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은 개나 줘버린, 줄타기로 승진하는 그 시대에
아직 승진을 거론할 짬은 아니다. 이제 만 3년 차, 사회에 발 디딘 지 3년이 됐다. 나름 여러 회사를 거쳤고, 승진하는 이들을 봐왔다.
우리 세대가 공무원에 목숨 거는 이유. 공정성이 보장되기 때문. 우리 세대가 취업 비리에 분노하는 이유. 미친 학자금을 부담하고서라도 4년제를 나와 그럴싸한 직장은커녕 최저임금에 허덕이기 때문이다.
공정, 정의. 책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이뤄졌음 하는 단어. 정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 토하며 울부짖는가.
일상에서의 불공정함과 싸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걸고 있는가.
그러나, 지금 회사에 공정은 없다. 특채라는 명목의 청탁이 이뤄지고,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술 의전을 잘하면 승진하는 곳.
비단 지금 회사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곳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런 문제는 공직사회에도 존재하며, 대기업에도 존재한다.
어느 회사 건 실무진들은 바쁘다. 윗 분들께서 기획하신 것을 실행해내느라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지금 회사도 마찬가지다. 부장은 장이라며 실무를 하기 싫다 선언했고 그렇다고 기획력도 없는 그를 대신해 기획과 실무를 혼자 해내는 나는 정말 허덕허덕 즙을 짜이고 있다.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회사는 여건이 안돼 불가능하다 했다. 그런데 내 월급의 두배 가량을 수령하는 사람이 타부 서장으로 발령 났다.
저 한 사람의 월급이면 나 같은 실무진을 2명을 고용할 수 있는데 결국 그를 고용했다. 1번의 서류, 3번의 면접. 내가 거쳤던 그 절차가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갑작스레 뽀료롱 마법처럼 나타났다.
그는 기득권 세대다. 결국 그가 부서장에 앉음으로써 내 또래, 내 동지들이 왔어야 하는 두 자리는 사라졌다.
인사철이 되니 승진자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나름 기준이 있는 회사라 기대했다. 승진소요년수, 승진 요건 등이 명시돼 있지만, '특별 승진'이란 예외 명목이 모든 걸 무력화시킨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사람은 사회 경력이 나보다 짧고, 일평생 글만 써온 나보다 오피스 능력이 떨어지며, 무슨 일을 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전 글에 등장한 아저씨. 일명 개저씨였다.
그가 하는 일은 명확하다. 매일 저녁 회사 실세 A를 모시고 술 의전에 나선다.
아부와 손 비비기. 진심이겠지. 살고자 하는 진심이겠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처절하고 슬퍼 보이는 그의 몸짓에 더는 보고 싶지 않아 그와 함께 하는 자리면 매번 도망쳤다.
그런데 이건 정의일까. 정당한 채용절차 없이 채용이 확정되고 명확한 근평 없이 승진이 거론되고.
열심히 착하게 사는 사람만, 근면 성실히 회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회사.
이 회사는 비전이 있는 걸까?
이 회사를 이끌어가는 기성세대는 시대정신을 모르는 걸까, 모르는 척하는 걸까?
눈에 보이는 것에 편승하는 야비한 행위는 당장에는 이득일 수 있다. 그러나 순간의 야비함이 사회를 병들게 한다.
우리가! 노력해서! 이런 사회를! 만들었어!라는 말에 존경 대신 환멸과 우스움을 받고 싶은 걸까.
지금 세대가 386세대를 싫어하는 이유, 그 이유가 무엇일지 당신들 스스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