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려되었습니다 Dec 05. 2023

세계여행보다 힘든 제주여행

반려견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란

대학교를 졸업한 뒤, 세상을 바라보는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겠다는 핑계로 무작정 짐을 싸서 해외여행을 떠났다. 갓 졸업한 대학생에게 돈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2개월 정도 아르바이트에서 열심히 모았던 작고 소중한 월급도 왕복 비행기 티켓 비용으로 대부분 소진하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한 달 동안 찾았던 맛집 몇 군데만 돌아다녔더니 숨겨둔 비상금마저 탈탈 털렸다.


그러나 젊은 시절 다녀온 해외여행이 으레 그렇듯, 달랑 차비 하나만 들고 다녔던 곳마다 모두 소중한 추억으로 가슴 한편에 자리 잡았다.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해방감과 새로움으로 굶주린 배를 달래며 매일 감탄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아무리 즐거워도 나 또한 사람이라, 기껏 놀러 간 여행지에서 여유가 없어 방문하지 못했던 수많은 맛집과 명소는 아쉬움에 묻어두고 발을 돌려야 했다.


시간이 흘러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나이가 되었다. 당시엔 호화스러운 여행이야 언감생심 꿈도 못 꿨지만, 이제 나도 어엿한 사회인이니까. 하지만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기엔 부담스러워, 가까운 제주도로 이정표를 세우고 오랜만에 여행을 떠났다. 어릴 적과 다르게 풍부한 잔고와 여유로운 시간, 꼼꼼한 스케줄. 그리고 새로운 동반자 한 마리(?)와 함께.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동반자 하나 늘었다고, 챙길게 이렇게 많아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더 행복하고 힘든 여행을 선물해 준 우리 바다


옷만 챙기는 나, 옷 빼고 다 챙기는 강아지.

나는 원래부터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다 보니 여행용 옷가지 몇 벌을 제외하면 짐을 많이 챙기지 않는다. 어차피 제주도라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뿐더러, 필요한 게 있으면 현지에서 조달해도 충분하기 때문. 그러나 함께 떠나는 강아지의 의견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따로 옷을 챙길 필요는 없지만 알레르기 때문에 평소에 먹는 사료와 간식, 자가용(나+가방), 심지어 장난감까지! 평소에 집에서 사용하던 물품 중에 물 빼고는 다 챙겨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강아지와 비행기 타기

만약 해외여행이었다면 동물등록증, 광견병 및 종합백신 접종 증명서, 검역 증명서, 건강 증명서, 항체 검사 증명서 등 챙겨야 할 증명서가 한가득이겠지만, 다행스럽게도 국내선 이용에는 크게 필요한 서류가 없었다.


다만 항공사별 반려동물 관련 규정이 조금씩 다른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항공사는 반려동물을 '반려견, 반려묘, 새' 3종으로 제한하고 있다. 주의할 점은 핏불, 울프독 등 ‘맹견’에 해당하는 반려동물과 맹금류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 같은 강아지라고 해도 별도의 심사를 거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는 반려동물의 수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티켓팅 전에 꼭 확인하고, 미리 별도의 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


항공사별 반려동물 규정이 모두 다르므로, 꼭 미리 확인해야 한다.


짐을 챙기고, 비행기까지 탔다면 평소와 크게 달라질 점은 없다. 여전히 버스에서 짖을까 봐 눈치를 보고, 케이지에 들어가기 싫다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산책할 때마다 신경 쓸게 많지만 이미 나와 함께 하기로 결정한 아이들인걸. 마냥 귀찮고 힘들기보다, 늘 함께 했던 아이와 색다른 여행지를 즐기는 것도 나름의 운치가 있다.


너희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어.


작가의 이전글 두 번째 이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