롭다. 


감독:루카 구아다니노 (전작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출연: 젠데이아,조시 오코너,마이크 파이스트
개봉일 : 2024.4.24(한국)   


테니스 챌린지 리그 결승전에서 맞붙은 옛 절친 두 남자,그리고 한 여자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와 패트릭(조시 오코너), 테니스  챌린지 리그 결승에서 만난 두 남자가 치열하게 시합을 펼친다. 둘은 테니스를 함께 시작한 절친이지만,13년전 US오픈 주니어 대회에서 만난 타시(젠데이아)를 동시에 좋아하며 둘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결승전에서 아트를 꺾은 패트릭은 타시로부터 ‘승리자의 몫'인 전화 번호를 받는다. 둘은 사귀지만 ,센 여자와 센 남자와의 케미는 오래가지 못한다 .


   그 사이 타시는 치명적인 무릎부상을 입고 패트릭이 부재한 틈을 타 타시를 돌봐주던 아트는 타시와 결혼까지한다.두번째 승자는 아트다.

성실하게 타시의 코칭을 받고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로 거듭난 아트.반면 재능을 믿고 모험적인 스타일을 고수하던  패트릭은 하부리그를 전전하며 차에서 먹고자는 신세가 된다. 

그런데 이런 둘이 다시 챌린지 리그 결승에서 맞붙은거다. 두 사람에겐 이 경기에 중요한 목적이 있다.타시가 보는 앞에서 다시 승자가 되는 것이다. 경기에 이기는 자가 남자로서도 승자다.

여전히 최고가 되고싶은 욕망을 가진 타시는 슬럼프에 빠진 남편 아트에게 짜증이 나있고,아직 잠재력이 있는 자신의 코치가 돼달라는,여전히 길들여지지 않는 매력이 있는  패트릭에게 또한번 흔들린 터다.  

그렇게 테니스는 둘이 하지만 이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타시까지,결승전은 세 사람의 러브게임이자 심리게임이 된다.



훌륭한 게임,훌륭한 관계를 보고싶은 타시의 욕망 


테니스는 관계야 

                                                                        - 타시 (젠데이아) 


13년 전 아트와 패트릭을 양 사이드에 두고 침대에 앉은 타시는 "테니스는 관계"라고 말한다.테니스를 치면서 상대방을 잘 알게 된다는 의미다.

이것은 이 영화의 주제다.

아트와 패트릭,그리고 타시는 의심과 불안,질투와 욕망,성적인 끌림으로 점철된 삼각의 코트에서 13년간 기나긴 랠리를 이어온 것이다. 테니스는 이런 이들의 관계를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타시는 테니스를 치면서 승부가 정점에 달한 순간," Come on!!!!!"(화이팅!정도의 의미) 하며 비명같은 환호성을 내지른다.영화 속에서 자신의 경기에서 한번,그리고 남편과 전애인이 펼치는 챌린저스 리그 결승의 막바지에 한번 비명을 지른다.

타시가 영화의 결말에서 외친 환호성은 무슨 의미일까?

여기엔 이 영화 결말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



삼각 러브게임의 승자는 누구일까? ( feat.결말의 해석) 


사실 아트와 패트릭의 관계는  우정이상이다.아트와 패트릭이 타시에게 한눈에 반한 순간,타시는 그들도 모르는 그들의 속을 꿰뚫어보기라도 하는 듯 말한다.



 너희 사이엔 뭐 없었어? 난 가정 파괴범되기 싫은데.

                                                                     - 타시 (젠데이아) 


영화는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격돌하는 이야기이기도하지만 두 남자 또한 선을 넘을락말락하는 미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예를 들어 대학시절,츄러스를 들고 오는 아트가 앉기 전에 패트릭이 아트의 의자를 자기쪽으로 슬쩍 당기는 모습을 클로즈업한다는지,패트릭이 챌린저스 리그를 앞두고 머물 집(여자)을 구하기 위해 데이트앱에 접속할 때,어떤 남자 사진앞에서 잠시 멈칫하는 것으로서 패트릭이 동성애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13년전으로 돌아가보자.

