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끝에 얻은 나를 위한 시간
이거 참. 유행에 민감한 스타일도 아닌데 코로나 유행이면 코로나에 걸리더니 이번엔 A형 독감에 걸려버렸다. 아마도 최근에 이런 저런 일이 많아지면서 제대로 쉴 틈이 없었던 탓에 면역력이 떨어진 모양이다. 몸살기가 심해서 반나절을 꼬박 잠으로 보냈는데 누군가 헛구역질 하는 소리에 눈꺼풀이 떠졌다. 아뿔싸, 우리 강아지들 밥 먹을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니. 오직 나만 바라보고 기다리는 이 아이들을 위해 마냥 침대에서 요양만 할 순 없는 집사의 인생. 가벼운 재채기 소리만 들어도 강아지를 주의 깊게 보게 되는 이 겨울이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너희들에게 아픔을 가르쳐주고 싶지 않다.(내가 아파보니 더 그렇다.)
아프고 나니 으슬으슬한 느낌 없이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조금 더 본인을 살피며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나만의 생각,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사진전을 보러 갔다. 이 사진전이 재밌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작가의 디스크립션 때문이었다. 해당 작품을 촬영할 때의 에피소드, 작가가 느꼈던 감정, 작가의 상황 등이 적혀 있었는데 '순간과 찰나'라는 단어에 꽂혀버렸다.
관람을 마치니 2시간쯤 지나가 있었다. 요즘 머릿속으로 일 생각, 집 생각 등 어떤 생각을 쉰 적이 없었기에 오랜만에 보낸 나만의 시간이 낯설지만 반갑게 느껴졌다. 독감에 걸려서 몸은 많이 아팠지만 독감 끝에 얻은 나를 위한 생각과 시간에 감사함을 느꼈다. 살아가다 가끔은 바로 앞에 놓인 것만 보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들은 참 많기에 주변을 둘러볼 줄 아는 여유를 갖고 살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