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TV 영화로 《메이 디셈버》(영어: May December)를 보았다.
개봉 :2024.3.13.
감독 : 토드 헤인즈( 전작: <캐롤>,<아임 낫 데어><파 프럼 헤븐><벨벳 골드마인>
출연 : 줄리안 무어,내털리 포트먼,찰스 멜턴
<메이 디셈버>는 2023년 개봉한 미국의 드라마 영화로, 토드 헤인스가 감독을 맡았다. 2023년 제7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후보작이다.
1996년 30대 기혼 여성 교사 메리 케이 리투어노와 13세 소년 제자 빌리 풀라우 커플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메리는 6년간 2급 아동강간죄로 수감됐고 놀랍게도 출옥 직후 빌리와 결혼해 감옥에서 낳은 딸들을 키웠다.
일단 제목 '메이 디셈버'의 뜻은 나이차가 큰 커플을 뜻하는 관용어다.
영화는 당시 미국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이 커플의 20년뒤를 그린다.50대의 아내 그레이시(줄리엔 무어)와 23살 어린 30대의 남편 조(찰스 맨튼)은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이 곳에 이들 부부의 사건을 바탕으로한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 엘리자베스(나탈리 포트먼)이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찾아온다.
그레이시는 감옥까지 다녀올 정도로 사회의 비난과 질타를 받았지만,어찌보면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쟁취한 여성이다.그녀는 아직까지도 '똥'이 담긴 택배를 받는등 협박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고,자신을 이해해주는 몇안되는 이웃과 더불어 아이들을 키우는데 열성인 엄마이기도하다. 적어도 그렇게 보여지고 싶어한다.!
엘리자베스는 13세 소년을 유혹한 그레이시를 은근히 경계하고 경멸하지만 그레이시를 관찰하고 주변인물을 탐문하며,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레이스의 현재가 있기까지를 탐구한다.
이 과정에서 엘리자베스가 거울 속의 그레이스를 들려다보는 장면이 몇번 등장하는데,거울 속의 그레이스는 진짜 그레이스가 아니며,엘리자베스가 결코 진짜 그레이스에 다가가기 힘들것임을 암시한다.
가장 흥미로운 건 조다.겉으로 보기엔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지만,그는 지금 뒤늦게 불안과 혼란을 겪는다.
그는 스물 세살 연상의 선생과 사랑을 나눈 조숙한 13세 소년에서 더 자라지 못한 듯 보인다.그의 불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들과 함께 지붕에서 대마초를 피우다 갑자기 무너져내리는 장면이다.
조는 아들에게 안겨 흐느껴 울고 마는데,아들의 아들처럼 보인다.
어쩌면 그레이시에게 '선택'받아 일찍 '어른'이 된 그이지만,사실 그의 내면엔 사춘기조차 제대로 겪지 못한 외롭고 불안한 소년이 숨어 있던 건 아닐까.
조는 그레이시에게 자신이 느끼는 혼란을 토로하지만,그레이시는 마치 투정하는 아이를 달래는듯한 태도로 그의 고민을 무시해버린다.
조는 나비 애벌레를 키운다.어느날인가는 번데기가 탈피를 하여 나비가 되는데,조는 그 나비를 곧바로 날려보낸다.
조가 조그만 유리상자에 가둬진 애벌레이고,이제 삼십대가 되어 나비가 된 그는 집을 떠나고 싶은지도 모른다는 걸 강력하게 암시하는 장면이다.
* 토드 헤인즈 감독은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는 '조의 영화'라고 인터뷰한 바 있다.
조의 이런 변화를 이끈건,외부에서 온 인물 엘리자베스다.
엘리자베스는 연기를 잘하고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인데,그레이시를 더 깊이 알고 싶어 조를 유혹한다.그리고 당연하다는듯 그와 성관계를 한다.
이 대목에서 두 여자 (그레이스와 엘리자베스)가 조를 대하는 방식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느끼게 해준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그레이스는 아직 어린아이였던 조를 유혹했고 ,영화를 위해 엘리자베스는 조를 이용하는 거다.두 여자는 어쩌면 거울을 보듯 서로 닮아있다.
(※ 요 단락엔 스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와 전남편 사이의 아들로부터,그레이시가 어린 시절 오빠들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았다는 말에 빠져든다.그리하여 마침내 그레이시란 캐릭터를 완벽히 이해하게 됐다고 믿는다.
하지만,두 사람이 헤어지는 날,그레이시는 아들이 한 이야기는 완벽한 거짓말이라고 말하고,엘리자베스는 당황하고 만다.
그렇다면,엘리자베스가 여주인공으로 참여하는 영화는 과연 어떻게 될까?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 영화의 촬영현장을 보여준다.
폭망각이라는 암시와 함께 ..
실제인물을 탐구하려했던 배우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걸로 보인다.
(*이포스터는 영화가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두여자와 나비가 되고픈 한 남자의 이야기임을 암시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레이시를 이해하기 힘들었다.그녀는 자신이 만든 세계에서 완벽한 자신을 연기하는 인물로 보인다.그녀는 마치 배우같다. 타인을 조종하고 통제하는 나르시시스트로도 보인다.(배우인 )엘리자베스도 끝내 그녀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나는 단지,자신이 키우던 애벌레처럼 이제라고 조가 나비가 되어 좀 더 자유로워지길 바랬다.
실화의 뒷이야기를 찾아보니 놀랍게도 실제 두 사람은 2019년 이혼했고,다음해인 2020년 메리가 대장암으로 사망했다고 한다.빌리는 임종을 지켰다.
많은 사람들이 '아동강간'이라는 무시무시한 죄목으로 기억할 두 사람의 관계는 결코 쉽거나 간단하지 않다는 걸 이 사실로도 느낄 수 있었다.
두 여배우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게다가 조 역을 맡은 한국계 미국인 찰스 멘튼은 이 영화로 뉴욕비평가협회등 22개의 연기상을 받았다.
기회가 되면 한번 보실 것을 권장한다.단순한 영화가 아니라서 다보고나면,각자의 해석을 덧붙여야만 한다.
내 맘대로 랭크 :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