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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려되었습니다 Dec 05. 2023

미신과 이별의 상관관계

이별을 준비하는 건 '부정 타는' 행위일까?

우리 세대는 어릴 때부터 '복 나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식사 중에 숟가락을 뒤집어 놓거나, 한숨을 쉬며 다리를 떨거나(심지어 현대의학은 한숨과 다리 떠는 것을 권장하는데!), 집에서 문지방을 밟기만 해도 불같은 호통을 들어야만 했다. 이는 현대로 들어서면서 ‘징크스’라는 말로 치환되어 ‘부정 탄다’, 혹은 ‘재수 없다’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문지방은 삶과 죽음의 경계로 인식하였기 때문에, 이를 밟을 때마다 크게 혼나야 했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전통적인 것과 미신에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그 미신이 ‘죽음’과 연결된 의미를 담고 있을 경우 반응이 더욱 심해진다. 어릴 때부터 이런 경험이 누적되다 보니 주변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다가오는 이별에 대해 준비하기보다 “오래 살 거야”라고 기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람의 죽음은 주변의 어른이나 상조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 장례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반려동물의 죽음은 진지하게 받아들인 지 오랜 시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심지어 이별을 대비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반려동물이 일찍 떠나가길 바라는 것처럼 '재수 없다'며 이를 혐오하기도 한다. 물론 다가오지 않은 이별에 무조건적으로 몰입하여 걱정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이별에 대비하려는 준비하려는 태도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죽음을 마주하더라도 갑작스러운 이별과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이별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이별을 겪을 때 아무리 각오를 했다고 하더라도 '경황이 없었다'며 놓친 것들을 후회하기 마련인데,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한 이별은 더욱 짙은 후회를 남기곤 한다. 그렇다면 ‘올바른 이별’이란 무엇일까? 또, 우리는 어떻게 이별을 준비해야 할까? 이별을 준비하라는 말이 더욱 단단하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일까? 아니면 상조나 보험 등 서비스 가입을 권유하는 말일까?


미신에 쫓겨 후회하기엔, 너무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은 것들을 나누지 않았을까.

사후 처리를 서두르지 말자

반려동물의 사체는 사고사를 당해 외상이 크게 난 상태가 아니라면, 최소 48시간에서 72시간까지는 쉽게 부패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의 사망과 동시에 꼭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급히 아이의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만약, 반려동물이 사망했다면 아이가 생전 가장 편안해했던 장소에서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이별하는 시간을 갖자. 반려동물 장례는 사실 남아있는 보호자를 위한 절차이다. 아직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함께한 오랜 시간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다면 2~3시간 안에 끝나는 장례 하나만으로 이별을 마무리하기 어렵다.


많은 보호자들이 장례가 끝나고 난 뒤, "이렇게 빨리 보내게 될 거였다면, 조금 더 천천히 보내는 건데.."라고 후회 섞인 말을 내뱉는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 장례지도사와 보호자 모두 잘못한 것은 없다. 그러나 추억이라는 아픔을 가진 채 살아가야 할 것은 남겨진 보호자들이기에,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하고 싶었던 말은 가슴에 응어리 맺히기 전에 모두 풀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자

보통 '무엇이 가장 후회되냐'는 질문에, 많은 보호자가 "긴 동영상을 찍지 않은 것"이라고 답한다. 살아생전 아이의 짖는 모습, 밥 먹는 모습, 뛰는 모습 등 짧은 단편적인 모습이 아니라 1시간, 혹은 그 이상을 기록한 아이의 생생한 모습을 남기지 못해 많은 후회가 남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사진이나 동영상 외에, 아이의 발도장이나 털을 일부라도 보관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면 이별 후 찾아오는 상실감과 펫 로스 증후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반려동물의 발을 잉크나 클레이로 찍어서 기록하는 발도장은 크게 많은 공수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꼭 남겨두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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