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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려되었습니다 Dec 05. 2023

두 번째 이별

반려동물은 두 번 이별한다.

약 3년 전 처음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의 길을 선택했을 때, 나는 정말 열성을 다해 보호자님들을 위로해 드리고 싶은 신입 장례지도사였다. 이제는 보호자에게 정말 필요한 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라는 걸 알지만, 당시엔 넘치는 열정 탓에 정말로 모든 보호자들이 내 위로를 원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먼저 나를 찾지 않아도 언제나 다가갈 준비가 되어 있었으며, 굳이 물어보지 않은 TMI까지 열심히 설명하며 어떻게든 보호자를 위로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고 있던 것 같다.


때문에 "혹시 나중에라도 펫로스 증후군 때문에 힘드시다면 연락해 달라"며 기약 없는 공수표를 자주 남발하곤 했는데, 최근 당시 보호자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간혹 보호자님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대부분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계시거나 상실의 아픔을 견뎌내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장례지도사일 뿐 심리 상담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자칫 나에게서 위로를 받지 못하실까 봐 두려워서다.


해당 보호자님은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별의 아픔을 잘 견뎌냈고, 유골함의 사후처리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구하기 위해 오랜 고민 끝에 연락을 주신 케이스였다. 정말 다행이었다. 내가 아는 분야에서, 내가 최대한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이후 오랜 시간 전화기를 붙잡고, 간간히 근황을 물으며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었다.




아이와 이별하는 99%의 보호자는 당장 아이의 시신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고민한다. 현행법 상 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은 오직 세 가지 방법 밖에 없다. ①종량제 봉투에 담아 '생활 폐기물'로 처리하거나, ②동물병원에 요청해서 '의료 폐기물'로 처리하거나, ③동물장묘업(장례식장)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앞의 ①, ②번은 한 번 이별하면 끝이지만, 동물장묘업을 이용하는 ③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화장 후, 아이의 유골이 남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 장묘업을 이용하는 보호자는 장례식 때 한 번, 유골함을 처분할 때 한 번. 총 두 번의 이별을 겪는다. 차이점이 있다면 아이의 죽음은 내가 선택하지 못하지만, 유골함을 처분하는 일은 내가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보통 "유골함을 처분할 방법도 미리 생각하셔야 한다"라고 말씀드리면, 보호자님들께서 "다른 사람들은 보통 어떻게 하는데요?"라고 되묻는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든지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게 가장 좋다. 반려동물과 함께 했던 추억이 모두 다른 만큼, 이별을 받아들이는 시간과 방법 또한 모두 다르기 때문. 하지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드리는 것이 도움을 드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세세하게 설명드리곤 한다.




명심하자. 유골함을 땅에 묻으면 불법이다.

우리나라는 '매장'을 중요시하는 장례 문화 때문에 반려동물의 유골함까지 통째로 땅에 묻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러나 반려동물의 사체, 혹은 유골함을 인근 야산이나 사유지에 묻는 행위는 불법으로 분류되어 과태료 징집 대상이 된다. 화장 후 남은 동물의 유골은 무기물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종량제 봉투에 처분하는 게 맞지만, 어느 장례지도사가 아이의 유골을 쓰레기봉투에 버리라고 감히 제안할 수 있을까. 때문에 아이를 흙으로 돌려보내는 방법에 대해 설명드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사체나 유골함이 아닌, 화장 후 남은 유골만 묻어주는 건 괜찮다.

아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내서 쉬게 해주고 싶다면 유골함에서 유골만 따로 꺼내서 흙에 묻어주도록 하자. 단, 위 사진은 예시를 보여주기 위해 촬영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깊게 땅을 파는 게 좋다. 태풍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아이의 유골이 떠내려가는 일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 사람을 위한 수목장을 진행할 때, 땅을 깊게 파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러나 유골함에 담긴 아이를 다시 꺼내는 행위에 거부감을 느끼는 보호자도 많다. 이미 쉬고 있는 아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은 죄책감과 유골을 직접 보기 어렵다는 심리적 요인 등 다양한 이유인데, 이런 사람들을 위한 '토양 매립 유골함'이라는 상품이 따로 있다. 흙에 묻으면 자연스럽게 분해되는 성질을 가진 유골함인데, 이런 유골함을 사용하면 그냥 통째로 흙에 묻어도 3개월 정도면 모두 자연 분해된다. 만약 나중에 꼭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싶다면 이런 특수 유골함을 찾아보는 편이 좋다.




물론 소개한 방법 외에 봉안당에 유치하거나 루세떼, 메모리얼 스톤 등 추모 보석으로 만드는 선택지도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보호자들이 유골함을 땅에 묻는 방식으로 두 번째 이별을 맞이하고 있다. 혹자는 불법이라도 "어차피 안 걸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데, 단순히 제도적인 문제를 떠나 아이와의 이별을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처리하는 게 맞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곤 한다.


오랜 시간을 들여 사랑한 만큼, 이별 또한 자연스러운 과정이기에. 누구나 후회가 남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맞이하며 추모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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