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발 딛은 지 이제 고작 3년 차.
그 짧은 시간 동안 배운 게 있다면 사람은 일, 사람, 근로조건 셋 중에 하나라도 충족되면 그 직장을 떠나지 않는다. 이 세가지가 모두 충족되는 회사는? 그야 말로 신의 직장이 아닐까?
처음으로 선택했던 기자라는 직업은 오래간 소망했던 일이었다. 사명감으로 아주 작은 나란 존재가 조금이나마 이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글을 쓰는 게 좋았고, 사람을 사랑했다.
그러나 어느순간 나는 직면해야 했다. 기자라는 이름의 브로커가 아닐까? 수없이 쏟아지는 민원에 기자의 본업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고, 매달 할당되는 신문 부수 팔이에 전전긍긍 식은땀을 흘려야했다. 거기에 광고영업까지. 더는 그 일을 사랑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사람이 좋은 것도 아니었으며 보수는 최저를 웃돌았다. 사명감이 죄책감과 회의감으로 변질되는 그 순간 나는 사직서를 집어들었다.
그 다음 직장은, 노조였다. 조금이나마 내가 그나마 가진 재능인 글쓰기로 누군가를 위해 일하고자 했다. 일은 재밌었다. 지금도 여전히 노조에서 일했던 지난 날을 후회하진 않는다.
나를 발전 시킬 수 있었고, 내가 해보고자 하는 일들을 구현할 수 있었으며, 원없이 글을 썼다. 그러나 체계 없음의 끝을 보이던 회사는 결국 그 체계없음으로 사회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괴롭힘이 난무했다.
노조의 특성상 사장은 바뀐다. 임기가 지나면 사장은 떠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직원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덕분에 오래된 직원이 사실상 사장 행세를 하며 신입사원들의 군기를 잡고, 자신들이 만든 체제에 불응할 경우 중학교 교실에서나 볼 법한 괴롭힘으로 응징을 해왔다.
처음엔 그저 업무 배제 정도였다. 공유가 전혀되지 않아, 행사에 참석하지 못 하는 날도 있었다. 그저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당연히 고의가 아닐거라 생각했다. 그들도 바빠서 생긴 실수일 거라 여겼다. 그렇게 무던하게 버티자 그들의 괴롭힘은 한층 더 교활하고 치사하게 진행됐다. 인사 안 받아 주기, 인사 안하면 사장들한테 쟤는 인사도 안한다는 말로 몰아가기, 먹을 걸 나누어 줄 때 나만 빼기 등 콧웃음이 나고 그들의 평균 연령이 40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만한 치사한 짓들이 지속됐다.
뭐 이정도 쯤이야 이겨낼 수 있었다. 무시하면 됐다. 그들의 괴롭힘에 대한 무시를 지속하자 그들은 정면돌파를 시전했다. 내가 야근을 하는 날 그들은 남아 괜스레 꼬투리를 잡고 말도 안되는 업무 지시를 내리며, 자신들의 업무를 떠넘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참았다. 일이 좋았다. 그런데 그 참음이 지속되자 결국 병이 났다. 한포진. 병원에 가서 물어보자 결국은 스트레스라 말해줬다. 이제는 참아야 할 이유를 못 느꼈다.
사장님께 보고했다. 회사에 체계가 전무하니, 이런 괴롭힘이 발생한다. 조치를 취해달라. 사장님들은 무기력했다. 그저 한 번 불러 그 일의 주동자에게 경고를 줄 뿐이었다.
결국 내가 나를 지켜야 했다. 그들의 이유 없는 시비에 격렬히 짖었다. 야근계를 제출하자, 그녀는 "진짜 이날 이 시간까지 야근한 거 맞아요? 왜 다른 부서랑 퇴근 시간이 다르지?"
"네? 다른 부서랑 퇴근 시간이 같아야 하나요? 업무가 명백히 다른데 어떻게 같은 시간에 퇴근하죠? 늦게까지 일하며 무언 갈 해냈음 칭찬이나 격려라는 걸 하는 게 맞지 안하요? 도둑년 취급이시네요? 사장님께 제가 보고할 게요. 부당이득 취할 맘 눈꼽만큼도 없고 고작 만 원, 이만 원이 없는 인생은 아니라고."
한바탕 쏘아 붙이자, 그녀의 지원군들이 달려와 말을 왜 저렇게 하는냐는 등 들으라는 듯 자기들끼리 속닥거림을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참고 넘어 갔을 텐데 몸의 변화를 보자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당당히 들리게 말하세요, 궁시렁 궁시렁 시끄러워 죽겠네. 그리고 오늘 일 또한 전 사장님들께 보고 할 겁니다."
그렇게 매번 사건이 있을 때마다 보고했다. 그러나 변화는 없었다. 결국 회사는 변할 마음이 없는 거다. 사람이 이렇게 힘들고,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디만, 전 회사는 변할 맘이 추호도 없어보였다.
이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당연하게 반려됐다. 또 제출했다. 무엇을 원하느냐 물었다. 나는 답했다. 이 회사는 미래가 없다. 체계를 만들지 않은 사장님들의 무능으로 직원들이 사장 행세를 하며 내 자리가 3년만에 10명이 스쳐 지나가고 1년 6개월 짜리인 내가 가장 오래 버틴 사람임에도 사후 대응책 조차 만들지 않음에 나는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그럼 무엇을 해줘야 하느냐 물었다. 그저 헛웃음이 나왔다. 다 필요없다. 굳이 날 잡고 싶다면 그녀를 해고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단언해 말했다. 내 앞의 2명 또한 나가면서 남긴 말이 그녀를 해고하라 였다고 사장은 말했다.
어이가 없었다. 이런 사내 불화를 지속하는 그녀를 왜 방치하며 회사가 곯아가는 걸 방치하고 있는지, 이게 선출직은 한계인지...
결국 난 사직서를 제출하고 반려되든 말든 난 한 달 뒤에 최사할 것임을 말했다.
결국 목표를 성취한 그녀들은 잠잠해졌다. 마지막 날 나만 밥 굶긴 거 빼고는... 끝까지 치졸하고 수준 낮은 행태를 보며 분노보다는 마음이 아렸다. 시민의식이다 국민 의식이나, 정치적 성숙이 회자되는 이 순간 중학교 교실에 머물러 일진 놀이를 하는 그들의 평균 나이가 40살 이라는 게 너무 아팠다. 내가 살아가는 이 나라에 수준이 이 정도라니...
그렇게 사직을 하고 이제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지 1달.
아직은 적응 중이며, 아직은 시용기간 중이다.
이제 완전한 내 꿈이 그려지기 전까진, 이 회사에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