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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려되었습니다 Jan 16. 2024

후회 없는 이별하기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로 일하다 보면 종종 지인이 키우는 친구들의 장례를 맡게 될 때가 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가장 가까이에서 위로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인들이 든든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아이를 잃었을 때 필요한 기초적인 수습 방법에 대한 도움을 청하는 연락도 종종 받고 있다. 아이가 떠나고 난 뒤 기초적인 수습에 대한 내용은 나의 지인들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는 가족들이라면 누구든 궁금해하고, 알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어, 이렇게 몇 자 끄적여본다. 




 아이의 혀가 나와 있는데 입을 닫아줘야 할까?

 반려동물 사후에 듣는 많은 질문 중의 하나이다. 실제로 많은 강아지가 입을 반쯤 벌린 채로 눈을 감는다. 이때 혀가 입 밖으로 나와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상태에서 아이의 입을 강제로 닫는다면 아이에게 외상이 생길 수 있다. 사후 부패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외상이 발생할 수 있어 부패를 더욱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다. 나와 있는 아이의 혀가 마음 쓰인다면, 아이의 혀를 조심스럽게 입 안으로 밀어 넣고 물티슈 같은 것으로 어금니 쪽을 고정시켜 주는 것이 안전하겠다. 



 눈을 감겨줘야 할까?

 이 질문도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이다. 반려동물의 안구 구조는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눈을 뜨고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눈을 감겨주겠다고 힘을 쓴다면 아이의 눈이 다칠 수가 있어 권장하지 않고 있다. 마음이 좋지 않다면, 손가락으로 위아래 눈꺼풀을 살짝 잡아서 약 1분 정도 고정시켜 준다는 느낌으로 감겨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 이상의 행동은 아이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자.



 냉동 안치를 해야 할까?

 내가 근무하는 장례식장은 냉동 안치를 하고 있지 않다. 냉동 안치를 할 경우 체내의 수분이 응고되어 외형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특별한 외상이 없다면 48시간에서 72시간 정도는 체외 표피의 부패나 변형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충분한 인사를 나누고 방문할 수 있다. 이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냉장 안치나, 아이스팩으로 아이의 복부를 서늘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아이를 떠나보내고 난 뒤 집에서 할 수 있는 기초적인 수습 방법만 알아두더라도, 갑작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이별에 조금이나마 후회 없이 안녕을 고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모든 반려인이 후회 없는 이별을 할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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