침대에 앉은 타시의 양옆에 두 남자가 앉고,두 남자는 타시에게 번갈아가며 키스를 한다.그러다 점점 두 남자가 키스를 하고, 타시는 완전 몰입한 두 남자를 흥미롭게 지켜본다.

이 장면은 마지막 장면의 강력한 복선이다.

타시를 본 순간,타시를 차지하는데 혈안이 돼서 아트와 패트릭은 자신들의 온전한 테니스를 친적이 없다.서로의 관계를 들여다보지 못한다.

그러다가 결승전에서 맹렬하게 서로를 공격하는 사이 어느새 자신들의 관계를 지배하던 절대자 '타시'의 존재를 잊어버린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에게 열중한 끝에 '매치포인트'에 이르러 엄청나게 환희에 찬 표정으로 서로에게 점프하며 끌어안는다.


이 때 타시는 " Come on!!!!"하며 비명을 지른다.  

나는 이 장면이 타시가 아트를,혹은 패트릭을 응원하는 함성이 아니라,비로소 두 남자가 (서로를 사랑하는) 본능에 충실한  진짜 관계,진짜 테니스를 치는 모습을 알아본 타시가 "멋져!!!!"라고 소리친 것으로 이해했다.

타시야말로 욕망에 가장 충실한 인간이고,테니스를 가장 사랑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13년전 셋이 함께였던 침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멋진 테니스를 보고싶은 타시의 욕망은 그렇게 충족된다. 

영화 포스터에 쓰인 '그녀의 게임','그녀의 룰'(HER GAME.HER RULES)도 그런 의미로 읽힌다.

그녀는 삼각관계의 수동태가 아니다.그녀야말로 이 삼각관계를 지배하는 꼭지점이다.



★ 힙한 촬영과 음악 ★

이 영화는 테니스 경기장면 촬영에 많은 공을 들였다.여러 촬영기술을 동원해 박진감 넘치는 경기장면을 완성했는데,  볼과 라켓에 카메라를 단 것 같은 효과를 주는 샷등은 신선했다.


또한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메인테마곡   '챌린저스Challengers)는 심장박동을 증가시키는 테크노 음악 특유의  리듬감으로 인물들의 휘몰아치는 심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음악이 없었음 밋밋했을 장면들을 확실히 살렸다.

단순한 줄 알았던 이야기에 깊은 레이어를 여러장 덧댄 이 영화의 각본도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각본가 저스킨 커리츠케스는 <패스트 라이브즈>를 연출한 셀린 송의 남편이라고 하니 (게다가 셀린송은 <넘버3>송능한 감독의 딸이 아니던가!) 대단한 영화 가족이라 하겠다.


단점은 , 꼰대력이 있다면 (더) 이해못할 세 사람의 관계 


단점도 있다.

이 영화의 세 인물 중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특히 유교걸이나 꼰대력이 있는  사람이라면,대체 결혼까지 한 후에도 맺고 끊는것과는 거리가 먼,호감과 비호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세 사람 다 이해가 불가할 것이다(나도 사실 그렇다 ㅎ) 

하지만,이 영화를 끌고나는 동력은 바로 그 혼란스러움,세 사람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못하는 혼돈의 카오스니 어쩌랴.   


세계적으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선 <범죄도시4>의 기세에 눌려 반응이 조용하기만하다.(현재 관객수가 꼴랑 7.6만명이다 ) 

영화를 보고나서 '아,이 영화 뭐지?'싶다가 곱씹을수록 매력이 살아나는 영화다.추천하고싶다.


내 맘대로 랭크 : A 








매거진의 이전글 디즈니플러스<삼식이 삼촌>:삼촌은 다 계획이 있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