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큐브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퍼펙트데이즈>를 봤다.현재 국내개봉한 빔벤더스 감독 작품 중에 최고의 흥행을 기록 중이라고 한다.( *8월 2일 기준 관객수 7.4만명)
보고 나서 정말 .......극장 안에 그냥 영화가 꽉 차 있는 느낌.그 여운은 말로 다 못할 것 같다.
주인공 야쿠쇼 코지가 제 76회 깐느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개요 드라마 일본/ 124분
개봉 2024.07.03.
감독 :빔 벤더스 (전작 : 파리 텍사스,베를린 천사의 시,브에나비스타소셜클럽)
출연 : 야쿠쇼 코지(전작 : 쉘 위 댄스,우나기,세번째 살인)
히라야마(야쿠쇼 코지) 는 자기만의 평범한 하루를 산다.
그의 하루는 이웃 할머니의 빗자루 소리를 알람으로 기상,이부자리 정리로 시작해 작은화분에 담긴 식물에 물을 주고 ,세수를 하고,수염을 정리하고 집 앞의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뽑아 마신 뒤 작은 봉고차를 타고 출근하는 것이다.그는 '도쿄 토일렛'이라고 쓰인 파란 유니폼을 입고 도쿄 공중화장실을 돌며,누구보다 진심으로 화장실 청소를 한다. 퇴근 후엔 자전거를 타고 목욕탕, 단골 술집과 중고 책방을 들렀다 책을 읽으며 잠자리에 든다. 그의 가장 큰 기쁨은 일하다 잠깐 쉴 때,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을 보고 그 순간을 사진에 담는 것이다. 그는 이 루틴을 매일 반복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늘 반복되긴 하지만 히라야마의 단순한 삶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화려하거나 짜릿하진 않지만 소소한 즐거움과 익숙한 편안함으로 채워지는 삶.
히라야마는 거의 말이 없지만,공원을 배회하는 노숙자의 뻘짓에도 싱긋 미소를 짓고 잠시 엄마 잃은 아이에게 친절을 베풀며 자주가는 술집이나 식당 주인에게도 늘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사람이다.
그런 히라야마에게 식사를 내주며,"오늘도 수고했어요!"라고 말해주는 식당주인,책을 살 때 자신만의 재밌는 작가평을 덧붙이는 중고책방 아주머니같은 이는 그의 삶을 조금 더 충만하게 채워주는 주변인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히라야마의 삶은 완벽한 나날,'퍼펙트데이즈'다.
( *영화 <패터슨>이 떠오른다.버스 운전을 하는 아마추어 시인의 소소한 삶과 화장실 청소 장인 히라야마의 삶은 많이 겹쳐져 보인다.)
하지만,히라야마의 삶에도 어둠은 있다.
히라야마는 화장실 청소에 진심이다.변기 구석구석 호텔 화장실못지않게 닦고 또 닦는다. 젊은 동료는 "왜 그렇게까지 하세요?"라고 한다.그렇다.청소일은 누군가에겐 무시해도 좋은 허드렛일이다.
히라야마가 길을 잃은 아이를 엄마에게 찾아주는 장면이 있다.아이의 엄마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아이의 손을 물티슈로 박박 닦고는 휙 데리고 가버린다.
어느 날인가는 가출한 조카(여동생의 딸)가 히라야마의 집에 며칠 묵게되는데,동생은 검은색 세단을 타고 딸을 찾으러와 히라야마에게 묻는다.
정말 청소 일 하는거야?
과거엔 아마도 동생이 살고있는 유복하고 풍요로운 세계에 속해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선가 그 세계로부터 떨어져나온 히라야마는 조카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세상은 수 많은 세상으로 이뤄져 있어서 어떤 세상은 서로 만나지 않기도 해
난 이 대사가 좋았다.
우리는 남들의 눈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사느라 고통받지만 ,히라야마는 다른 세상의 사는 사람들에 맞춰 살기위해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다른 세상에서 사는 여동생과 포옹하며 눈물을 보인 것처럼 (아버지와의 갈등도 있었다는 걸 짧은 대화에서 암시한다) ,말하기 힘든 아픔과 어둠은 있지만 자신이 구축한 정돈된 세상 속에서 평온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의 엔딩은 (다소 연극적이긴 하지만),야쿠쇼 코지가 왜 이 영화로 깐느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을정도로 인상적인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삶이 그런 것일 거다. 이유없이 웃음이 나기도 하다가 헛헛한 눈물이 나기도 하는 그런 것.
야쿠쇼 코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바로 그런 삶의 아이러니를 표정연기만으로 전한다.
디지털이 연 신세계와는 무관하다는듯,히라야마는 아날로그적인 삶을 산다. 사진을 찍어 현상하고 중고책방에서 책을 사는 그는 자신의 작은 차 안에서 1960년~80년대 팝송을 카세트테이프로 듣는다.그 날 그 날 기분에 따라 음악은 달라진다.
빔 벤더스의 취향으로 보이는 이 음악들 중 가장 유명한 곡이자,이 영화와 가장 어울리는 곡이 있다.
미국의 싱어송 라이터인 Lou Reed가 1972년 발표한 'perfect day'다 .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OST이기도하다.
Just a perfect day
Drink sangria in the park
And then later,
when it gets dark,
we'll go home
완벽한 날이야
공원에서 상그리아를 마시고
그런 후
어두워졌을 때
우리는 집으로 가네 ..
자신의 애인과 공원에서 보낸 완벽한 하루를 가사로 썼다는데..이 영화와 참 잘 어울린다
아름다우면서도 어딘지 쓸쓸한...오랫만에 들어보셔도 좋겠다.
https://youtu.be/9wxI4KK9ZYo?si=wF0U47FygqtZhgIY
이 영화를 아직 안보셨다면 꼭 '극장에서'보시길 바란다.씨네큐브에 관객이 꽉 차서 놀랐었다.상영은 한동안 이어질 듯하다.
(*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다 지나면 ,쿠키(?)영상이 있다.꼭 보시길 바란다.)
내 맘대로 랭크 : 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