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은 근기법상 휴게시간
꼰대랑 밥 먹기 싫은 이유
직장인들이 가장 기대하는 시간은 점심 그리고 퇴근이 아닐까 싶다.
오전 일과를 부랴부랴 마치고 나면 후다닥 밥을 먹고 햇살을 받으며 길을 거니는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
재충전의 시간이랄까. 남은 오후를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그런 소중한 시간이 무너졌다. 처음엔 딱히 밥 먹을 동지가 없어 옆팀 팀장과 먹었었다.
그 팀장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딱히 업무 얘기를 나눌 것도 아니고, 그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당신의 일상, 나의 일상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조금 늦게 합류한 내 동기. 셋이 먹던 점심에 커다란 돌이 던져졌다.
앞 글에 등장하는 낙하산 국장.
국장들과 그 보다 높은 사람들끼리 먹는 식사 자리가 불편했던 걸까. 이곳저곳 밥 먹을 곳을 전전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다녔다.
다들 나이가 있어서 혹은 사회 경험이 많아서 불편했던 걸까?
그는 나와 내 동료, 그리고 팀장이 있는 곳으로 터를 잡았다.
매번 12시가 넘어서도 자리에 앉아 밥 먹으러 가자고 일러줘야 했고, 그런 일러줌에도 그는
"응~ 잠시만~"이라는 말로 5분을 끌었다.
직장인은 알 텐데, 12시 5분만 돼도 회사 인근 식당은 가득 차 앉을 곳이 없다.
그런 그 옆에 망부석 마냥 서서 그가 옷을 입는 동안 바라봐 주고 나가는 문을 열어드리고 엘리베이터를 잡아드려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식당에 앉으면 숟가락, 젓가락을 자신의 자리에 놓는 걸 배우지 못한 모양인지 팔짱을 낀 채 앉아있다.
한 날은 그런 행태가 너무 미워 일부러 물도 안 따라주고 숟가락도 젓가락도 안 놓았다.
그랬더니 그는
"어? 숟가락이 없네?"
이제 더는 시력을 맞출 수 있는 렌즈가 없다는 나보다 눈이 나쁜 걸까.
옆에 버젓이 놓인 숟가락 통이 보이지 않는 걸까.
여기까진 뭐 '그래, 남의 돈 벌기가 이렇게 더럽지.'로 참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꼰대의 특성. 'no소통', '나만 잘났소' 화법.
50분 내내 그만 떠든다. 우린 리액션 봇이 돼야 한다.
정말 웃긴 건,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나와 이십 대 후반에 들어 선 내 입사 동료, 아이가 둘인 팀장에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공공기관 가."
"공부를 잘해야~"
이런 사춘기 때나 들었을 법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묻고 싶었다. 우리나라 명문대를 나온 당신은 지난 시간 무얼 했길래 공부도 안 한 우리가 정식 루트로 입사한 이곳에 낙하산으로 온 것이냐고.
그런 훈장질을 50여 분간 시작한다.
묵묵히 밥그릇을 보며 밥만 먹으니 우리 셋은 20분이면 밥이 동난다.
그럼 꼼짝없이 30분은 앉아 그의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설교가 싫어 종교도 기독교에서 불교로 개종한 나에게 설교를 하는 그는 대단하기 그지없다.
그런 식사 시간이 끔찍했다.
동지와 나는 작전을 짰고, 병원, 약속, 도시락, 돈 없음을 핑계로 도망 다녔다.
한 며칠 도망 다니니 눈치를 챈 걸까.
그는 폭탄선언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무조건 나랑 밥 먹기."
를 공표했다.
내 돈 주고 내 휴게 시간에 왜 당신의 기쁨조가 돼야 하는지 묻고 싶다.
난 종교집단에 입사한 것인가. 꼰대는 하나같이 교주가 되려 하는 것인가.
불치하문. 배울 것은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배울 게 있다.
요즘 것들은 이란 말로 우릴 후려치는 꼰대들은 배우려는 의지와 스스로 부족한 걸 인정할 용기가 없어 혐오와 배척으로 남을 미뤄내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치열하게 노력해 입사한 우리는 왕을 모시기 위함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입사했음을 알아야 한다.
오늘도 도태되는 길을 택한 꼰대님들께 드리고 싶은 한마디.
"교주가 되시려거든 꼰대교 창시를 추천드립니다. 즈은하."_92년생 노동자 올림